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달러 투자 시기 놓쳤다면… “달러예금 고려하고 분산 투자해야”
“내년 상고하저… 단기 환차익 노린 접근 위험”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마저 넘어섰던 강(强)달러 기세가 꺾이면서 환테크족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테크족의 바람과는 다르게 달러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20일 오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원가량 내린 1300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종가는 전일 대비 2.5원 내린 1,302.9원이었다. 일본 중앙은행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초저금리 금융 완화 정책을 내년 4월 이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국제 환율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엔화가 강세가 되면, 달러화는 상대적으로 약세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달러를 고점에서 사들였거나 고점 매도 기회를 놓친 투자자라면, ‘달러정기예금’을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기인 만큼 은행권의 달러정기예금 금리도 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전문가는 단순히 환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사들이는 접근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경기침체를 방어하고 자산을 분산해 운용하는 관점에서, 달러를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 금리 5%대 달러정기예금으로 환차손 방어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거주자 가입 달러(USD)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연 5%(세전)를 넘어섰다.
전날 오후 기준 시중은행의 거주자 외화정기예금에 미국달러 예치 시 세전 금리를 보면, 12개월 만기 기준 ▲KB국민은행 연 5.38% ▲우리은행 연 5.24% ▲하나은행 연 연 4.94%, ▲신한은행 연 4.81%, ▲SC제일은행 4.69% 등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거주자는 내국인과 국내기업, 국내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 등을 의미한다.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금리는 우리은행의 달러정기예금이 연 5.12%로, KB국민은행(5.08%)보다 더 높다. 7일 이상 1개월 미만 금리를 보면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이 각 연 4.07%, 신한은행 연 3.84%, 하나은행 연 3.57% 등이다. 6개월 전(6월 19일)만 해도 해당 기간 금리가 0.5%대 수준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이자율이 크게 오른 셈이다.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따라 달러예금통장 금리도 올랐다. 은행들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신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특별 금리와 경품 등을 내세워 외화 예금 유치 경쟁을 펼친 것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주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으로 미국달러 정기예금 수요가 11월까지 꾸준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에는 대내외 경제 상황 불안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수요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자 주식과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이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로 돈이 몰렸다. 원·달러 환율 추이를 보면 9월 28일이 1439.9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 전환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년 리세션(recession·경기 후퇴)이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은 있다”면서 “이 시점을 매도 타이밍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환율 방어 등을 감안하면 1500원 선을 육박하는 식의 급등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엇갈리는 전망… “분산 투자로 접근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단기 환차익보다는 ‘자산 배분’과 ‘해외 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달러화를 매입, 보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윤희 신한은행 압구정중앙PB센터 팀장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큰 데다 현 환율 수준 상 환차익을 노리고 접근하기는 어려운 시장”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과 해외자산 투자 기회,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 등을 고려해 달러화도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구성하는 접근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시중은행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 상당수는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아래 수준에서 달러를 매입해 보유 중이다. 이들은 환차익 기대보다는 자산 분산 관점에서 ‘달러 중장기 보유’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전체 자산의 10~20%는 미국 달러로 보유한다는 계획 하에, 자산 비중 기준선에 따라 적정 시점이라고 판단되면 보유 달러 일부를 매도하거나 추가 매입하는 식이다.
김 팀장은 “자산가들은 과거 금융위기나 코로나 팬데믹 등 돌발 악재가 생겼을 때마다 달러 자산이 유일한 보험 역할을 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산 일부를 달러로 보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오르내리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달러 보유의 목적에 따라 대응 전략도 다르다. 그는 “미국 주식이나 부동산 등 해외자산 투자를 통해 달러 자산 비중이 커진 고객 중에서는 달러 비중을 축소 조정하기 위해 일부를 매도해 수익화한 경우도 있고, 반대로 자녀 교육이나 향후 해외자산 투자 기회를 엿보고 달러 비중을 계속 늘리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 시장에서 원·달러 전망도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반등하며 1400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환율이 이미 정점을 지나 하락 전환하며 내년 11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내외 기관들의 환율 전망치는 상이하나 대체로 내년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에 오르고 하반기에 떨어지는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KIET)은 2023년 경제전망에서 상고하저 흐름 속에 평균 132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환율 평균치가 올해 전망치(평균 1305원)보다 높은 1360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내년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유럽중앙은행(ECB) 긴축 전환 등으로 달러 강세가 완화하겠으나, 기저효과 탓에 연평균 환율은 1360원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 정점 지연, 지정학적 위험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하면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아시아권 통화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미국의 금리 정책 변화를 전제로 “내년 원·달러 환율이 1130~1350원대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봤다. 이 보고서는 “내년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추고 필요에 따라 금리 인하까지 고려한다면 달러 지수(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100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달러 지수는 지난 9월 114.29까지 치솟았다 내림세로 19일 종가 기준 104.29를 기록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중금리와 통화정책,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달러 강세 요인들이 조금씩 진정되고 있는 만큼 원·달러환율도 과도한 오버슈팅(폭등) 영역을 빠르게 탈출하고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의 추세가 전환되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0월 말 기준 거주자 달러화예금 잔액은 전월보다 75억4000만달러 늘어난 848억달러였다. 미국 달러, 엔, 유로, 위안화 등 전체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전월보다 81억5000만달러 늘어 976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미 달러 예금 비중이 전체 외화 예금의 약 86.8%다.
최근 외화예금 잔액이 늘어난 데는 기업이 수출입 결제대금 예치를 늘리고, 현물환 매도를 지연한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달러가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 매도를 늦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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