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김경수 사면? 권력의 잔머리... 나라도 안 받아"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베풀려면 확실하게"
"한동훈, 정치 소질 없어... 발 들이지 말아야"
"여야 대립 격해진 정치권, 저질스러워"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016년 12월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신년기획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수 성향 원로 정치인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국민의힘 당대표 차출설이 나도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능력이 출중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설을 두고서는 "권력 상층부가 그런 식으로 잔머리 굴렸다면 점잖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윤 전 장관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권에서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가장 스타가 됐던, 핫했던 사람을 꼽는다면 누구냐'는 질문에 "언론의 반응으로 볼 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을 "자기 논리, 분명한 자기 생각이 있고 자기 생각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논리화하는 능력도 있고 전달력도 좋더라"고 평가하면서다.

진행자가 '당대표 차출설도 나왔다'고 하자 "재목이라는 건 적재적소가 있는 것이지 논리가 명쾌하다고 정당 대표가 되는 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윤 전 장관은 "검사로서,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명쾌한 것만 가지고 정당의 대표가 되는 건 (아니다)"며 "정당 대표는 또 다른 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며 "국회의원 하겠다는 것까지 굳이 말리고 싶지 않지만 국회의원 가면 거기서 그치겠는가, 주변에서 그치지 않게끔 상황을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 아예 정치에 발 들여놓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주당, '개인비리' 대표 지키려 떳떳지 못한 짓 자꾸 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서울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또 "정치에 소질이 있어 보이면 하라고 권하겠지만 제가 볼 때엔 정치에 소질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다른 쪽으로 갔으면 크게 성장하고 나라에도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인물 하나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망가지는 건 하지 말라"고 거듭 말렸다.

윤 전 장관은 '정치에 소질이 없다'고 말한 근거로 법조인 경력을 들었다. 판사 출신이었던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전례도 언급했다. 그는 "이회창 총재를 몇 년 동안 모셨는데 역시 법을 전공하고 평생 법을 집행하는 일에만 계신 분들은 이거 하면 안 된다,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며 "이 총재가 정치라는 건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과 다른데 재판처럼 보더라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최근 여야 간 대립이 더 격해진 정치권 상황을 두고서는 "싸움의 성격이나 양상이 아주 저질스러워졌다"고 개탄하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먼저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당이 권력을 나눠 갖기 위해 다른 세력이 못 들어오게 해 항상 적대적 공생관계를 편하게 유지해왔는데 요즘에는 싸움이 격렬해졌다"며 "원내 제1당이라는 거대한 정당이 대표의 개인비리를 지키려다 보니까 국민들이 볼 때 아주 떳떳하지 못한 짓을 자꾸 하게 된다"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 선출 직후 만났어야"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12일 오전 경남도청 앞 기자회견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이 복권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창원=연합뉴스

여권에도 쓴소리를 이어갔다.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선출됐을 때 바로 만났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수당 대표니까 나라 형편이 어렵고 상황이 안 좋으니 전폭적으로 좀 도와줘서 잘 좀 해 나가자라고 하는 게 뭐가 나쁘냐"고 말했다.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사면하되 복권하지 않는 여권의 방침이 언론에 흘러나왔다가 김 전 지사의 거부로 흐지부지되는 양상을 두고서는 "(잔여 형기가) 5년 남은 것도 아니고 5개월 남았다는데, 이왕 베풀려면 확실하게 베풀지 이만큼은 하고 이만큼은 안 되고, 나라도 안 받겠다고 그랬겠다"며 "정말 진지하게 검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권력의 상층부에서 그런 식의 잔머리를 굴렸다면 그건 정말 점잖지 못하다"고 꾸짖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당심 100%' 반영 방침을 굳힌 데 대해서는 "당대표니까 그건 당원만을 가지고 투표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은 거 아니냐"고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한때 멘토 역할을 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대표 선거에 불리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그 양반은 언제 뿌리내린 일 있어요?"라면서도 "뿌리 없이 도전한다는 게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냐"고 칭찬인지 질책인지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