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이 알빠임?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12. 20.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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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빠임?’과 ‘안티프레즐’, 임화령 그리고 ‘약한 영웅’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2022년 월드컵 16강에서 시작한 '알빠임?'은 순식간에 밈처럼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알빠임?'(네가 누군지 내가 알 바가 아니다)만 들었을 때는 그 맥락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함께 쓰인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까지 들은 후에야 어떤 뉘앙스인지 짐작이 갔다. 알빠임이 'I'm fine'처럼 들리면서 깨지지 않는 자존감을 지닌 개인의 목소리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하나의 인상적인 단어로 정의할 수 없었을 뿐 '알빠임?'의 의미를 담은 콘텐츠와 캐릭터는 이미 대중문화에서 큰 환호를 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가장 큰 히트곡 르세라핌의 <안티프레즐(Antifragile)> 역시 '깨지지지지' 않는 마음을 지닌 주인공의 선언이 담긴 노래다. 이 노래는 클럽파티의 여왕이나 사랑에 빠진 여주인공의 목소리와 결이 다르다. 소문과 뒷담화의 대상이 되지만 신경 쓰지 않는 주인공의 목소리다. 나를 위해, 나의 길을 위해, 나에게만 집중하기도 바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Antifragile>은 타인의 시선은 환영이지만, 경쟁자는 신경 쓰지 않고, 하찮은 충고 따위 이미 필요 없다. 그저 내 세계를 위해 걸어가겠다는 의지를 중독적인 리듬에 실어 계속해서 속삭인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슈룹>의 주인공 임화령(김혜수)이 사랑받았던 이유도 비슷하다. 그녀가 지닌 깨지지 않는 자존감이 매력이었다. 그간 사극에서 중전은 왕을 바라보며, 왕자를 키우며, 궁의 예법을 위반하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었다.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왕의 총애와 세자를 등에 업고 이뤄졌다. 하지만 슈룹의 임화령은 궁궐여인의 삶이 알빠임? 직접 궁의 세계를 자신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깨지지 않는 개인이란 이미 자기 세계의 자존감이 충만한 인물이다. 그렇기에 기존 세계의 법도가 어떠하건 불합리한 것이라면 나만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약한 영웅 Class 1>의 주인공 연시은(박지훈)은 어둡고 조금은 안쓰러운 '알빠임?'의 분위기를 풍긴다. 연시은은 공부 말고는 관심이 없는 자발적인 '아싸'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어떤 애들도 깨뜨릴 수 없는 음울한 아우라가 있다. 사실 연시은은 부모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경쟁심이 높은 아이라 성적에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연시은의 높은 성적은 애정 없는 부모 대신 그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택한 일종의 방어막에 가깝다. 높은 성적이란 깨지지 않는 세계에서 연시은은 자존감을 찾으며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빈(김수경)이 오범석(홍경)을 통해 연시은의 목에 펜타닐을 붙여 시험을 망치게 하자 방어막은 깨진다. 연시은은 방어막을 깨뜨린 영빈을 응징하며 약한 영웅의 길을 걷는다. 물론 영빈은 타고난 싸움꾼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맷집이 좋고, 또 그는 싸움 전에 자신만의 눈으로 주변을 살피며 싸움의 유리한 고지를 판단하는 날카로운 눈을 지녔다.

<약한 영웅>은 '알빠임?'의 주인공들이 타인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하다. 연시은은 첫 싸움의 승리로 무리하게 폭주할 순간에 노출된다. 그때 그를 말리는 것이 같은 반 파이터 안수호(최현욱)다. 안수호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살아가는 <약한 영웅>의 또다른 '알빠임?'이다. 하지만 그는 자유롭게 살아온 덕에 선을 지키는 순간이 어디인지를 안다. 그 후 그들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약한 영웅> 속 두 주인공의 우정은 묘하게 흥미롭다. 우리가 흔히 봐온 '친구아이가!' 같은 끈끈한 우정이 아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조금씩 세계를 공유하는 두 주인공의 우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좀 더 풍요롭게 만든다. <약한 영웅>은 서로 물고 뜯는 주먹질의 세계에서, 그리고 '알빠임?' 개인주의 사회에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할 수 있는 존재들이 어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m fine. And you?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웨이브,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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