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한파에 ‘에너지 절감운동’도 속수무책, 급증한 전력수요 어쩌나
연이은 한파로 19일 전력수요가 겨울철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일에도 전력수요가 높게 유지됐다. 전력수요가 급증하자 원자력발전소 3기를 더 가동했지만, 전력도매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전력도매가 상한제를 도입했지만 임시방편일 뿐,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거래소는 20일 최대전력 수요가 9만571㎿(메가와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날 최대전력수요가 9만1710㎿로 겨울철 중 가장 높았던 데 이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대 전력수요는 최저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진 지난달 30일(8만2117MW) 8만㎿대로 올라섰고 약 2주 만인 이달 14일(9만128㎿)에는 9만㎿를 돌파했다.
전력수요는 몰리고 있지만 아직 수급은 안정적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발전기 고장 등의 비상상황까지 대비하려면 공급 예비력(예비전력)이 1만MW를 넘겨야 수급이 안정적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올 겨울 들어 예비전력이 1만㎿를 밑돈 사례는 없다. 겨울철 최대 전력수요를 기록한 19일에도 예비전력은 1만2118㎿였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전력수요마저 상승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전은 발전사로부터의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보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가격이 낮아 전력을 많이 쓸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이다.
거리두기 해제로 산업용·일반용(상업용)을 중심으로 전력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미 올해 1∼11월 누적 전력 거래량은 49만8757GWh(기가와트시)로 작년 같은 기간(48만6815GWh)보다 2.5% 늘어 역대 최대였다.
실제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한울 1호기와 한빛 1호기, 신고리 2호기 등 원전 3기를 더 가동했음에도 전력도매가격은 지난 20일 기준 ㎾h당 277.35원에 달했다. 올해 초 한때 ㎾h당 100원을 밑돌았던 전력도매가격은 9월 233.37원, 10월 251.61원, 11월 242.17원으로 급등했다.
이달 1일부터 정부가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h당 약 159원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전력을 생산할 때 연료비(20일 기준 277.35원)가 상한가격(159원)을 초과한 발전 사업자에는 한전이 차이만큼 별도로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에 한전의 구매비용은 전력도매가격이 낮아진 만큼 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는 3개월 뒤 종료되는 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현재로선 아껴쓰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외 뾰족한 방편이 없다. 정부는 ‘에너지 수요 10% 절감’ 운동을 추진하지만 공공기관 중심인 데다 대부분 캠페인성 구호에 그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력수요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고효율보일러나 폐열회수설비 등 산업용 에너지 절약 설비투자 지원 확대를 추진 중이다. 박일준 산업부 차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 및 업종별 협·단체 에너지절약 간담회에서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등을 확대하겠다”며 “효율혁신 투자 유도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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