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억 중 사망자 2명이라니”…중국 코로나 통계 불신 확산
당국은 “이틀 간 7명 사망” 발표
‘코로나 감염’ 초등생 사망 소식에
누리꾼 “통계 어떻게 믿냐” 비판
중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방역 완화 이후 베이징 등지에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남부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초등학생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부 통계에는 이런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사망하더라도 주된 사망 원인이 코로나19가 아닌 경우 사망자 통계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명 발생했다고 20일 밝혔다. 전날 베이징에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틀 동안 모두 7명의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이에 따른 중국 내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모두 5242명이다. 중국 정부 공식 발표상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확인된 것은 지난 3일 산둥(山東)성과 쓰촨(四川)성에서 각각 1명의 사망자가 나온 이후 보름만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같은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이달 초 방역 완화 이후 화장장에 시신이 쌓이고 장례시설이 부족할 정도로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 발표에서는 이런 현실이 전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위건위가 베이징에서 코로나19 사망자 2명이 발생했다고 발표한 전날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중국 인구) 십수억 명 중에 (사망자가) 불과 2명이라니 놀랍다”며 “공황을 조장할 필요는 없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광시좡족자치구 허저우(賀州)시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초등학생이 숨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숨진 학생의 부모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이 지난 13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자가 격리하던 중 17일 아침 갑자기 숨졌다”는 글을 SNS에 올렸는데 시 방역당국이 “(해당 학생이) 양성 판정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고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 왜 해당 사례는 포함되지 않았느냐”며 “감염자가 줄고 사망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당국의 발표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서방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사망자가 속출했을 때도 수치를 정확히 공개하며 경각심을 줬다”며 “왜 우리는 사망자를 은폐하고 통계를 축소하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별거 아니다’라는 말로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부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방역 완화 이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대폭 축소되면서 공식 확진되는 감염자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확진 판정 후 사망하더라도 코로나19가 주요 사인으로 판명되지 않으면 정부 사망자 집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가 지난 6일 내놓은 문서를 토대로 현재 중국에서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주요 사망원인이 코로나19인지 여부가 기준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하더라도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사인으로 판명되지 않으면 관련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기저질환자는 감염 후 질병이 악화돼 사망하더라도 코로나19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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