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인권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정부 '야당 기획수사'는 인권침해"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이 당 인권위원회를 새로 출범시키면서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 수사'를 '인권 침해'로 규정했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에 이어 인권위원회 또한 정치 탄압 대응 활동을 예고하면서 당 내 각종 위원회 활동이 '당 대표 보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민주당 인권위원회 출범식 및 제1차 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최근 윤석열 정부에 의한 인권 후퇴가 일상화되다 보니 또다시 인권의 중요성이 매우 심각하게 대두되는 것 같다"면서 인권위 출범 취지를 설명했다.
이 대표는 "옛날에 우리가 '막걸리 보안법'이라고 기억하는 일이 있다"면서 "혹시 이 말 했다가 압수수색당하지 않을까, 이 말 했다가 혹시 문제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다져내 퇴행을 막고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뿐 아니라 실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경우에 당이 적극 나서서 인권 개선, 인권 침해 방지, 구제 활동에 적극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9월 당 인권위원장에 임명된 주철현 의원은 향후 활동 과제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 국가폭력범죄 방지 등을 꼽으며 윤석열 정부의 전(前) 정부 및 야당 대상 수사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주 의원은 "윤석열 정권이 진행하는 전 정권 인사, 야당에 대한 전방위적 기획수사는 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를 겨냥한 표적 수사이며 정치적 탄압에 다름 아니다"라며 "반헌법·반인권적 작태가 정치검찰에 의해 조직적, 악의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며, 피의사실 공표, 명예훼손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원회는 이 대표와 어떤 정권, 시대든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켜지고 인권 상황이 개선되도록 온 힘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 내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표직 사퇴 주장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전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지금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것이 이 대표를 위해서도, 민주당을 위해서도 별로 지혜롭지는 않다"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 의원은 "일반적으로 그런 문제가 있으면 사실은 당 대표를 하면 안 된다"며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당 대표를 한다고 할 때 반대했던 것으로 지금 사태가 예견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당은 '조작·기획 수사다' '야당 탄압이다'라고 나갈 수밖에 없을 텐데 총선까지 이어지지 않겠는가"라고 전망하고 "당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인데 이 대표가 어떤 것이 가장 지혜로운지 정말 냉철하게 계산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설훈 의원도 지난 16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지금이라도 당 대표를 내려놔야 한다"고 했다. 설 의원은 "당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고 당이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명명백백히 결백하다면 지금이라도 당 대표를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해서 국민들로부터 '역시 이재명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지금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친문계 김종민 의원도 지난 12일 KBS 라디오에 나와 "이 대표가 죄가 있거나 이 대표 주변에서 범죄를 했다면 단일대오로 (이 대표를) 지키는 게 민주당이 망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었다. 김 의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 당시 시장이 임명한 정치적 인사"라며 "그 정치적 인사가 책임을 맡아서 대장동 일당의 범죄 행위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서 이 대표나 주변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건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 늦은 밤 자신의 SNS와 팬카페에 "길고 깊은 겨울이 옵니다. 추울수록 몸을 서로 기대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함께 힘을 모아 이겨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검찰의 수사 압박이 날로 더해지는 가운데 당 안팎에서 사퇴 요구가 쏟아져 나오자 지지층에 결집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어리 기자(naeor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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