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외 아동들이 먹는 김치 직접 만들어요” 공동생활가정 청소년 ‘김장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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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쯤.
나눔 행사에 같이 온 그룹홈 관리자들은 아동·청소년 봉사자들에게 "김칫소를 많이 넣으면 김치가 짜다" 등을 알려주며 이들과 같이 배추김치를 만들었다.
김장 행사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봉사자들은 자신들이 먹을 김치를 직접 만들면서 한편으로 다른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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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홈 아동·청소년들 모여 직접 김치 만들어
지난 17일 오전 9시 30분쯤. 인천 동구 송림체육관 일대에 칼칼한 풋내가 퍼졌다. 밤 사이 소복이 내린 흰 눈 사이로 쌓인 푸르뎅뎅한 배추와 붉디붉은 김칫소에서 나는 향이었다. 체육관에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투명한 위생모와 우비를 받아 입고 두 손에 빨간 고무장갑을 끼우며 흰 천막이 설치된 곳으로 향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날 행사에 참여한 이들 대부분 키가 작고 앳된 얼굴을 한 아동·청소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날 비영리단체 ‘사단법인 좋은변화’는 기부단체 ‘함께하는 사랑밭’의 지원을 받아 인천 지역 소규모 공동생활가정(그룹홈)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17개 단체와 함께 김장 나눔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엔 그룹홈 아동·청소년 및 사회복지사 등 150명이 약 2시간 동안 3000kg의 김치를 담갔다. 그룹홈은 한 명의 관리인과 보호가 필요한 아동·청소년 4∼5명을 모아 가족처럼 사는 소규모 단체를 뜻한다.
이날 김장 나눔 행사는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원이 적은 그룹홈의 식재료 준비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됐다. 20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12월 3주차 김치 재료 가격동향에서 배추(-47%)와 무(-4%)는 전년 대비 가격이 내려갔지만 같은 기간 양파(84%)와 대파(50%)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권도혁 좋은변화 이사는 “고물가 상황에서 그룹홈이 겪는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한창 잘 먹어야 할 나이의 아동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공동생활가정에 김치는 매번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인천은 영하 6도가량으로 한파가 불어닥쳤다. 그러나 그룹홈 아동·청소년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김치 만들기에 매진했다. 오전 10시가 되자 이들은 15명씩 조를 나눠 천막 아래 10개 구역에 흩어져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탁자 위 한쪽엔 소금물에 절인 배추를 쌓아놓고 다른 한쪽엔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김칫소를 부었다. 아동·청소년 봉사자들은 고사리손으로 배춧잎마다 김칫소를 집어넣었다. 나눔 행사에 같이 온 그룹홈 관리자들은 아동·청소년 봉사자들에게 “김칫소를 많이 넣으면 김치가 짜다” 등을 알려주며 이들과 같이 배추김치를 만들었다.
김장 행사에 참여한 아동·청소년 봉사자들은 자신들이 먹을 김치를 직접 만들면서 한편으로 다른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2년째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김성령(17)양은 “그룹홈에 살다 보니 후원과 기관 도움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엔 내가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뜻깊다”고 말했다. 4년째 그룹홈에서 사는 고주희(20)씨는 “그룹홈 가족들과 함께 나눔 활동을 해서 보람찼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후원한 함께하는 사랑밭의 박희철 대표이사는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활동이 다가 아니다”라며 “그룹홈 아동·청소년들이 누군가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준 것을 기억하고 다시금 사회에 사랑을 베푸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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