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 희열을 느꼈다"…'더 글로리', 새로운 도전 (제작발표회)

정태윤 2022. 12. 2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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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정태윤기자] "내가 이런 표정을 할 때가 있구나, 희열을 느꼈습니다." (송혜교)

배우 송혜교가 데뷔 20여 년 동안 본적 없는 얼굴을 드러낸다. 잔혹한 학교 폭력의 피해자이자,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목표를 향해 인생을 건다.

제작진도 기대감을 더한다. 김은숙 작가는 주특기인 로맨스를 내려놨다. 첫 장르물에 도전했다. 안길호PD가 메가폰을 잡고, 장르물 장인의 명성을 입증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가 20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김은숙 작가, 안길호 PD 등이 참석했다. 

◆ "송혜교, 이런 얼굴 원했다"

송혜교에게 '더 글로리'는 도전이다. 그는 주인공 '문동은'으로 변신한다. 동은은 고교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한다. 모든 것이 망가졌지만, 집요하게 복수를 설계한다.

예고편부터 달랐다. 그는 서늘하게, 또 치밀하게 복수를 향해 달렸다. 송혜교의 건조하고 시니컬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심지어 웃음소리마저 스산했다.

송혜교는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다. 너무 해보고 싶었던 장르와 캐릭터였다"며 "대본 읽으면서 마음이 아파 한동안 멍하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도 그럴게, 송혜교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멜로물이다. 그래서 송혜교 표 동은이 더 색다르다. 김은숙 작가마저 놀랄 정도였다. 

김은숙 작가는 "가편을 보고 소름이 돋더라.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 이런 목소리와 걸음걸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칭찬했다. 

송혜교도 스스로가 낯설었다. 그는 "기존에 해보지 않은 연기와 신이 많았다"며 "내가 이런 표정을 할 때가 있구나 생각될 때,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 작가 김은숙의 진화

김은숙 작가 역시 말랑말랑한 멜로 대신 장르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작가는 "저는 항상 전진하고 있었다. 계속 변화하던 중 장르극을 시도하게 된 것"이라 전했다.

'더 글로리'는 김은숙 모녀의 대화에서 시작됐다. 김 작가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둔 학부형이다. 때문에 학폭은 제게 가까운 화두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은숙 작가의 딸은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파? 아니면 죽도록 맞으면 가슴 아파?"라고 물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그 순간 큰 충격이 왔다"고 회상했다.

김 작가는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 이것이 '더 글로리'의 탄생 시점이었다. 관람등급은 19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됐다. 단, '19금'은 자극적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동은의 복수는 사법 체계 안에서 이뤄지는 게 아닌, 사적 복수"라며 "저는 사적 복수를 옹호하지 않는다. 잘 판단할 수 있는 성인들이 봐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짚었다.

소재가 민감한 만큼, 대본의 점 하나까지 고민했다. 안길호 PD는 "김은숙 작가가 대본 한 글자, 점 하나까지도 엄청나게 고민하더라"며 "저도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 안길호 PD의 마법

안길호PD는 누구나 인정하는 장르물의 대가다. tvN '비밀의 숲', '해피니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등…. 탄탄한 연출력과 특유의 영상미로 찬사를 받는다.

물론, 그의 명작들은 쉽게 탄생한 게 아니다. 송혜교는 "(안PD가) 항상 현장에 1번으로 와 계신다"며 "콘티를 다 짜고 이미 준비를 완료해 놓고 기다리신다"고 떠올렸다. 

이어 "제 연기가 맞나 의심될 때, 가장 많이 도와주신 분이다. 갸웃할 수 있는 질문을 해도 막힘 없이 알려주셔서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 작가에게도 안PD는 최고의 파트너였다. 김 작가는 "안PD님은 언제 주무시는지 모르겠다. 제가 새벽이고 밤이고 언제 문자를 해도 답이 바로 온다"며 놀라워했다. 

"저에게 안PD님은 마법사였어요. 특히 제가 걱정하고 고심했던 장면이 있는데, 너무 잘 구현하셨더라고요.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김은숙)

◆ "피해자들의, 더 글로리"

‘더 글로리’는 가깝지만 먼 이야기, 학폭을 다룬 드라마다. 김 작가는 수많은 피해자의 글을 읽으며 그 마음을 헤아리려 했다. 

그들의 마음을 펼쳐보며 제목을 떠올렸다. 김 작가는 “피해자들은 현실적인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더라”며 운을 뗐다. 

이어 “저는 그 사과로 뭘 얻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얻는 게 아니라, 잃었던 걸 되찾으려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이 잃은 인간의 존엄과 영광 같은 것들은,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라는 걸 느꼈어요. 저희 드라마는 피해자들의 원점을 응원합니다.” (김은숙)

드라마는 동은의 편지 내레이션을 이용해 극을 끌고 간다. 송혜교는 담담한 어투로 가해자 연진(임지연 분)을 향해 말한다. 피해자의 상처를 더 또렷하게 느끼게 한다. 

김은숙은 “피해자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상처를 잊지 못한다”며 “그 모습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편지 형식을 빌렸다. 담담해 보이지만, 모든 내용이 비명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복수극 하면 1번이 ‘존 윅’, 2번이 ‘더 테이크’, 3번이 더 글로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고 소망했다. 

‘더 글로리’는 오는 30일 넷플릭스에서 파트1을 공개한다. 총 8회분이다. 내년 3월에는 8회분의 파트2로 돌아온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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