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이자에 살얼음판 분양시장…청약경쟁률 8년만에 한자릿수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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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이자 부담에 분양가 상승까지
전국 1순위 평균 8.5대 1
서울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 매달린 얼음 뒤로 아파트가 보이고있다. [김호영 기자]
올해 분양시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그 자체다. 당첨만 되면 수 억원의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어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여겨졌던 지난해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진지 오래다. 올해는 전국 청약경쟁률이 2014년 이후 8년 만에 한자릿수로 내려앉았다.

20일 리얼투데이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전국 1순위 청약경쟁률(12월 7일 기준)은 평균 8.5대 1로, 2014년(평균 6.7대) 이후 8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작년 1순위 경쟁률 평균(19.1대 1)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1순위 청약경쟁률은 2015년 11.1대 1을 기록한 뒤 2016년(14.3대 1), 2017년(12.0대 1), 2018년(14.2대 1), 2019년(14.8대 1) 등 매년 두자릿수를 유지해왔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전국 평균 경쟁률이 26.8대 1까지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19.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돼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데다가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는 계속 상승하면서 청약 매력을 반감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까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지만, 현재 3.25%까지 치솟은 기준금리는 분양시장을 빠르게 위축시켰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과 중도금대출의 이자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승도 청약경쟁률을 저하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석열 정부는 신규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상한제 가격 현실화와 고분양가 심사제도 완화 정책을 꺼내들었다. 아울러 서울과 과천·성남·광명 등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규제지역에서 모두 해제했다. 고분양가관리제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지역별 분양가 상승 추이를 보면, 3.3㎡당 2945만원이었던 작년 서울 평균 분양가는 올해 3522만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울산 321만원(1488만원→1809만원), 대구 316만원(1716만원→2032만원), 대전 275만원(1330만원→1605만원) 순으로 상승했다.

금리 인상·분양가 상승…썰렁한 분양시장
기존 아파트 시장이 하락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은 분양시장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역별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을 보면 세종시가 평균 397.3대 1로 가장 높았다. 전국 청약이 가능한 세종시에서 분양가가 저렴한 10년 공공임대의 분양전환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청약자들의 관심이 쏠린 탓이다.

이어 부산 37.4대 1, 인천 15.3대 1, 대전 11.9대 1, 경남 1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나머지 11개 시·도는 한자리 수 경쟁률에 그쳤다.

가장 위축된 지역은 대구였다. 한해 동안 이뤄진 1만1500가구 공급에 1순위에서 3495명만이 접수하면서 0.3대 1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울산(0.9대 1)과 전북(1.7대 1), 충남(2.7대 1) 등지도 힘을 쓰지 못했다.

문제는 올 하반기 들어 분양시장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7~12월) 전국 1순위 평균경쟁률은 4.0대 1에 불과하다.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한 지역은 대전과 부산 두 곳 뿐이다. 또 1순위에서 청약접수를 마무리 지은 사업장은 214개 단지 중 70개 단지에 그쳤다.

수요자들은 주로 전용 59㎡ 이하 소형면적(평균 13.3대 1)에 관심을 보였다. 공급이 다른 주택형에 비해 적은 데다 분양가상승, 가구구성원 감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올해 소형면적 공급비율은 11.8%(1만7953가구)로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 84㎡가 속한 중소형 면적(전용 60~85㎡이하)의 경쟁률은 7.1대 1로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다만, 중소형면적 공급율중이 70.4%로 높았던 것을 감안할 때 나름 선방한 결과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형면적(전용 85㎡ 초과)의 1순위 경쟁률도 두 자릿수(11.1대 1)를 기록했다. 대형면적 공급비율은 전체의 17.8%를 차지했다.

올해 청약시장에서는 분양가 경쟁력을 갖춘 곳의 청약 경쟁률이 높았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는 57가구 모집에 1만1385건의 청약통장이 몰려 199.7대 1을 기록했다. 총 156가구의 소규모 주상복합아파트지만 59㎡ 기준 분양가가 6억5000만~6억7000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단지 규모, 입지, 브랜드 등에서의 경쟁력이 좋아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되면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받았다.

이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4786가구 규모의 물량이 나왔지만 고분양가 인식과 84㎡형에서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등의 영향으로 인해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7대 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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