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인 미만 '8시간 추가근로제' 이달 종료…"만성적 구인난, 공장 멈출 수도"
일몰 코앞인데…중소기업계 "일몰 폐지 절실"
(세종=뉴스1) 이정현 이민주 기자 = 3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해 8시간 추가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온 '8시간 추가 연장근로제'가 올해로 종료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일몰제 연장'을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일몰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 영세·중소기업 사업주들의 경영부담은 더 악화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국가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호 "추가근로제 일몰연장, 국회 통과 간곡히 호소"
추 부총리는 20일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추가연장근로 일몰 연장 입법 촉구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을 대표 낭독한 추 부총리는 "추가 연장근로 일몰 연장 법안을 여야가 협치·상생의 정신으로 조속하게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시기를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대로 추가연장근로제가 일몰 종료된다면 취약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감내할 고통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며 "특히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조선산업과 집중 근로가 불가피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의 막대한 고통도 우려된다"며 "최대 52시간의 근로수입만으로는 생계를 담보할 수 없어 이탈하거나 투잡으로 내몰리는 근로자도 속출하고 삶의 질 저하의 부작용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인 미만 사업장' 만성적인 인력 부족…빈 일자리율 증가 등 구인난 심화
고용노동부의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를 보면 '30인 미만(5~29인)'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지난 4월1일 기준)은 3.7%다. '5인 이상' 전체 사업장 체 평균이 3.2%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30인 이상~99인 미만'은 3.8%, '100인 이상~299인 미만'은 3.2%, '300인 이상'은 1.7%다.
'3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인력 부족현황을 업종별로 보면 숙박·음식업이 6.4%, 제조업 6.0%로 가장 높았다.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봐도 최근 1년간(2021.9~2022.9) '30인 미만'사업장의 빈 일자리율은 지난해 9월 1.1%에서 지난 9월 1.6%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상대적으로 다른 규모(30인~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빈 일자리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3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 속 정부는 올해 말로 종료를 앞둔 '8시간 추가근로제 유효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52시간제' 완화를 통한 근본적인 근로시간 개편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입법 및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올해 말 종료될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추 부총리의 언급처럼 관련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조차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3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 사업주 "일몰 폐지, 최대 연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도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 사안은 뜨거운 이슈였다. 당시 회의는 국민 패널 100여명을 초청, 국민들이 윤 대통령과 주요부처 장관들에게 직접 국정추진 방향에 대한 질문을 하면 답변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식자재 마트를 운영 중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국민 패널은 "30인 미만 기업에서 주 52시간에서 8시간 추가 연장근무를 하는 일몰이 이제 곧 이번 달에 폐지가 된다"면서 "일몰에 대한 연장이 너무나 시급하다. 저는 이 확답을 이 자리에서 꼭 대통령께 듣고 가고 싶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이거는 야당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입법사항"이라면서도, 주무부처 수장인 이정식 고용부 장관에게 직접 국회를 설득해 조속히 법 개정이 이뤄지게 하라고 주문했다.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걱정하는 일례다. 현장에 있는 영세·중소기업 사업주들의 목소리는 더 절박하다.
의류업 중소기업 대표인 최모씨는 "의류패션업 특성상 '국내산과 고급화를 원하지만 기술자들의 고령화로 인해 인력수급도 어려운 환경에서 정해진 날짜에 납품을 하려면, 부득이하게 연장근무를 해야 한다"면서 "법제화로 시간마저 제한할 경우에는 수주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깃집을 운영 중인 최모씨도 "간신히 음식점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인데, 8시간 추가연장근로 제도가 종료되면 영업마저 힘들어질 것"이라며 "요식업은 특성상 영업시간이 불규칙해 유연근무제 활용이 불가하고, 인력난으로 근무자를 구하지 못해 정상영업이 어렵다. 고물가‧고금리 ‧고환율 삼중고로 사업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며 조속한 일몰 연장을 촉구했다.
콘크리트 타일·블록 제조 중소기업 대표 박모씨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추가 인력 채용, 설비 및 작업 환경 개선 등 추가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업종 특성상 24시간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뿌리산업은 실제 12시간, 맞교대 진행시 52시간으로 제한할 경우 금요일 오전에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존속하고,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행정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3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추가 채용이나 유연근무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기에는 역부족이며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면서 "이미 중소기업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당장 이달 말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마저 사라지면 인력 공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인 만큼 일몰 폐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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