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회, 어린이·노약자 안전 주민참여예산 삭감 '논란'
기사내용 요약
예결위서 주민참여예산 가운데 통학로 설치 등 안전 관련 부분 삭감
민주당·진보당 의원들 "최소한 시민 안전 직결된 예산은 살려야"
본회의에 삭감 예산안 상정됐지만 찬성표 과반 이상 나와 통과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경기 수원시의회가 새해 첫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수원시가 초등학교 일대 어린이 통학로 안전과 보행자 및 장애인 보행 안전을 위해 주민참여예산 항목으로 편성한 예산을 삭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해당 예산을 부활시키기 위해 본회의 도중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찬반 표결에 밀리면서 관련 예산이 그대로 삭감됐다.
수원시의회는 20일 제372회 제2차 정례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출한 내년도 본예산을 통과시켰다.
전체 출석한 의원 36명 가운데 찬성 20명, 반대 16명이 각각 표결했다.
현재 시의회 의석 수는 전체 37석으로 국민의힘 20석, 민주당 16석, 진보당 1석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시민 안전과 직결된 주민참여예산과 새롭게 추진하는 손바닥 정원 조성사업 예산이 예결위 심의 때 대폭 삭감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앞서 예결위는 지난 16일 전체 회의를 열어 집행부에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의 총 규모는 3조720억원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예결위는 당초 집행부에서 요청한 예산안보다 212억2278만여 원을 감액한 규모로 2023년도 본예산을 통과시켰다.
예결위가 삭감한 예산 항목을 보면 주민참여예산 대부분을 감액했다.
이날 진보당 소속 윤경선 의원은 본회의에서 의원 질의를 통해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심의한 예산을 예결위가 전액 삭감한 이유를 따져물었다.
윤 의원이 파악한 예산 삭감내역은 ▲도로변 장애인 점자블록 정비 ▲세류초등학교 일원 안전펜스 설치예산 ▲서평초등학교 일원 안전펜스 설치 ▲영통구 보행자 안전시설물 설치 ▲능실초등학교 통학로 정비 ▲화서동 보행로 안전펜스 설치 ▲꽃매어린이공원 운동기구 교체 ▲능실초등학교 통학로 정비 등이다.
해당 예산은 시 본청과 각 구청에서 주민참여예산 항목으로 편성한 금액으로, 예결위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윤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는 지방재정법 제39조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 지방재정 활동의 민주성, 책임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라며 “시민의 혈세를 불요불급한 곳에 낭비하거나 부당하게 집행하는 것은 시의회가 바로 잡아야 하지만, 시민 안전과 시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주민이 제안한 예산을 ‘주민참여예산’이라는 이유로 이를 전액 삭감하는 것은 시의회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동은 의원은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여당 측에 특정한 입김이 작용해 주민참여예산이 삭감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예결위 제4소위원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야 간 협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시민의 의견으로서 예산 집행에 대한 적절한 견제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심의 과정에 상임위 의원의 의견도 아닌 예결위 위원 의견보다 더 중요한 누군가의 의견을 들어야만 했고, 소위원회보다 누군가의 협의가 먼저 돼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예산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끝나자 국민의힘 소속 이찬용 예결위원장은 이러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해명에 나섰다.
이 의원은 “주민참여예산 삭감 이유는 주민의 뜻을 묵살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권익과 복지가 골고루 돌아가기 위함”이라며 “(집행부에서) 예산 총액제를 피하기 위해 행정편의적으로 세워지던 예산이 실제 주민이 꼭 필요한 곳에 쓰여질 수 있도록 조정하기 위해서였다”고 야당 측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실제로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판단되는 동 단위 사업들은 삭감하지 않고 유지했다”며 “예결위 위원 한 명 한 명이 소신 있게 예산을 심의했다. 어느 한 명이 개입해 예산을 좌지우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주민참여예산 가운데 시민 안전과 관련된 주민참여예산과 민선 8기 이재준 시장의 주요 공약인 ‘손바닥 정원 조성사업’ 예산을 포함한 수정예산안을 제출했다.
이 중 손바닥 정원 조성사업은 시민 주도로 도시 곳곳에 작은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로, 시는 2023년 400개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손바닥 정원 1000개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이 시장이 취임 직후 내건 주요 공약이기도 하다.
해당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이희승 의원은 “초등학교 안전펜스 설치, 통학로 정비, 보행로 미끄럼 방지 포장, 장애인 점자블록 정비사업 등은 모두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 어르신이나 장애인 등의 안전에 직결되는 예산으로, 주민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 밀착형 사업”이라며 “해당 사업 당위성에 공감하고 예산에 반영토록 심사숙고한 상임위 예비심사 결과를 존중하지 않고 예결위 심사 결과로만 전액 삭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수정안은 전체 출석의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찬반 표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출석인원 36명 가운데 반대표는 19명, 찬성표는 16명, 기권표가 1명이 각각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시는 내년부터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데 차질을 우려하면서도 추경 이후에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의원을 대상으로 예산 편성의 당위성을 설명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손바닥 정원 사업은 예산 전액이 깎인 것은 아니어서 남은 사업비로 일부라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주민참여예산 가운데 전액 삭감된 부분은 내년 추경 이후라도 예산을 받아 추진할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사업 당위성 등을 잘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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