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에 대전·충남에서 자전거·걷기 열풍…무슨 일?[현장에서]
지난 19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둔산동 도시철도(지하철) 시청역 8번 출구 앞에 있는 공영자전거 타슈 대여소. 시민 A씨(54)가 2대밖에 안 남은 타슈 자전거 중 1대를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재빨리 빌렸다.
“간신히 빌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청역 인근 대여소 3곳을 돌았는데, 자전거가 하나도 없었어요. 지하철에서 내려 병원에 가려고 하는데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고 해서 타슈를 타려고요. 요즘 타슈를 빌리기가 쉽지 않아요. 찾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대전지역 공영자전거 ‘타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또 충남지역에서는 걷기를 통해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한 걷기 앱인 ‘걷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타슈 이용자, 1년 전보다 10배 늘어
지난달 타슈 이용 건수는 40만9803건으로 역대 월간 이용 건수 최고치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의 3만9918건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12월 들어서도 타슈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의 타슈 이용건수는 12만5174건으로 지난해 12월 월간 이용건수(2만3249건)의 5.4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여소에 갔다가 자전거가 없어서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다.
임택수 대전시 보행자전거과 주무관은 “보통 겨울이 되면 공영자전거 이용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올해는 그 열기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눈이 내리거나 쌓여있는 날은 이용자가 줄지만, 도로의 눈이 녹고 나면 바로 늘어난다”고 말했다.
시민 B씨(54·유성구)는 “올 초부터 타슈의 첫 1시간 이용요금이 무료로 바뀌고 난 뒤 근거리를 이동할 때는 언제나 타슈를 이용한다”면서 “날씨가 추워진 요즘에는 장갑과 귀마개 등 방한 기구를 완벽하게 갖추면 자전거를 타는데 불편한 것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첫 1시간 요금 무료화가 인기의 핵심 요인
타슈가 인기를 끄는 핵심적인 이유는 ‘이용요금 무료화’다. 대전시는 올 1월 1일부터 대여 후 1시간까지의 요금을 무료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QR코드(정보무늬) 확인만 거치면 간단하게 빌릴 수 있는 편의성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대전 시내에 배치된 2500대에 이른다. 대전시는 구형 타슈 자전거 2500대에 QR코드를 부착해 내년 3월부터 단계적으로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임 주무관은 “공영자전거 첫 1시간 이용료를 무료화함으로써 시민들이 공영자전거를 부담 없이 탈 수 있게 한 것이 타슈 인기의 핵심적인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인근 충남에서는 ‘걷쥬’ 열풍이 일고 있다. ‘걷쥬’는 충청남도가 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2020년 개발한 ‘걷기 앱’의 이름이다. 걷기 실적 등에 따라 충남도가 마련한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걷쥬는 이용자 수는 최근 4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충남도민의 약 20%에 해당하는 것이다. 지난 9월 12일 35만명을 넘긴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5만명이 이 앱을 새로 이용하는 등 최근 인기 상승 추체가 가파르다.
걷쥬 앱 이용자는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연령대별 이용자 수는 10대 9만3221명, 20대 2만5125명, 30대 4만7674명, 40대 8만2236명, 50대 6만7584명, 60대 5만7065명, 70대 2만3797명, 80대 이상 3807명 등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5만보 걷는 50대, 하루에 3만6000보 걷는 80대
2022년에 ‘걷쥬’를 이용해 가장 많이 걸은 사람은 C씨(56)로 잠정 집계됐다. 그는 올 한 해 1802만6000여보를 걸었다. 하루평균 5만보를 걸었다는 얘기다. 80대 중에서 1위를 차지한 D씨(81)는 올해 1307만6000여보를 걸었다. 그의 하루 평균 걸음 수는 3만6000여보에 이른다.
이은주 충남도 체육복지팀 주무관은 “걷쥬 앱 이용자의 걸음 수를 모두 합하면 3242억38만 걸음으로 계산됐다”면서 “거리로 환산하면 2억2694만271㎞인데 이는 지구를 5674바퀴 돈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탄소중립 효과를 계산해본 결과 3177만1638㎏의 탄소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규칙적인 걷기는 우울증 완화, 스트레스 해소, 심장병 예방, 다이어트, 노화로 인한 기억장애 개선, 성인병 예방, 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전거타기, 걷기는 ‘탄소중립’ 사회 실현의 핵심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이사장은 “자전거 타기와 걷기는 시민의 건강 개선에 좋은 것은 물론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면서 “자전거 타기와 걷기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요소를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대중교통과 연계하는 등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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