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SRT 통합논의 끝내 무산···원희룡 “경쟁체제가 철도발전 방향”

류인하 기자 2022. 12. 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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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영하는 SRT 열차 모습|코레일·SR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의 통합을 놓고 2년 가까이 끌어온 논의가 ‘결론 유보’로 마무리됐다. 국토교통부는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분과위)의 종합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경쟁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통합논의는 물 건너간 셈이다.

이윤상 국토부 철도국장은 20일 언론브리핑에서 “경쟁체제 유지 여부를 언제 어떻게 다시 평가할지 계획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이상 통합관련 논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2년을 끌어온 논의 결과가 이렇게 엉뚱한 결론으로 향한 이유는 명확하다. 국토부에게 철도의 미래란 오직 ‘민영화된 철도’일 뿐이기 때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분과위는 이날 “경쟁으로 인한 국민의 혜택이 늘었으므로 공기업 경쟁체제를 유지하자는 입장과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첨예했다”면서 “다만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은 2017~2019년 단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었으므로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종합의견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유·국영체제 속에서 만성적인 영업적자가 발생해온 철도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계획’을 수립, 철도건설과 운영을 분리했다. 또 운영체제를 공기업 경영(코레일)으로 전환했으나 철도건설부채가 누적되면서 박근혜 정부인 2013년 12월 SR을 설립했다. SRT가 본격 운영된 것은 2016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 이후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코레일-SR 통합을 추진했으나, 당시 SR의 강한 반발과 KTX 강릉선 탈선사고 등 여파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코레일,SR, 국가철도공단 노사 대표 각 1인,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분과위를 구성해 20여 차례 이상의 논의를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코레일 노조 대표가 분과위를 사퇴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분과위는 2년간 논의를 했으나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최종 결론만 내놓고 해산하는 처지가 됐다.

2년간 논의했지만 “결론 못 내리겠다”

공기업 경쟁체제 유지를 주장한 측은 “공기업 경쟁체제 도입 이후 코레일은 마일리제 제도를 부활하고, SR은 운임을 KTX대비 10% 인하해 이용자에게 연 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혜택이 제공됐고,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품질향상이 지속됐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SRT에 KTX보다 높은 선로사용료 체계를 적용해 국가철도공사가 막대한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 점도 경쟁체제 유지의 근거로 제시됐다.

철도노조는 그러나 이 같은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고속철도 경쟁효과로 SRT의 운임이 낮아졌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라며 “SRT가 운행하기 전인 2013년 국토부 철도산업위원회는 SRT요금을 KTX보다 10% 낮게 책정했었고, 이는 경쟁효과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20일 오후 서울역에 민주노총 전국철도노조가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또 KTX에 비해 SRT에 높은 선로사용료를 지불하도록 한 점 역시 코레일과 SR이 통합될 경우 KTX가 그에 상응하는 선로사용료를 지불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현재 SRT는 매년 매출액의 50%를 국가철도공단에 선로사용료로 지불하고 있으며, KTX는 34%를 지불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특히 이번 통합무산으로 서울 강남권역으로 한 번에 갈 수 없는 일부 지방의 노선차별도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조측은 “서울 강남권으로 바로 갈 수 없는 창원, 포항, 여수 등의 시민들은 앞으로도 환승불편을 감수해야 하며, 운영기관의 비효율적 분리운영에 따른 매년 수백 억 원의 중복거래비용도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분과위 내에서도 “코레일과 SR을 통합할 경우 경쟁체제로 발생하는 연간 406억원 상당의 중복비용을 절감하고, 이원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사례도 해결될 수 있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철도이용객들은 KTX로 표를 발권했을 경우 SRT로 바꾸고 싶어도 통합예매창구를 통한 승차권 변경이 불가능해 취소 후 재예매해야 한다. SRT이용객은 KTX이용객에게는 적용되는 일반열차 환승할인 30%가 적용되지 않는다.

결론은 ‘유보’지만 정부의 입장은 원희룡 장관의 발언에서 확인이 된다. 원 장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나라별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간 차이는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면서 “국민의 이동을 책임지는 철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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