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직원만 야간 숙직, 차별 아니다" 인권위 결정에 '시끌'

한 은행 직원이 남성만 야간에 숙직 근무를 서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제기한 진정이 기각되자 이를 두고 누리꾼 의견이 분분하다.

인권위는 농협통합IT센터가 당직 근무를 편성하며 여성 직원에게는 주말과 휴일 일직을, 남성 직원에게는 야간 숙직을 전담하게 하는 건 성차별이라는 진정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고 지난 15일 진정인에게 통보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야간 숙직은 한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일직과 비슷하고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근이 휴일 일직보다 6시간 정도 길지만 중간에 5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고 4시간의 보상 휴가도 주어지기 때문에 현저히 불리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매우 형식적이고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속에서 여성들은 폭력 등의 위험 상황에 취약할 수 있고, 여성들이 야간에 갖는 공포와 불안감을 간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여성들에게 야간 당직을 배정하려면 여성 당사자들의 입장을 청취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여성 직원 수가 증가하고 보안 시설이 발전하는 등 여성들이 숙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면 성별의 구분 없이 당직근무를 편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번 인권위 결정에 남성 누리꾼들은 여성 편향적인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한 누리꾼은 "남성에 대한 현저히 불리한 대우가 아니라면서 왜 여성은 근무를 안 세우는지 모르겠다"며 "여성 당사자들 입장은 청취하라며 왜 남성들 입장은 안 물어보냐"고 지적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표현 자체가 차별 아니냐", "말이 앞뒤가 안 맞다", "대한민국 남성이 인권위로부터 보호받으려면 장애를 입거나 범죄를 저질러야 하느냐"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는 "남성은 야간 숙직근무, 여성은 주말과 공휴일 일직근무. 똑같은 데 뭐가 문제냐", "숙직 중 5시간 휴식, 그다음 날 4시간 휴무를 지켜준다면 납득할 수 있는 수준", "결정문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큰 차별이란 생각 안 든다" 등 의견을 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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