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대표 알렉스 휴고 "여자 프로리그, 언젠가 반드시 만들어질 것" [여자 야구 현주소⑩]

황혜정 2022. 12. 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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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40주년을 맞은 한국 프로야구는 여전히 스폿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자 야구는 프로야구가 성장한 40년 동안,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한국 여자야구의 현주소를 알아보고 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편집자주>
미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알렉스 휴고. 사진 제공 | 본인.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여자 프로 리그는 언젠가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다.”

미국 여자야구는 세계랭킹 4위의 강호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최강이었고, 2015년까지 일본에 이어 줄곧 2위를 유지하다가 최근 대만, 캐나다에 밀려 순위가 하락했다. 그러나 여전히 강하다. 미국과 맞붙어 본 대한민국 국가대표 여자야구 선수들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 선수들은 큰 체격에서 나오는 힘이 정말 좋다고 입을 모은다.

힘을 겸비한 것 말고도 미국은 야구 종주국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한국 여자야구 현주소를 알기 위해 미국 여자야구를 알아보고자 했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지난 9월 MLB에서 주최한 ‘홈런더비X’ 이벤트 참석 차 한국을 찾은 미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 선수 알렉스 휴고(Alex Hugo·27)와 최근에 서면으로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렉스는 2018년부터 미국 여자야구 대표팀에서 뛰기 시작해, 2019년 아메리카 여자야구 대회인 ‘팬 아메리카’ 대회에서 MVP를 수상, 그해 미국 야구 올해의 스포츠우먼을 수상한 미국 여자야구 에이스다. 그에게 미국 여자야구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한국은 환상적이었다. 모두가 친절했고, 야구 열기가 굉장히 높다고 느꼈다.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알렉스는 8살 때 소프트볼을 시작해 017년까지 프로 소프트볼 선수로 활동하다가 2018년 야구 선수로 전향해 미국 여자야구 대표팀에 발탁됐다. 그는 “야구가 더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최근엔 주로 2루수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1943년 미국 여자프로야구 리그(AAGPBL)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 출처 | AAGPBL 홈페이지
미국에서는 한때 여자프로야구 리그(AAGPBL)가 운영된 적이 있다. 남자 선수들이 2차 세계대전에 투입되면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다. 1948년 총 10개 팀으로 운영된 AAGPBL은 12년 동안 약 600여 명의 여성이 선수로 뛰었다. 선수들이 급여를 받으며 뛰었기 때문에 정식 프로리그였던 것이다. 인기도 높았다. 한 경기에 2~3000명의 팬을 몰고다니며, 1948년 한해에만 약 91만명의 관중이 여자프로야구 경기를 찾았다.

그러나 1950년대 들어 TV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를 보기 시작했고, 여자 프로리그의 수익이 점차 감소했다. 몇몇 팀이 해체되며 결국 1954년 9월을 마지막으로 리그가 종료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톰 행크스, 지나 데이비스, 마돈나가 출연한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년)다.

미국은 현재 대한민국처럼 여자 프로리그가 없다. 따라서 미국 야구 국가대표라 할지라도 운동과 생업을 병행해야 한다. 알렉스는 “나는 운이 좋게도 생업도 스포츠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나는 배우자와 함께 야구 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소년·소녀를 대상으로 한 MLB 캠프에서도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알렉스는 여자 프로 리그의 재탄생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다시 프로 리그가 생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광고를 적절하게 혼합한 명확한 비전뿐만 아니라 올바른 투자자가 후원한다면 프로리그의 탄생은 확실히 가능하다. 곧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대학무대에 남성과 함께 뛰고 있는 여자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프로무대인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1992년 MLB가 ‘여자 선수와 계약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삭제하며 MLB에서 뛰는 여성의 탄생 가능성을 열어놨다.

알렉스는 이에 대해 “여성과 남성은 신체 조건이 다르다. 그 점에서 여성이 MLB 같은 최고 수준의 프로 무대에서 경쟁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성이 남성들의 무대에서 함께 경쟁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여자 선수의 가능성을 긍정했다.
여자야구 선수 애쉬튼 랜스델, 에리카 피앙카스텔리, 알렉스 휴고, 죠슬린 알로(왼쪽부터)가 16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컬쳐파크에서 열린 ‘FTX MLB 홈런더비 X 서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9. 16.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알렉스는 ‘팬 아메리카’ 대회에서 7경기(전경기) 출장해 타율 0.652, 타점 18개, 홈런 4개, 안타 15개, 도루 6개를 기록하며 미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부담감을 이겨내면서 노는 게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다. 내 일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재미를 잃게 되고 내가 하고자 하는 대로 운영하기 어렵다. 나는 그 순간을 즐겼고 미국 대표팀은 모두가 힘을 합쳐 폭발적인 일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알렉스는 미국 여자야구 대표로서 유소녀 야구 선수들에 롤모델로 떠올랐다. 그는 “국가대표로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운동선수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겸손해지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어린 아이들이 근면과 끈기를 통해 많은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를 바란다”고 했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알렉스는 “그들이 야구에 대해 갖고 있는 열정과 헌신을 느꼈다. 국가와 관계없이 여자 야구가 환상적인 점은 모든 팀이 자국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갖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 선수들은 자신보다 더 큰 것을 위해 뛴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알렉스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야구 캠프를 더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가대표를 통해서든 MLB를 통해서든.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을 도울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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