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킹 혹평' 김은숙 작가, "딸 팩폭 충격" 셀프디스에 담긴 의미(더 글로리)[종합]

하수정 2022. 12.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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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20일 오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OSEN=하수정 기자] 김은숙 작가가 SBS '더 킹:영원의 군주' 이후 2년 만에 돌아온다. 재벌과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닌 송혜교와 손잡고 처절한 복수극을 내놓는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이 참석했다.

김은숙 작가는 자타공인 최고의 히트작 메이커이자 로맨스 대가로 불린다. 2003년 '태양의 남쪽'으로 데뷔했고, 이듬해 SBS '파리의 연인'이 최고 시청률 57%를 돌파하면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온에어', '신사의 품격',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까지 이름만 나열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메가 히트작을 쏟아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초대박을 기록하며 현빈, 하지원, 이민호, 박신혜, 공유, 김고은, 송중기, 송혜교 등 주연들은 한류 스타로 등극했다.

1초도 틈을 주지 않는 주인공의 미친 말빨, 전국민 유행어가 되는 명대사와 명장면, 결정적인 장면에서 반드시 흘러나오는 OST 등 '김은숙표 드라마'에는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작가만의 특징과 성격이 강하게 묻어 있다. 또, 잘생기고 못하는 게 없는 전지전능 재벌 남주, 가난하지만 예쁘고 항상 밝은 여주,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서브남녀, '백마탄 왕자와 신데렐라' 커플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까지, '김은숙 드라마'를 떠올리면 당연하게 생각나는 것들이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처럼 승승장구하던 김은숙 작가. 그러나 비슷한 장르의 로맨스, 멜로 등의 드라마를 쓰면서 전작에서 본 것 같은 설정과 캐릭터들이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줬고, 생방송 드라마의 현실을 보여주는 완성도 낮은 결말은 실망감을 안겼다. 여기에 개연성과 상관없이 따로 노는 PPL 범벅 장면들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특히 2020년 6월 종영된 SBS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김은숙 작가에게 제대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톱스타 이민호와 김고은을 내세워 평행세계에 대해 풀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이전 작품들과 사뭇 달랐다. 높은 기대감에 첫 주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 전국)를 찍었지만, 점점 하락해 급기야 6%대까지 하락한 것. 마지막 회에서는 8.1%로 조용히 퇴장했다. 

비록 작품성에서는 호평을 얻지 못해도 흥행성 만큼은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둘 다 놓쳐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OSEN=지형준 기자] 20일 오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은숙 작가가 2년 만에 신작으로 내놓은 작품은 전공 분야 로맨스가 아닌 복수극이다. 더는 재벌 남주, 가난한 여주가 등장하지 않는다. 여주인공 송혜교 역시 '멜로 장인'의 이미지를 과감히 버리고 첫 복수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했다. 두 사람은 KBS2 '태양의 후예'(2016) 이후 6년 만에 재회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곧 내일 모레면 고 2가 되는 딸내미의 학부형인데,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가까운 화두였고,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며 "내 걱정은 '나 때문에 우리 딸이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 않을까? 다른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딸내미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하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번째로 '근데 엄마는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죽도록 맞고 오면 가슴 아플것 같아?'라고 했다. 그 질문이 두 번째 충격이었다. 너무 지옥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확 펼쳐져갔고, '아 엄마 작업실 좀..' 하고 컴퓨터를 켰다. 그러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더 글로리'"라고 밝혔다

또한 김은숙 작가는 "제목을 고민하던 중 피해자 분들의 글들을 많이 보게 됐다. 그분들의 공통점이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하더라. 세속에 찌든 나로선 진심어린 사과로 얻어지는게 뭔가 싶었는데, '얻는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거구나' 싶었다"며 "폭력의 순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잃게 된다.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나 영광 같은 걸.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 그게 동은이나 현남, 여정 등 세상의 피해자분께 드리는 응원이었다. 그분들께 응원이었다"며 기획 의도를 언급했다.

[OSEN=지형준 기자] 20일 오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

이날 배우들은 "이게 김은숙 작가님이 쓰신 대본이 맞나?" 하고 놀랐며 입을 모았다. 그만큼 우리가 익히 봐왔던 '김은숙 드라마'와는 180도 다르다는 것.

김은숙 작가는 자신의 첫 장르물이자 복수극에 대해 "내 대표작들이 알콩달콩 해서 상상이 안 되실 것 같다"며 "나도 많이 변했는데, 염색도 포기하고 고등학생 딸내미와의 생활이 알콩달콩할 겨를이 없어서 진짜 나쁜 걸 잘 쓸 수 있겠더라.(웃음) 온갖 악의를 담아 장르극에 도전했다"며 웃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건가?"라는 질문에 "난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 일보일보 다르게 전진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똑같은 복제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해오고 있던 와중에 '이번엔 장르극'이다 싶었다. 넷플릭스가 돈 대니까 지금은 시켜줄 것 같았다.(웃음) 그래서 장르극을 도전하게 됐다"며 "일단 저희(배우와 제작진)는 같은 편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들 대본을 너무 좋아해주셨다. 체면치레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보죠. 뭐"라며 쿨한 태도를 보였다.

김은숙 작가는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라는 딸의 멘트로 웃음을 주면서 톱작가의 여유 넘치는 셀프디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명성과 작품의 기대치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재벌과 로맨스를 버리고 잡은 복수극 '더 글로리'에 대한 반응이 어느 때보다 궁금해지고 있다.

한편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30일 파트1이 공개되고, 내년 3월 파트2가 공개될 예정이다.

/ hsjssu@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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