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내부통제제도, 책임소재 명확히…인센티브도 검토”
직무권한과 책임영역·통제활동, 명확한 규율 필요
“선진국 사례 통해 충실한 내부통제 시 인센티브 검토해야”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행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권한이 있는 자에게 그에 부합한 책임을 지우고 적극적 통제노력을 입증하면 책임을 경감해주는 등 실제적인 내부통제 장치 마련을 위한 인센티브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20일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바람직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향’ 세미나 축사에서 김용재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진행한 변제호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주요하게 논의됐던 내부통제 규율의 3가지 구성요소를 바탕으로 내부통제 규율의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바람직한 내부통제 규율을 위해서는,“누가(직무권한), 무엇을(책임영역) 어떻게(통제활동) 함으로써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명확히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규율은 ‘누가’와 ‘무엇을’이 불명확하며 어떻게 에서만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데 회사 내에서는 권한과 책임, 성과가 같이 움직여야 하는 만큼 내부통제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임원별 책임영역을 사전에 획정해 해당임원이 스스로 금융사고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통제활동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금융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금융사고 발생시 담당임원을 제재하되 필요시 면책을 줘야 한다고 봤다.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과감한 면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 내부통제 감시의무를 명확히할 것을 조언했다.
두 번째로 발표를 진행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일본 3개국의 내부통제 규율사례를 제시하며, 국내 제도개선에 담길 시사점을 검토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과 같이 감독자책임을 명확화하는 대신, 내부통제체계의 구축·운용·관리 등 관련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경우 제재를 경감해주는 방식의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개국 시사점을 요약하면 임직원의 위법 행위에 따라 감독자, CEO까지도 감독자 책임을 부과하는 것 그리고 내부통제 충실 이행시 제재를 경감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한 점과 책임지도와 맞춤형 내부통재 정책·갱신·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면책조건을 부과하는 점”이라면서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를 맡은 이홍경 SC제일은행 이사는 영국의 개인책임제도 (Individual Accountability Regime)와, 고위경영진들이 내부통제 관련 책임을 배분하는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를 주목했다. 특히 고위경영진은 합리적으로 기대되는 조치를 취할 의무(duty of responsibilities)를 통한 내부통제 관련의무가 부과되며, 이는 금융위의 제도개선 방향과 유사하다고 봤다.
김유니스 전(前)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제도개선은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며,“제도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는 내부통제를 적정하게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금융당국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구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억 금융투자협회 본부장은 “국내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내부통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다른 선진국 금융사의 사례를 좀 더 살펴봤으면 좋겠다”라며 “오늘 발표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의 사고가 나타났을 때 어떤 수준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짚었다.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는 “이효섭 연구위원 발표와 관련해 미국과 영국은 기업이 내부통제를 잘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서 “변제호 과장의 발표 내용에 대해선 대표이사의 내부통제 관련한 의무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의 감독책임을 강화해서 이사 스스로도 이런 부분을 명확히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는지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가 올라가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토론회 진행을 맡은 심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비자가 충분히 보호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성이 확보되는 합리적인 내부통제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금융당국이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세미나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 내년 1분기에는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예고 등 입법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유준하 (xylit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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