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얼라이브] "어려운 과학용어, 다듬는 법 어렵지 않다"

박정연 기자 2022. 12. 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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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용어를 일상어처럼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문용어를 다듬고 만드는 비법은 일반어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아듣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배려하는 말을 만드는 것입니다."

김 원장은 "전문가끼리 주고받는 말이야 어려워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민의 생활과 관련된 말이 어려우면 누군가에겐 큰 고통이 따른다"며 전문용어를 쉬운말로 다듬어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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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이 2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2022사이언스 얼라이브'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전문용어를 일상어처럼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문용어를 다듬고 만드는 비법은 일반어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알아듣고 함께 나눌 수 있는 배려하는 말을 만드는 것입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20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국제협력관에서 열린 '2022사이언스 얼라이브' 기조연설에서 과학용어를 다듬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과학, 의학 전문용어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들에게 사용되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전문용어의 의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사용되면서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의 방역지침에서 전문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해 방역지침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김 원장은 "전문가끼리 주고받는 말이야 어려워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민의 생활과 관련된 말이 어려우면 누군가에겐 큰 고통이 따른다"며 전문용어를 쉬운말로 다듬어야 하는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대중이 사용하기 적합한 언어는 실용성, 편리성, 효용성,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 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성과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진정성도 갖고 있어야 한다. 전문용어가 가리키는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한 대표성도 중요하다.

이러한 가치가 고르게 반영되지 않으면 어딘가 어색한 대체어가 탄생하게 된다. 김 원장은 "천문학에서 '블랙홀(Black hole)'을 '검은 구멍'으로 순화하려고 했지만 결국 대체어가 되지 못했는데 이는 대중들에게 공감을 얻어내기 부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슬옹 원장은 이어 전문용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오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체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그는 "학교에서 누구나 조어법, 단어를 조합하는 법을 배우지만 막상 사회에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때까지 배운 조어법은 낱말을 분류하는 방법에 치중돼 있어 실제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능력을 키우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슬옹 원장은 전문용어를 순화할 대체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중과 전문가 모두 조어법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어법은 단순히 단어를 이어 붙이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긴 단어를 생산성이 높은 줄임말로 만드는 법이 있으며 또 옛 우리말이나 다른 나라의 언어에서 빌려오는 것도 가능하다.

단어를 줄여서 생산성을 높인 예로는 '수능(수학능력시험)'이 있다. 옛 우리말을 현대적 개념으로 바꿔 도입한 예로는 '같은 뜻을 가지고 패를 이룬 무리'를 뜻하는 '동아리'가 있으며 외래어를 빌려온 사례는 "버스(Bus)'가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전문용어의 대체어나 신조어는 문화적 배경이나 맥락에 따라 대중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대중과 전문가가 전문용어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선 다양한 후보를 제안할 수 있는 조어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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