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도 목사 "구청장 바뀌고 복지시설이 졸지에 혐오시설 돼"
"서울시가 시유지에 지어준 건물, 증축한다고 고발"
"대단지 입주 전 밥퍼 이전해 달라는 민원? 극소수다"
동대문구 청량리역 근처에서 34년간 노숙인 상대로 무료 급식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운영해 온 최일도 목사(다일복지재단 이사장)가 불법 증축을 이유로 철거 위기에 놓이면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 목사는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현재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이 밥퍼를 향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졸지에 구청장 한 분 바뀌었다고 왜 복지시설이 혐오시설이 되고 불법 시설이 돼야 하냐"고 호소했다.
위기의 시작은 지난해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최 목사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건축법 위반 등의 이유로 고발했다. 이에 앞서 밥퍼는 노숙인 재고용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고독사 방지센터'를 건설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건물 증축 공사를 개시했는데, 이것이 동대문구청의 건축물 허가를 받지 않았고, 다시 서울시의 시유지 사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그런데 역설적인 건 애초 현재의 건물을 지어준 것도 서울시였다는 점이다. 밥퍼는 1989년 동대문구청의 허가를 받고 설치한 가건물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해 왔는데, 2009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하수관로 공사를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맞은편 시유지에 새 건물을 지어준 것이다. 하지만 동대문구의 건축 허가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건물 자체가 무허가 상태인 채로 13년간 놓여 있었다. 최 목사는 "우린 구청 말이 다르고 시청 말이 달라서 피해를 본 순수 민간단체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말 때문인지 오세훈 서울시장도 사건을 인지하고 나서는 고발을 취하했다. 서울시와 밥퍼 측은 증축이 완료된 건물을 서울시 측에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최 목사는 "오 시장이 분명히 나는 이거 알지도 못했고, 알았으면 내가 분명히 고발 못하게 했을 것이다라면서 고발한 과장을 대기발령하고 사과를 했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필형 구청장은 그런 합의를 해준 오 시장도 못마땅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의 관계는 정리됐지만 동대문구청장이 바뀌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구에 따르면, 다일복지재단은 식당 및 식자재 저장공간으로 활용할 3층 규모 건물 2동을 짓겠다면서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한 후 신축하는 방식으로 건축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단 측이 신청 내용과 달리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무단증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구청은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밥퍼 측은 건물을 부수고 신축할 자금이 없다는 입장이다.
"'밥퍼' 지지하는 새 입주자도 많아"
최 목사는 밥퍼에 대한 압박이 거세진 계기로 일정한 민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그는 "청량리에 내년 봄부터 65층짜리 건물 대단지에 약 5,000가구가 입주하는데, 이분들 중에 한 200여 명이 끝없이 구청과 시청에 우리 들어가기 전에 밥퍼 좀 없애 달라, 만약에 그게 꼭 필요한 시설이면 다른 데 대체 부지를 만들어서 이전시켜 달라고 부탁을 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여론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천 가구 새로 들어오는 주민 중에서도 저희에게 연락하기를 '밥퍼 절대 혐오시설 아닙니다' '함께 있어 주세요' '저희들은 동대문구의 자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는 분들도 너무 많다"면서 "좋은 일이지만 안 보이는 데서 해 다오, 이런 분들 많지 않다. 극소수다"라고 강조했다.
애초 이 구청장은 지방선거 때 "밥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적극 내세운 바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최근 내놓은 에세이집 '동대문을 걷다'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캠프의 반대를 뿌리치고 밥퍼 문제를 다루면서 "주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들불처럼 퍼졌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이 구청장이 자신과의 면담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제가 여섯 번을 만나 달라고 간청을 했는데 아직 한번도 만난 일이 없다"면서 "구청장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없어질 밥퍼면 진작 없어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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