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내부통제 개선…중대 금융사고 대표가 책임져야"

진영기 2022. 12. 2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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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 '바람직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방향' 세미나
"금융사 내부통제, 경영진-이사회 책임·역할 명확해야"
업계 "방향 공감하지만 명확한 기준·인센티브 필요"
금융위 "의견 반영해 내년 1분기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절차 착수"
2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이 발제하고 있다./사진=자본시장연구원


금융 당국이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사 임원의 책임 영역을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의 내부통제 규율 제도 개선에 나선다. 개선방안엔 사고 발생 시 담당 임원을 제재하거나 필요시 책임을 묻지 않는 인센티브도 담겼다.

2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위원회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를 열고 금융업계 내부통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세미나엔 정부와 연구원, 학계와 금융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금융위 "내부통제 규율위해 책임 소재 명확해야"

첫 번째 발제자인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내부통제 관련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금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누가(직무권한), 무엇을(책임영역), 어떻게(통제활동) 함으로써 책임을 지는지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고 발생 시 회사 고위층이 '알 수 없었음'이라고 답변하는 게 아니라 사고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소명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며 "개인의 일탈이 아닌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중대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원 별 금융사고 발생 방지책임 구분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의무 부여 △사고 발생시 담당 임원 제재하되, 합리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되면 면책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내부통제 감시의무 명확화 등 네 가지의 내부통제 규율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20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가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렸다./사진=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산업실장은 "미국의 경우 행정규제 한계 극복을 위해 내부통제규율이 발전했다"며 "모건스탠리의 판례로 볼 때, 내부통제체계 관련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제재를 경감해주는 인센티브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실장이 예로 든 판례는 2012년 모건스탠리 전직 고위 임원이 중국 관료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모건스탠리와 담당 CEO는 부패 방지를 위해 내부통제 정책을 구축·관리하고, 임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법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이 실장은 규제 당국의 요구를 수용해 제재금을 감면받은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사례도 제시하면서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취약점을 인정하고, 내부통제를 개선한다면 제재가 경감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했다.

이홍경 SC제일은행 이사는 영국의 '개인책임제도'와 고위경영진들이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배분하는 '책임지도'를 소개했다. 이 이사는 "영국에서 고위경영진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할 의무를 통해 내부통제 관련 의무가 부과된다"며 "이는 금융위의 제도개선 방향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업계 "세부 가이드라인, 과감한 인센티브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 학계 참여자들은 이번 개선방안이 금융권 내부통제 책임 제고에 기여할 것이란 의견을 냈다. 김유니스 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통제제도 관련한 의무가 많았지만,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확실하지 않았다"며 "이번 제도개선은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개선된 제도가 취지에 맞게 도입되려면 금융회사는 내부통제제도를 적정하게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금융당국도 이 제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구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가 개선돼 임원들이 회사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책임 및 의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에선 국가마다 실정에 맞게 제도를 점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제도 적용 범위 등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참여자들은 업계의 예측 가능성, 규제의 명확성을 높이기 위해 향후 입법과정에서 구체적 면책기준 등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 및 과감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냈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책임주체가 불명확했던 부분이 구체화됐다는 점에서 개선방향은 타당하다"면서도 "경영진에 과도한 책임을 묻게 되면 소극적 경영으로 이어져 금융산업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가 자신의 노력을 소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통제제도를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에 인증받게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는 "해외는 내부통제 제도를 금융당국의 제재가 아닌 인센티브 수단으로 활용한다"며 "내부통제는 자율규제라는 점을 감안해 사고 발생과 관계없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평가해 내부통제 개선을 유도하도록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부통제 보고서를 공시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며 "금융당국에서 이를 취합해 모범사례를 권고하면 금융권 내부통제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내년 1분기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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