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파느니 물려주자"… 노원 주택 거래 4건 중 1건 '증여'

정영희 기자 2022. 12. 2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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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의 전국 주택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9.0%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내년 증여 취득세 산정 기준이 시가인정액으로 변화하는 데다 증여 후 매도 시의 이월과세 기간이 10년으로 확대되며 절세가 까다로워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사진=뉴스1
올 들어 전국 주택 거래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를 둘러싼 세제에 변화가 생기며 '절세 막차'를 통해 증여를 마무리하려는 시도가 잦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거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의 전국 주택 거래량 80만6972건 중 증여는 7만3005건으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래 10월 누적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에는 전체 주택 거래량 162만여 건 중 8.5%(13만7248건)가, 2020년에는 전체 거래량 202만여 건 중 7.5%(15만2427건)가 각각 증여였다.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며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상황에서도 증여 비중은 높아지는 모습이다.

주택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이다. 서울의 올해 주택 증여는 1만613건으로 전체 거래의 12.5%를 차지했다. 특히 노원구의 증여 비중이 27.9%로 서울 내에서 가장 높았다. 주택 거래 4건 중 1건 이상이 증여였다는 의미다. 종로구(21.4%) 용산구(19.6%) 서대문구(17.9) 중구(16.1%) 가 그 뒤를 이었다.

지방의 경우 대구의 증여 비중이 서울 다음으로 높은 11.9%였다. 이어 제주(11.8%) 전남(11.7%) 대전(9.9%) 순이었다. 경기도의 증여 비중은 8.6%, 인천은 8.1%였다.


취득세 산정 기준 '시가인정액'으로


이처럼 증여 비중이 늘어난 것은 내년부터 바뀌는 증여 취득세 산정 기준 때문이다. 종전에는 증여로 취득한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를 시가표준액 기준으로 산정했다. 공시된 토지와 주택의 가액인 시가표준액은 시세의 60∼70% 수준에서 정해진다.

2023년부터는 시가 인정액(시세)이 기준이 된다. 시가인정액은 취득일 전 6개월부터 취득일 후 3개월 사이의 매매사례가액이나 감정가액·공매가액이 있을 때 이를 시가로 삼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유사 매매사례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유사 매매사례가격은 동일 단지에서 해당 자산과 공시가격·전용면적의 차이가 5% 이내인 유사자산의 매매가액을 뜻한다.

취득세는 과세표준에 취득세율을 곱해 과세한다. 최근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며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때 과세표준 기준이 시가안정액으로 변경되면 그만큼 취득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월과세 기간 5년→10년… 집값 하락 여파도


까다로워진 절세 요건도 증여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가족이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에게 주택을 증여받은 후 5년이 지난 뒤 매도하면 양도세를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내년부터 이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널리 사용되던 이른바 '증여 후 매도'의 문턱을 높인 조치로 볼 수 있다.

집을 팔 때 바로 매도하는 것보다 배우자 혹은 자녀에게 증여한 뒤 매도할 경우 증여자 취득 금액이 아닌 증여받은 가액 자체가 취득가액으로 인정되므로 양도차익이 줄어든다. 예컨대 2019년 실거래가가 3억원인 집을 산 후 2026년 12억에 이를 매도한다면 9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한다. 올해 집값이 5억원으로 올랐고 현 시점에서 이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증여가액인 5억원을 새로운 취득가액으로 본다.

결국 2026년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은 7억원으로 감소한다. 자연히 세금을 덜 내도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선 이와 같은 특수관계자 간 우회증여를 통한 양도세 회피를 막기 위해 이월과세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월과세란 가족으로부터 증여받은 토지나 건물을 이월과세 적용 기간인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양도세를 계산할 때 증여자의 재산 취득 당시 실제 취득금액을 적용하는 제도다.

이 경우 취득가액이 낮아지기에 양도차익을 줄이는 이득은 보기 어렵다. 2023년부턴 증여받은 부동산을 5년이 아닌 10년 이상 보유해야 절세가 가능하다. 이 점을 염두에 둔 부동산 소유자들이 올해 증여세 절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빙하기에 따른 집값 하락도 증여 비율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실거래가가 내려가면 내야 할 세금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전국 아파트값 하락률은 4.79%를 기록했다. 2003년 12월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수치다. 10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 또한 전국 26만2000여 건으로 역대 최저치에 머물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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