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목동 주민들이 ‘나말’로 기억하는 동네는?[서울25]

김보미 기자 2022. 12. 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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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3동의 ‘나말노인정’은 내목동이라고도 불린 옛 지명 ‘나말’이 남아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목동 용왕산 서쪽에는 ‘내목동’이라고도 불렸던 ‘나말’이라는 동네가 있었다. 1970년대부터 이곳에 살았던 주민은 “주변에 논과 밭, 산밖에 없어 비만 오면 물에 잠긴 곳”이라고 기억한다. 주민들은 “장화 없이 못 산다”는 푸념을 했다고 한다.

인근을 ‘윗나말’ ‘아랫나말’로 나눠 불렀던 옛 지역명은 1991년 지어진 목3동 ‘나말노인정’으로만 남아 있다.

신정동의 산정산 동북쪽, 은행나무 정자가 있어 ‘은행정’이라고 불렸던 마을은 논이 비옥해 150가구가 모여 살았다고 한다. 당시 다른 마을은 주민이 10~20가구였던 데 비하면 상당히 큰 규모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있었던 옛 마을 ‘은행정’의 1969년 모습. 양천구 제공

양천구는 주민 기록활동가 17명이 모은 이 같은 동네 이야기가 담긴 기록물 825건을 볼 수 있는 전시회 ‘양천은 기록중’이 양천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내년 12월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구민이 직접 찾고, 들은 역사적 기록물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선보인다.

옛 지명,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1단지 이야기, 신월6동 재개발 전후 모습, 학교 앞 문방구 등 양천구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기록이라는 게 양천구의 설명이다.

신정동의 옛 이름인 ‘신트리’(새터)와 ‘넘언들’(넓은들, 댓골), 신월동 곰달래 지명의 유래인 ‘고음월’(古音月)에 대한 흔적과 문방구의 변천사 등 세대별 기억도 볼 수 있다. 양천구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골목길 풍경을 유지해 온 구민들의 사연도 들을 수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양천구를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을 담아 기록을 직접 발굴한 구민 기록활동가들의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전시”라며 “전시회와 함께 마을기록활동집을 발간해 구민과 기억을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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