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입니다’ ‘대책 마련 촉구’…현관·창에 내걸린 애끓는 현수막

김동환 2022. 12. 2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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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에서만 645세대가 전세사기 피해로 경매…금액만 103억원 넘어
‘경찰이 수사 중인 아파트입니다’ 등 현수막 걸려…짐작도 어려운 세입자 고통
국토부, 전세사기 의심 106건 경찰에 수사 의뢰 예정…미추홀구도 포함
HUG, ‘빌라왕’ 피해자들 위한 보증채무 이행청구 관련 설명회 예정
20일 인천 미추홀구 A아파트 건물 현관에서 눈에 띈 현수막. 이 현수막은 주민들의 동의를 거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전세사기로 인해 60세대 중 52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다. 김동환 기자
 
서울시청에서 전철로 1시간여 달리면 닿는 경인선 제물포역. 이곳에서 약 20분을 걸으면 60세대 규모 A아파트 한 동을 마주하게 된다.

20일 낮 세계일보가 찾은 인천 미추홀구 소재 이 아파트 건물 현관에서는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조직적인 전세사기로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 중인 피해 아파트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옆에는 ‘집을 보러 오신 분께서도 또 다른 피해자나 공모자가 될 수 있다’는 현수막도 걸렸다. 현수막은 A아파트 주민들의 동의를 거쳐 제작됐다고 한다.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전세사기로 인해 60세대 중 52세대가 경매에 넘어갔다.

제물포역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 B아파트에도 같은 날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제작한 ‘구제방안촉구’ 현수막이 여러 세대 창문에 내걸렸다. 총 100여 세대 중 60여 세대가 전세사기 탓에 경매로 넘어가면서, 당국의 대책을 촉구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20일 인천 미추홀구 B아파트 창문에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가 제작한 ‘구제방안촉구’ 메시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동환 기자
 
미추홀구에 따르면 현재 관내에서만 아파트 총 645세대가 전세사기 피해로 경매에 넘어갔다. 피해 건수와 액수는 지난달 기준 각각 73건에 103억원이 넘는다. 200여 세대의 절반이 넘는 110여 세대가 경매에 넘겨지거나, 10여 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1개 동 전체가 경매 대상이 되는 등 세입자들의 고통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전세사기가 내 일로 닥치면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크게 다가오면서 피해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고, 정부의 지원책도 크게 체감하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유정복 인천시장·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 아파트를 찾아 현황을 파악하고, 미추홀구청으로 이동해 전세사기 근절과 피해 임차인 지원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미추홀구 전세 피해 현황과 협의내용 공유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 지원 방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피해 지원 방안 ▲법률구조공단 법률자문·변론지원 방안 등이 논의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지난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청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근절을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원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인천=뉴스1
 
국토부는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106건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 9월 서울 강서구에 설치된 전세피해 지원센터에 지난달까지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총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사례를 1차로 선별해 전세사기 여부 집중 조사·분석을 거쳐 106건을 선정했다. 특히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린 40대 임대인 김모(사망)씨 관련 사례도 16건 포함됐다. 경찰 수사에 도움이 되도록 피해 접수 시 상담일지 등 관련 자료와 함께 국토부가 조사·분석한 내용도 함께 제공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토부의 수사 의뢰에는 인천 지역 사례도 포함됐다. 총 106건의 34.9%에 해당하는 37건이 인천에서의 전세사기 의심 사건이며, 이중 28건이 미추홀구에 해당한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서울이 52.8%이고 경기 지역은 11.3%다.

전세피해 지원센터는 서울 강서구에 유일해 확대 설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18일 간담회에서 국토부와의 협의 등으로 인천에 지원센터를 추가 설치하는 등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원 장관도 “인천을 1순위로 해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추가 설치하는 등 가능한 정책 대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던 만큼, 국토부의 추가 움직임도 주목된다.

속칭 ‘빌라왕’ 김모씨(사망)가 생전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묻는 세입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이 메시지는 피해자 모임의 대표격인 또 다른 피해자가 세계일보에 최근 제공. 피해자 측 제공
 
국토부는 같은 날 법무부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 법률지원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빌라왕’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보증금 반환부터 소송 구조까지의 원스톱 지원 방안 마련 등도 논의했다. 지난 15일 열린 대통령 주재 국정과제 점검회의 후속 조치로 마련된 TF는 법무부와 국토부·경찰청·HUG·대한법률구조공단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됐다. 임대인 김씨 사망 후, 상속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법률관계가 복잡한 탓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까 봐 우려하는 임차인들이 많다. TF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를 통한 법률 상담 및 소송 지원 등 법률지원 방안을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HUG는 ‘빌라왕’ 피해자들을 위한 보증채무 이행청구 관련 설명회를 오는 22일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개최한다. 다만, 참석이 허용되는 인원은 80명 정도로 전해져 현재까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피해자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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