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바로 앞에 놓인 추모 꽃다발...정부 '스쿨존 완화' 추진
[앵커]
눈이 내렸던 지난 주말, 어린이보호구역 바로 앞에서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처럼 어린이보호구역 취지가 무색하게 어린이 인명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오히려 정부는 속도제한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취재기자 나가 있습니다. 이준엽 기자!
사고 사흘 뒤인데 현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제 바로 뒤에 어린이보호구역 표지판과 바닥 표지가 보이실 겁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코앞에서 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을 듣고 추모객들이 꽃다발을 놨습니다.
길을 지나던 주민들도 오며 가며 눈에 밟히는지 눈을 감고 묵념하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지난 17일 오전 9시 10분쯤 이곳 건널목에서 초등학교 6학년생이 숨졌습니다.
교차로를 건너 직진하던 시내버스에 치인 건데요.
경찰 조사에서 40대 버스 기사는 뛰어오는 어린이를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길이 얼어 버스가 미끄러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인근 아파트 경비원도 YTN 취재진에 빙판길 사고로 보인다고 말했는데요.
전날 밤부터 내린 눈이 쌓여 있었는데, 제설 작업이 미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은 자동운행기록장치를 확인해보니 당시 버스는 시속 40㎞로 달리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눈이 2㎝ 미만으로 쌓여 20% 감속해야 하는 걸 고려해도 제한 속도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과속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시속 30㎞ 제한이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을 겨우 몇 미터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앵커]
안타까운 사고가 났는데 정작 정부는 어린이보호구역 제한을 완화하려는 방침이라고요?
[기자]
지난 14일 법제처가 이른바 민식이법 완화를 권고했습니다.
지금은 주중이건 주말이건, 낮이건 밤이건 관계없이 상시 적용되는 속도 제한 규정을 시간대와 요일에 따라 완화하라는 건데요,
심야시간대 교통사고 발생이 다른 시간대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근거로 댔습니다.
또, 주말의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주중의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고 덧붙였는데요.
그러나 정부의 속도 제한 완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지난 주말 이곳에서 벌어진 사고도 어린이보호구역 바로 앞에서 일어났고, 지난 2일엔 서울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음주 운전 차량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이처럼 관련 사고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운전자 편의만 생각해 규제를 완화하는 게 법 제정 취지에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 세곡동에서 YTN 이준엽입니다.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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