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서로 사겠다며 23조 베팅...‘불황 속 대박’ 미술 경매

글로벌 3대 경매사 올 매출 23조
미술계 호황 이어가며 13% 성장
크리스티 17% 상승 1위 ‘탈환’
필립스 고객 3분의1은 40세이하

5월 9 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현장. 앤디 워홀의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이 1억9504만 달러에 낙찰됐다. [사진 제공=크리스티]

세계 경제가 불황에 신음하는 가운데 미술품 경매시장은 역대 최고 매출을 올리면서 ‘안전 자산’의 가치를 증명했다. 세계 3대 경매사는 올 한해 약177억달러(약23조원)어치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6억달러에서 13.4% 늘어난 수치다.

19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술품 경매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하반기 들어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하는 경매도 나오고 있어 내년 시장의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지난해 1위를 탈환했던 소더비는 다시 크리스티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크리스티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84억달러(10조9317억원)를 기록했고 전체 경매 평균 낙찰률 85%를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경매 매출은 72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3%나 급증했다. 크리스티의 1위 탈환은 올해 천문학적인 낙찰가를 기록한 대형 경매가 잇따라 성공한 덕분이다.

크리스티가 지난 5월 개최한 경매에선 미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앤디 워홀의 총에 맞은 마릴린 먼로 초상화 ‘샷 세이지 블루 마릴린’이 1억9504만달러(2537억원)에 낙찰되며 20세기 미술 작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11월 열린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폴 앨런의 소장품 경매 첫날에는 단일 미술품 경매로는 최고인 약 15억달러(1조9515억원)의 낙찰총액을 찍으며 미술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이틀간 열린 경매에서 다섯 작품이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고 폴 세잔, 반 고흐, 폴 고갱, 구스타프 클림트, 조르주 쇠라 등 무려 27명의 작가가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매출 성장 요인 중 하나는 마스터피스(500만 달러 이상 고가 작품) 분야로 작품 거래가 작년 대비 84% 증가했다. 시장이 불안할 때 고전의 가치가 더해진다는 것을 증명했다. 크리스티의 지역별 매출 비중은 북미가 40%, 유럽·중동·아프리카가 34%, 아시아가 26%를 차지했는데 아시아 비중이 지난해 31%에서 준 것은 ‘킹달러’의 영향으로 구매력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월 9일 크리스티 뉴욕 폴 앨런 경매에서 조르주 쇠라의 ‘군상들’이 1억4900만달러에 낙찰됐다. [사진 제공=크리스티]

40세 이하 밀레니얼 컬렉터의 성장세는 특히 괄목할만했다. 밀레니얼은 크리스티 전체 구매자의 21%를 차지했고, 그중에서도 62%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구매자였다. 전후 및 동시대 미술과 동시대 아시아 미술, 명품 시장을 합산한 전체 구매자 및 응찰자의 30%가 밀레니얼이었다. 이는 5년 전 대비 127% 증가한 것(2021년 NFT(대체불가토큰) 경매 제외)이다.

소더비는 올해 총매출 예상치를 약80억달러(10조4064억원)로 발표했다. 작년의 73억달러에서 9.6% 늘어난 수치다. 다만 미술전문지 아트넷 뉴스는 소더비가 지난해에는 없었던 최근 인수한 자동차 수집 경매 등의 수익을 포함해 총매출액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2021년 말 선보인 2000년 이후 초현대미술 작품만 다룬 ‘더 나우(The Now)’ 부문이 2억4400만달러를 팔아치우는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필립스 옥션은 2년 연속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작년 대비 8.3% 증가한 약13억달러(1조6910억원)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 및 동시대미술 경매에 주력하는 필립스는 이브닝 경매 기준 평균 낙찰률 95%를 기록했다. 구매자의 47%는 신규 고객이었으며 낙찰자의 3분의 1이 밀레니얼 세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최고가로 팔린 작품은 장미셸 바스키아의 ‘무제’로 8500만달러(110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한편 크리스티는 지난해 NFT 경매로 1억5000만달러(1951억)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가상화폐 겨울’이 찾아오면서 590만달러(77억원)의 NFT를 판매하는 데 그치며 시장 규모가 96%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