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장연에 휴전 제안…국회 장애인예산 불발후 시위 재개해도 안 늦어"
"전장연 예산처리 주장 자체 나무랄 순 없어…시민 출근길 불편 방식은 재고를"
"시민 편익 최우선시할 시장으로 더 관용은 어려워"…전장연 선전전은 계속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서울지하철 운행방해 시위에 서울시가 무정차 통과 등 조치를 개시한 지 일주일 만인 2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전장연에 "휴전을 제안한다"고 했다. 출근길 지하철 기습 탑승반복·점거 등 시위 방식을 재고해달라며 "국회에서 관련 예산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는 경우 시위 재개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법정시한을 넘겨 예산안 처리 협상 줄다리기 중인 여야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으로도 보인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하면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도 다시 확산되고 있다. 경위가 어찌됐든 장애인 인권은 보호돼야 한다는 의견이 한쪽에 있다. 다른 한편에선 도를 넘어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가장 경청해야할 목소리는 '아무 죄도 없는 이웃들에게 피해를 전가하지 말라'는 선량한 시민들의 목소리"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전장연은 그동안 '장애인 권리예산 증액'을 주장해 왔고, 국회는 전장연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에 합의한 상태"라며 "그럼에도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한 이유는 자신들이 주장해온 '장애인 예산안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아시듯 내년도 국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은 '전장연이 미워서'가 아니라, 여러가지 정치적 사건으로 여야가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민생 예산안을 조속히 처리하라'는 요구는 국민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장연의 '조속한 예산처리 주장' 자체는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를 촉구하는 방식이 왜 선량한 시민들의 출근길 불편을 초래하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이에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안 국회 처리를 염원하며 전장연 측에 제안한다. 국회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 달라"고 공개 제안했다.
이어 "예산안 처리 지연의 책임을 시민들에게 전가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전장연의 시위 방식은 분명히 재고돼야 마땅하다"며 "'서울시민이 장애인 관련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회 앞에서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차분하게 의사를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인가?' 시민들의 이 당연한 문제제기에 대해 전장연 측도 함께 숙고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실상 '국회에서 장애인 권리 관련 예산 처리가 끝내 무산되는 경우'를 시위 재개 명분의 예로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오 시장은 "추운 날씨에 연말 업무마감 준비로 시민들의 마음이 1년 중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기"라며 "전장연이 불법적인 지하철 탑승시위를 지속한다면, 시민들의 안전과 편익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서울시장으로서 더 이상 관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혀, 의법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에도 '지하철 선전전'을 벌여 서울지하철 5호선이 11분여 지연됐다. 이들은 오전 8시쯤 광화문역에서 '252일차 지하철 선전전'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한 예산만이라도 통과시켜 내년도 정부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주장했다. 예산 지연 책임론은 더불어민주당보단 국민의힘에 집중했다. 이후 오전 8시22분쯤 지하철 탑승을 시작했고, 당초 하행선으로 국회와 가까운 여의도역으로 향한다고 예고했으나 경로를 급변경해 다시 상행선을 타고 광화문역으로 돌아왔다.
전장연은 전날(19일)부터 사전 공지 없는 게릴라식 시위를 벌이고 있다. 1호선 시청역에서 기습적으로 탑승 시위를 벌여 용산역에서 상행선 20분, 하행선 55분이 지연됐다. 이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무정차 통과 개시 이튿날(지난 14일)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전장연 선전전으로 열차가 지연되자 무정차 통과를 단행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장연은 "무정차 통과 조치는 집회 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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