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쌓은 네트워크, 스타트업에 이식…기업 중매로 혁신 만든다

고석용 기자 2022. 12. 2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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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이오 스타트업은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얻고 협업할 수 있었을까.

표준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지원사업인 '빅3 혁신분야 창업패키지'의 협업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이 대·중견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빅3 스타트업들의 사업모델을 분석하고 표준협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중견기업과의 협업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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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벤처요람-한국표준협회]중기부 '빅3' 협업 분야 주관기관
김운식 한국표준협회 창업성장센터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웨어러블 재활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 엑소시스템즈는 내년부터 전신근육이 약화되는 유전질환인 척추성근위축증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엑소시스템즈 기기는 몸에 부착하면 생체신호를 측정해 근육 활동을 분석하는데 이를 활용하면 척추성근위축증 환자들의 상태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다. 척추성근위축증 치료에 설립 6년차 스타트업의 기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다. 로슈는 병원, 환우회 등을 설득해 엑소시스템즈의 모니터링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바이오산업용 필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움틀은 셀트리온 실험실의 보틀톱 필터 납품을 앞두고 막바지 절차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움틀의 제품으로 교체하면 수급도 빠르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설립 3년차로 아직은 부족한 움틀의 기술 완성도를 위해 셀트리온은 자사의 개발 인프라와 설비를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며 제품 실증도 지원했다. 움틀은 이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다른 바이오기업으로의 납품도 추진하고 있다.

두 바이오 스타트업은 어떻게 글로벌 기업들의 신뢰를 얻고 협업할 수 있었을까. 두 협업을 이어준 중매인은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로도 등록한 한국표준협회다. 표준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지원사업인 '빅3 혁신분야 창업패키지'의 협업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지난해부터 바이오·헬스, 시스템반도체 스타트업이 대·중견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운식 표준협회 창업성장센터장은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들은 필요한 부분들이 서로 다르다"며 "기업들의 필요에 맞게 정확한 파트너들을 매칭시키고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표준협회의 역할"이라고 했다.
"1만여개 기업 네트워크 활용…전담코디 배치해 효과 극대화"
표준협회가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 덕분이다. 표준협회는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물론 경영방식과 품질을 표준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60여년간 성장을 지원한 4300여개 회원사와 관계·협업기업 등 국내외 1만여개의 기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전문 '협력 코디네이터'를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빅3 스타트업들의 사업모델을 분석하고 표준협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중견기업과의 협업을 주도하는 조직이다. 올해는 금융사 부사장, 철강 대기업 퇴직임원, 현직 액셀러레이터 등 산업계 전현직 코디네이터로 33명을 선발했다.

김 센터장은 "기존 오픈이노베이션 행사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을 공개 모집하고 매칭만 해주는 행사성 프로그램이 많다"며 "그런데 그렇게 매칭을 하면 양쪽 모두 협업을 논의만 할 뿐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디네이터들을 선발해 협업사업을 주도하고 기업 간 모든 미팅에 배석해 양측의 입장을 중재하도록 했더니 상당히 효과가 컸다"고 강조했다.
"글로벌기업과 협업 늘릴 것…스타트업 보육기관으로 도약"
표준협회는 앞으로 국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간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의 기술수준은 이미 상당히 높아 국내에서 성장하기에는 시장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늘려야 한다"며 "표준협회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해 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트업 보육·투자 등 액셀러레이터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표준협회는 2020년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해 스타트업 초기 보육과 함께 시드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공동 운용(Co-GP)했고 올해는 다른 벤처펀드에 출자도 진행했다.

표준협회의 중점사업이기도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지원을 스타트업에게도 제공할 계획이다. 스타트업이 당장 ESG를 적용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센터장은 "기업을 성장시키고 지원하는 것은 표준협회의 존재 이유"라며 "60여년간 쌓은 기업 지원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의 성장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운식 한국표준협회 창업성장센터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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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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