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석 차관 “발사체개발본부 임무는 2차 누리호 발사로 끝”…‘보직 사퇴’ 갈등 정리되나
누리호 발사를 이끈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최근 조직개편에 반발하면서 사퇴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20일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임무는 지난 누리호 1,2차 발사로 종료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과기정통부가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수장으로서 고 본부장 소임은 이미 끝났다는 뜻을 보인 것이어서 향후 갈등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앞서 고 본부장은 사퇴서에서 “조직개편으로 인해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은 최근 고 본부장 사퇴를 둘러싼 논란에 관해 “고 본부장이 이끄는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임무는 1,2차 누리호 개발이 목표였다”며 “거기까지 하고 임무가 종료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래 올해 종료가 돼야 하지만 (개발사업본부 임무 기간이) 내년 6월까지 연장됐는데, 그건 어민 보상과 발사체에서 얻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이 남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고 본부장은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조직이 사실상 해체됐다”며 “머리만 있고 수족은 잘린 상태가 됐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본부장직 사퇴서를 냈다. 지금까지의 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역할은 발사체연구소가 맡게 됐으며, 소속 연구인력도 재배치됐다.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이란 누리호를 3~6차까지 총 4번 더 반복적으로 발사해 기술적인 발전과 안정화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 사업은 누리호의 기술적인 노하우를 넘겨 받을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추진된다. 누리호 3차 발사는 내년 상반기에 예정돼 있다.
오 차관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따라 2027년까지 총 4차례 발사가 진행될텐데 그건 고 본부장이 사업단장으로 돼 있진 않다”고 밝혔다. 이는 고 본부장이 사퇴의 이유로 제시한 누리호 3차 발사는 애초 발사체개발사업본부의 역할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오 차관은 향후 갈등이 조정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보였다. 오 차관은 “(논란의 핵심은)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의 문제인데, 항우연 차원에서 서로 다른 부분들을 논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과기정통부 출입기자단과 송년 간담회를 개최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도 “고 본부장이나 항우연이나 국가의 대의와 우주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에는 충분히 동의할 것”이라며 “절차상 이견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충분히 논의를 해 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 “고 본부장이 항우연을 떠나는 건 아니다”라며 “계속 중책을 맡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옥호남 나로우주센터장도 조직개편에 반발해 보직 사퇴서를 제출한 가운데 항우연 구성원 내부에선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흐름이 감지된다. 풍부하지 않은 항우연 내 연구인력을 한 가지 특정 임무가 아니라 여러 임무에 탄력적으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조직 개편의 취지가 크게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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