與, 노조 '깜깜이 회계' 손본다···300인 이상땐 자료 제출 의무화

[하태경-정우택, 법개정안 발의]
민주노총 연간 조합비 1700억에
정부서 수십억 예산 지원도 받아
주호영 "외부기관 회계감사 당연"
민주노총 "이미 연 2회 감사" 반박

주호영(가운데)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민의힘이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노조의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한 데 비해 회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노조도 일반 기업처럼 외부 회계 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노조의 재정 투명성은 노조의 높은 사회적 위상에 걸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노조는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사회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정부 정책 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며 “그런데도 정작 노조의 회계는 외부 감사의 영역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의 경우 조합원이 113만 명에 이르고 연간 조합비는 17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노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십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는데도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법 개정을 통해 노조도 일반 기업처럼 외부 독립 회계 기관의 감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은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먼저 나섰다. 하 의원은 이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외부 독립된 회계법인으로 하고 총회를 통해 선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공인 회계법인이라고 해도 노조나 노조 임원과 이해관계가 있을 경우 회계감사원이 될 수 없다. 개정안에는 또 300인 이상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노조는 매년 결산 및 운영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도 '노조재정 투명화법'이라고 명명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조의 재정 관련 서류 보존기간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추가됐다.

여당의 움직임에 노동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1년 예산이 수천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사업비 총액은 200억 원 규모”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미 연 2회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조합원은 언제든 회계 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이 정부로부터 수십억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재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본부 건물 임대보증금 약 30억 원뿐”이라고 받아쳤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