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가, 전국 40만 가구 월패드 해킹…해외사이트에 유통 글도

식당 등에 설치된 무선공유기 먼저 해킹해 접근하는 치밀함도
아직 실제 유통 여부 확인은 안 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 사진=연합뉴스

아파트 거실 벽에 설치된 월패드(주택 관리용 단말기)를 해킹해 주민들 일상을 불법 촬영한 30대 남성이 체포됐습니다.

오늘(2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월패드를 해킹하고 집안을 몰래 촬영한 영상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판매하려던 이모 씨를 지난 14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불구속 수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아파트 월패드 중앙관리서버와 각 세대 월패드를 해킹해 가정 내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월패드는 아파트 벽면에 부착돼 방범·방재·조명제어 등을 수행하는 태블릿형 기기로 카메라가 장착돼 있습니다.

경찰청이 공개한 피의자 범행 개요도 / 사진=연합뉴스

이 씨는 3개월간 전국 638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월패드를 관리하는 아파트 중앙관리서버와 40만 4847가구에 설치된 월패드를 차례로 해킹했습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식당과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무선공유기를 먼저 해킹해 경유지로 활용한 뒤 아파트 단지 서버에 침입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촬영한 영상물을 해외 사이트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사진 파일 45장과 영상 2개를 첨부하며 '관심 있으면 메일을 보내라'라는 글을 작성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판매가 이뤄졌거나 제3자에게 유출된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 씨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월패드가 해킹에 취약해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 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1년여간의 수사에 걸쳐 용의자를 체포한 것으로, 경찰은 이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지난 16일 서울동부지법에서 기각됐습니다.

경찰은 이 씨가 주민의 신체 등 민감한 사생활이 담긴 영상물도 여럿 촬영했다는 점에서 성적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후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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