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외교관 황정민→멋진 아빠 현빈"…'교섭' 새 역사 쓸 황정민X현빈 기막힌 브로맨스 (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매 작품 영혼을 갈아 넣은 지독한 배우 황정민과 현빈, 그리고 루키 강기영이 진정성으로 의기투합해 새해 극장 문을 두드렸다.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범죄 액션 영화 '교섭'(임순례 감독, 영화사 수박 제작).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50에 위치한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교섭'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피랍사건 해결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 역의 황정민, 무슨 수를 쓰든 인질을 구출하려는 중동·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의 현빈,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이자 현지에서 카심으로 불리는 이봉한 역의 강기영, 그리고 임순례 감독이 참석했다.
'교섭'은 2007년 7월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한인 피랍 사태를 다룬 작품이다. 당시 분당샘물교회 목사 와 교인 19명, 그리고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 3명이 아프가니스탄 선교를 목적으로 방문,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카라바그 지역에서 탈레반으로부터 납치당한 사건을 주 배경으로 했다. 피랍된 인질들이 아닌 그들을 구하러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 '교섭'은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을 중심으로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사활을 건 교섭에 임하는 사람들의 악전고투를 전면에 내세워 선악의 이분법보다 생명의 존엄을 강조, 임순례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으로 파고들어 기존의 테러, 납치 장르 영화와 차별화를 뒀다.
특히 '교섭'은 충무로 '연기 신(神)' 황정민과 '대세' 현빈, 강기영 등 '믿고 보는' 조합을 완성, 2023년 새해 기대작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능한 외교관이자 협상가 정재호로 변신한 황정민과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중동 및 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으로 스크린에 컴백한 현빈, 그리고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서브 아빠'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은 강기영의 파격 변신까지.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세 배우의 남다른 앙상블로 '교섭'의 진정성을 높였다. 특히 황정민은 첫 장편 주연작인 '와이키키 브라더스'(01) 이후 21년 만에 임순례 감독과 재회해 관심을 끌었고 현빈 또한 지난달 손예진과 결혼 8개월 만에 득남, 아빠로 인생 2막을 연 이후 첫 공식 석상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임순례 감독은 "8년 전 황우석 박사를 다룬 '제보자'라는 영화를 했다. 같은 제작자가 또 민감한 소재를 하자고 제안하더라. '이분은 왜 이러나' 싶엇다. '제보자' 때도 처음에는 제안을 거절했다. 사건을 다룬 언론의 태도에 포커스를 맞아 하면 된다고 하더라. 이후에 '리틀 포레스트'도 하게 됐는데 1년 넘게 촬영하는 어려운 작품을 또 제안해 놀랐다. '교섭'도 마찬가지다. 민감한 영화다. 한 곳에 치우친 것을 따라가기 보다는 가운데에 서서 양쪽의 요소를 다 보려고 했다. 이 또한 좋은 밸런스를 갖춘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연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임순례 감독과 21년 만에 재회한 황정민은 "21년 만에 만난 임순례 감독과는 느낌이 남다르다는 것 그 이상인 것 같다. 내게 영화를 시작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 분이다. 내게는 늘 엄청난 은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시 그 인연이 언제 오나 했는데 이제야 만났다"고 곱씹었다.
캐릭터에 대해 황정민은 "아주 정직하고 원칙대로 하려는 캐릭터다. 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이자 자국민을 구해야하는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가진 인물이다. 개인적인 사상이 들어갈 수 있지만 철저하게 그런 생각을 버리고 갈등하는 인물을 연기해 재미있었다"며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게 힘들었다. '교섭'에서 외교관 역할을 맡았는데 사람들은 내가 국정원인줄 알더라. 임순례 감독이 분명 내게 외교관을 제한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임순례 감독은 "황정민이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 또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다. 자신의 에너지와 원칙주의적인 이미지가 외교관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현빈은 "임순례 감독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의지할 곳이 있겠다 싶었다. 황정민 선배와 합을 맞춰본 적 없지만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기대하기도 했다. 내가 맡은 국정원 요원은 과거 인질을 눈앞에서 구하지 못해 트라우마를 가졌다. 일하는 방식이 황정민 선배가 연기한 재호와 다르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캐릭터다"며 "처음에는 중동 쪽에 머물렀다 외교팀에 섞였을 때 내가 맡은 캐릭터가 이질감이 느껴지길 바랐다. 그런 부분에서 캐릭터 외적인 부분을 만들었다. 수염, 피부톤, 헤어스타일을 만들어갔다. 이 공간과 상황에 있으면서 사람이 변해간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지금의 아내 손예진을 만나게 해준 전작 '협상'(18, 이종석 감독)에서 빌런을 연기한 경력이 있는 현빈은 "'협상' 때는 납치범을 연기했다. 그런데 '교섭'이라는 인물과 너무 다른 인물이라 특별히 아내 손예진이 조언해 준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황정민은 "'협상' 때는 사귈 때가 아니냐?"라며 대뜸 물었고 이에 당황한 현빈은 "그때는 아니었다. 순간 기자인줄 알았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MC 박경림으로부터 "좋은 소식(출산) 들려주셨다. 다시 한번 축하드린다"며 인사를 건넸고 현빈은 "감사하다. '교섭'이라는 작품은 촬영한지 좀 된 작품이다. 지금은 아이를 낳고 나서 이 작품을 임하는데 있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앞으로는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진 것 같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멋진 아빠의 모습으로서 내가 맡은 역할의 일을 잘 해내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화답했다.
강기영은 "합법보다 불법을 자행하는 캐릭터인데 대식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내가 한 일에 정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파슈토어를 연기해야 했는데 노래 가사를 외우듯 연습했다. 다행인 것은 황정민 선배는 영어 대사를 하셔야 했는데 파슈토어는 아시는 분이 많지 않다. 그래서 조금 틀려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조금 편하게 하려 했다"고 웃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요르단 해외 로케이션을 진행해야 했던 '교섭'에 대해 황정민은 "우리 영화가 갈 수 있을까 싶었다. 상황 때문에 국내 촬영을 먼저 하고 상황을 본 뒤 해외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어렵게 허락을 받아 촬영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했다. 일단 비행기가 없어서 전세기를 띄워 가야 했다. 공항에 아무도 없었다. 이후 자가격리를 위해 다들 호텔로 가 격리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렇게 촬영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현빈은 "너무 덥고 건조하고 모래 바람도 심했다. 차의 엔진이 과열돼 멈출 정도였다. 지금도 그 상황에서 연기를 했던 게 흙냄새부터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요르단 현지에서 '집밥 황선생'으로 등극했다는 황정민은 "요르단 음식도 훌륭하지만 나는 한식파라 한식을 먹어야 했다. 임순례 감독을 따라 밥을 짓고 김치, 오이지를 담그기도 했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현빈 역시 "촬영이 끝나면 황정민 선배가 배우들 제작진을 다 불러 밥을 해주셨다. 또 우리가 먹고 치우려고 하면 놔두고 가서 쉬라고 말렸다. 이래서 황정민, 황정민 하나보다"고 감탄했다.
더불어 "현장에서 황정민 선배와 함께하면서 다른 시각도 많이 배우게 됐다. 스스로 '교섭'의 전과 후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기도 했다. 나에게 큰 자극이 됐고 많이 배웠다. 나에게 황정민이란 '좋은 자극제'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반대로 황정민은 "나에게 현빈이란 '친구'다"고 애정을 전했다.
강기영은 "황정민 선배는 지독할 정도로 영화 현장을 위해 뛰어다니더라. 현빈은 중원에서 미드필더 역할을 잘 소화한 것 같다. 나는 내 입으로 이런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루키가 됐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교섭'은 황정민, 현빈, 강기영 등이 출연하고 '리틀 포레스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023년 1월 1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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