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추락사’ 하도급업체 대표, 위증교사 혐의 기소

산업재해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공장 지붕 해체 작업 중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해, 피해 노동자 동료에게 해당 업체와 숨진 노동자 간 고용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하게 한  하도급업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검은 위증교사 혐의로 하도급업체 대표 ㄱ(63)씨를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소속 노동자 ㄴ(사망당시 59살)씨가 공장 지붕 해체 작업 중 추락사한 사고와 관련해 재판을 받던 중 동료 노동자에게 ㄷ씨에게 ’ㄴ씨가 업체와 고용관계가 없다’, ‘ㄱ씨에게 지시받은 적 없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ㄱ씨는 공장동 강판 철거 및 석면철거 공사를 수주한 다른 업체들에서 공장 지붕 해체 작업을 하도급받았다. ㄷ씨는 재판 과정에서 ㄴ씨 등은 ㄱ씨의 하도급 업체가 아닌 도급업체와 고용 계약을 했다는 취지로 허위 진술했다. 검찰은 허위진술한 ㄷ씨도 위증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ㄷ씨를 증인 신문하면서 앞서 ㄷ씨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제시해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시켰다. 이후 ㄱ씨의 실형 선고 및 법정구속을 끌어낸 뒤 ㄷ씨에 대한 위증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결과 ㄷ씨는 ㄱ씨에게서 위증 부탁을 받고, 대가로 수십여만원의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18단독 김동희 판사는 지난달 16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하도급업체 대표 ㄱ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ㄱ씨는 지난해 3월13일 오전 8시께 인천 서구의 한 공장 공장동 강판 철거 및 석면철거 공사 중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ㄴ씨는 당시 공장 지붕 해체 작업을 하던 중 밟고 있던 투명 채광판이 깨져 8.2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ㄱ씨는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노동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키고 이를 걸 수 있는 설비와 추락 방호망을 설치하고 작업 전 사전 조사와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함에도 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김 판사는 ㄱ씨와 관련해 “책임을 회피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고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밖에 검찰은 마약 사건 수사 과정에서 허위 자백을 받아내고 수사 정보도 몰래 유출한 현직 경찰관 ㄹ씨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ㄹ씨는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마약 수사를 하던 중 수사 실적을 올리기 위해 또 다른 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ㅁ씨를 회유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ㄹ씨는 또 2020년 10월 다른 마약사범의 범행을 외면하고 수사 정보를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인천지검은 올해 하반기 사법 질서 방해 사건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ㄱ씨와 ㄴ씨, ㄹ씨 등 54명을 적발해, 30명을 기소했다. 나머지 24명은 수사 중이다. 범죄 유형별로는 위증이 34명으로 가장 많았고 범인도피 10명, 무고 7명, 증인도피 1명, 보복범죄 1명 등의 순이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