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보안사'가 부활?…윤석열 정부 '방첩사령부' 만들기 논란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을 두고 윤석열 정부가 "보안사령부 부활을 꿈꾸며 전두환 시대로의 퇴행을 예고"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 따라 방첩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 구 기무사령부)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지나치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군이 새 정부 출범 전부터 이미 '국군기무사령부 부활 방안 연구'를 위한 TF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기무사 해체를 지시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군이 '패싱'했다는 지적이다.
군인권센터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안을 발표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의 직무 범위를 다루고 있는 개정안 제4조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물론, 기무사 시절보다 더 방대하고 광범위한 권한을 방첩사에 부여하고 있다"라며 "(방첩사는) 외관만 군 정보기관일 뿐, 실상은 정권의 국민감시기구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국방부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국군방첩사령부로 명칭을 바꾸고 업무 범위와 권한 등을 조정하는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변경된 이름이다. '기무사 해체'를 주도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세월호 참사 관련 민간인 사찰 사실 등을 이유로 기무사를 안보사로 해편했다.
센터는 방첩사의 권한과 업무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한 이번 개정안이 "(방첩사) 조직의 성격과 임무, 권한을 송두리째 군부 독재 시절로 되돌리려는 법령 개정"이라고 지적한다.
개정안에 신설된 제4조 1항 3호 마목은 '공공기관의 장이 법령에 근거하여 요청한 사실의 확인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를 방첩사의 '군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처리 업무'의 세부 항목으로 규정한다. 임 소장은 해당 신설조항에 대해 "사실상 방첩사가 국민들을 무분별하게 감시, 사찰하여 얻어낸 정보를 대통령에게 마음대로 제공하며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춰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첩사의 업무 범위가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개정안은 방첩사의 업무 범위를 '군 및 방위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북한·외국군의 정보활동 대응'에서 '북한·외국군의 정보활동 대응'으로 확대해 규정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만 한정됐던 방첩사 지원 업무의 범위 또한 '통합방위 지원'으로 넓어졌다.
임 소장은 "(국방부가) 불필요한 신설 조항을 통해 군 정보기관의 관할 범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며 "(그간) 군 정보기관이 수시로 북한 정보활동 대응을 구실 삼아 시민단체와 정당들을 불법 사찰해온 탓에 업무 범위를 명확하게 해둔 것인데, 최소한의 통제 장치마저 풀어준 셈"이라고 평했다.
통합방위 지원 업무가 신설된 건에 대해서도 그는 "통합방위 지원을 명목으로 국가비상상태는 물론 대통령실 등 국가중요시설 경비, 보안, 방호 업무 등에 전면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라며 "정부 비판 시위 대응에 방첩사가 전면적으로 개입해도 문제가 업게끔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개정안이 마련되는 과정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개정안 방첩사)가 새 정부 출범 이전인 지난 3월 대선 직후부터 부대 명칭 개정, 부대령 개정안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령부는 지난 2022년 3월 당시 사령관인 이상철 중장의 지시로 자체적인 TF를 꾸려 운영했다.
센터 측은 "(군은) 국군통수권자의 재가와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TF를 만들면서 대통령, 국방부장관 등 지휘계통에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라며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 정권교체가 가시화되자 대놓고 항명하며 (문재인 정부의 기무사 해체) 개혁을 뒤집고 기무사 부활 준비를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군이) 장관, 대통령 등 지휘계통과는 아무런 교감 없이 자체적으로 TF를 만들고 비상근으로 운영하다가, 새 정부가 출범하자 TF를 양성화했다"라며 "당시 정부의 기무사 개혁안과 정반대인 부대개편을 당시 대통령 모르게 추진했다는 것은 개정안 내용과 별개로 엄중한 '군기문란'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1일 국방부 대변인실은 군인권센터 측 기자회견과 관련해 "(개정안은) 신기술 도입에 따른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직무 범위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며 3불 원칙(정치관여 행위, 직무를 벗어난 민간사찰, 권한 오남용 금지)은 변함없이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국방부는 "공공기관의 장이 법령에 근거하여 요청한 경우에 정보업무를 수행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도 "법령에 근거해서 요청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는 제한적 조항”이라며 센터 측 주장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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