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석구석 9바퀴··· 구청장이 만난 동대문 이야기
“나의 철학은 주민의 목소리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63)이 최근 펴낸 에세이집 ‘동대문을 걷다’에 실린 한 줄이다. 취임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후보 시절 동대문을 알고 싶어 무작정 걸었다”던 그는 “주민들과의 만남이 즐거웠고 주민들의 목소리에서 무게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동대문 구석구석을 9번이나 걸어 다니며 느낀 생각들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겼다.
한번은 장안동을 걷다가 장애인재활센터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월 25~30만원을 받으며 일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구청장 당선후 취임 첫날 이 구청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새날동대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였다. 이 구청장은 책에서 “그곳을 찾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였다”면서 “더 따뜻한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무료급식 시설인 ‘밥퍼’에 관련된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선한 일은 하는 곳이라는 이면에는 “늦음 밤 보행할 때 불안하다”, “아이들 등교길과 인접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등 주민들의 불편함이 있었다. 이 구청장은 밥퍼 문제를 쟁점화해서는 불리하다는 캠프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주민들의 지지와 응원이 들불처럼 퍼졌다는 이야기다. 이후 이 구청장은 밥퍼 시설 주변을 안전한 통행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 있다.
여느 구청장들이 자신의 구정 활동을 담은 에세이집을 펴내는 건 흔하다. 하지만 이 구청장의 저서는 특별한 점이 있다. 담백한 에피소드와 함께 어우러지는 사진 덕분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들은 이 구청장이 직접 찍은 것들이다. 덕분에 이미 책 4권을 펴낸 이 구청장의 5번째 책인 ‘동대문을 걷다’는 좀 더 사람사는 세상을 자세히 들여다 본 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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