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시장 커지면 뭐하나…국산 에크모·저체온요법기 '0'
기사내용 요약
국내 시장 커져도 고도화된 장비 보급 저조
중환자 살리는 에크모·저체온요법기 국산 '0'
내수시장 활성화·글로벌 경쟁력 확보하려면
고도화된 의료장비 개발 전문인력 확대하고
임상 인프라구축 협업 강화해 시장개척해야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의료현장에서 중환자를 살리는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와 저체온요법기 등은 국산화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기들을 제외한 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제품 보급률은 10%대로 저조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는 내수 시장을 확대하려면 정부와 학회, 의료기관 간 협력을 통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의료장비 개발과 검증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대와 시장개척을 지원할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약 7조5000억 원으로 최근 5년간(2016~2020) 연평균 6.6% 성장했다. 생산·수출입액, 업체 수, 품목 수, 고용인력 수 등 주요 산업 지표도 급격히 성장 중이다. 하지만 국내 내수 자급률은 40% 수준이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의료장비 누적 사용률은 약 11.3%로, 의료기관 가운데 가장 낮았다. 2020년 상급종합병원 전체 42곳이 보유한 의료장비 총 5만3901대 중 국산 장비는 6101대(외산 4만7800대)에 불과했다. 의료기관별 국산 의료장비 사용률은 종합병원 22.6%, 치과병원 49.9%, 병원 57.1%, 의원 66.1%다.
단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 연구원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18년 이후 신규 등록된 국산 의료장비 비중은 17.9%로 사용률이 개선되고 있지만 저조한 편"이라면서 중급 이상 기술이 필요한 장비 분야와 가격경쟁력, 프리미엄 제품 분야에서 국산 제품의 보급률이 저조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의료장비가 많은 곳은 중환자 치료 분야다. 실제 뇌졸중, 뇌전증, 뇌염, 뇌출혈 등 중증 뇌손상 환자(신경계 중환자)가 치료받는 신경집중치료실, 급성 뇌졸중 환자를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치료하는 뇌졸중집중치료실 내 의료장비는 대부분 외국산 제품이다.
석승한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이사장(원광대 의대 산본병원 신경과 교수)은 "심전도모니터 같은 기본 장비들은 국산이지만 저체온 치료 장비나 뇌압 및 뇌조직 산소측정 같은 모니터링 장비는 대부분 수입된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많은 기술개발 비용을 투입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장비를 개발해 유효성과 신뢰성을 검증해 시장성을 확보하기까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진흥원의 2020년 국내 의료기관 의료기기 국·외산 현황에 따르면 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떨어져 생명 유지가 어려울 경우 일시적으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도와주는 에크모는 국산이 전무하다. 처치·수술장비 23종 국외산 보유 현황에 따르면 환자의 체온을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정상보다 낮은 32~34도로 떨어뜨려 뇌손상을 줄이는 저체온요법기 역시 100% 외국산이다.
국산 의료장비 사용률을 높여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이미 70% 수준의 자급률을 보이고 있는 병·의원과 치과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의 국산 장비 사용률을 높여야 한다. 의료기기는 내수시장 실적을 바탕으로 수출을 진행하기 때문에 먼저 내수시장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국산 장비의 연구개발(R&D)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대부터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통한 우수한 임상 데이터 확보, 마케팅과 사후관리 등을 위한 촘촘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급종합병원의 한 교수는 "국산 의료장비 사용이 활성화되려면 제품의 정확도·신뢰성·안정성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제조기업들은 기기개발 단계부터 의료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제품의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고, 정부와 병원은 전공의 때부터 국산 의료기기를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학회·의료기관 간 임상시험 인프라 구축 협업도 필요하다. 단 연구원은 "규제기관은 병원의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단순한 임상시험 비용 지원 보다 학회·병원과 협업해 임상 설계의 전문성을 높이고, 의료기기 임상 전문가 양성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임상 근거를 창출하는 기업과 병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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