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號' 신한, 첫 5조 클럽… 리딩금융 탈환 노리는 KB 윤종규

박슬기 기자 2022. 12. 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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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리딩금융 경쟁 내년엔 더 치열"… KB vs 신한①] 세대교체 나선 신한금융… KB금융 제치고 1위 수성할까

[편집자주]계묘년 리딩금융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다. 금리인상기에 은행의 이자수익이 늘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연체율이 증가했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4조315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실적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진옥동 회장이 새 지휘봉을 잡은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수성에 돌입했고 KB금융은 내년 1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규 회장이 리딩금융 탈환을 시도한다. 검은 토끼의 해, 경쟁이 더 치열해진 두 금융지주의 경영 전략을 알아본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펴고 있다./그래픽=강지호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진옥동號' 신한, 첫 5조 클럽 입성 유력… 리딩금융 탈환 노리는 KB 윤종규
② '보험'서 자존심 구긴 신한의 반격… KB, 어떻게 막아낼까?
③ 신한 vs KB국민, 카드업 넘어 플랫폼 '불꽃경쟁'
신한금융그롭과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펴는 가운데 최고경영자(CEO)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3연임이 기정사실화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갑작스레 용퇴 결단을 내리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신한금융의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반면 2020년 3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내년 11월 임기 만료까지 회장직을 이어갈 전망이다.

새 수장을 맞은 신한금융은 올해 5조원대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며 2019년 이후 3년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왕좌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 사령탑 맞는 신한금융·연임 이어가는 KB금융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12월8일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다수결에 의한 표결로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이는 기존 예상을 크게 뒤엎는 결과다.

조 회장은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변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총괄 책임을 이유로 용퇴 결정을 내렸다. 금융권에선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굳히기 위해 과감한 세대교체를 이루면서도 연속성을 가져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 회장의 용퇴로 신한금융은 6년만에 새 회장을 맞게되면서 조직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진 내정자는 2019년 3월부터 신한은행장을 역임하는 동시에 지난해 3월부터 신한금융 부사장·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왔다.

진 내정자는 그동안 지주사 의사 결정에 관여하며 사실상 조 회장에게 CEO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진 내정자는 내년 3월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조용병 회장과 인사를 비롯한 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사모펀드 사태 등 사법 리스크 없이 2014년 11월부터 8년 동안 무난하게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 리딩금융 주인공은 누구


금융권의 관심사는 올해와 내년 리딩뱅크 타이틀을 누가 거머쥐느냐다.

앞서 2018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은 3조1567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3조 클럽에 입성했다.

당시 KB금융은 3조6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955억원의 차이로 신한금융에 리딩금융 자리를 빼앗겼다.

이어 2019년에도 신한금융은 KB금융(3조3118억원)보다 917억원 많은 3조4035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리딩금융 지위를 이어갔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에는 KB금융이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았다. KB금융은 2020년 3조4552억원의 순이익으로 신한금융(3조4146억원)을 406억원의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지난해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이익 격차는 3092억원까지 벌어지며 KB금융이 리딩금융 지위를 굳히는 모양새였지만 올 3분기 신한금융이 KB금융보다 2875억원 앞서며 선두자리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금융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에도 신한금융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신한금융은 5조519억원, KB금융은 4조8213억원의 순이익으로 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25.7%, 9.3%씩 늘어난 수준으로 신한금융이 KB금융을 2306억원의 차이로 앞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신한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5조원 순이익 시대를 여는 셈이다. 이어 내년에도 신한금융은 KB금융(4조9274억원)보다 166억원 많은 4조9440억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짙어지는 관치금융 그림자


다만 2023년에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역대 최대 실적을 또 한번 경신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은행이 사상 첫 6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들의 '이자장사 성적표'로 불리는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평균 잔액)가 올 9월말 기준 2.46%포인트로 2014년 6월말(2.49%포인트) 이후 8년여만에 최대로 벌어지자 정치권에선 은행들이 이자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것은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 격차가 커지는만큼 은행이 남기는 마진이 많다는 의미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24일 예대금리차 비교 공시 신설, 대출금리 공시 개선을 담은 '은행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은행권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내년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계대출에 이어 기업대출까지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즉 내년 초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딩금융 승부수는 비이자이익 관건


2023년 리딩금융을 가르는 요인은 비이자이익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내정자는 비이자이익과 신사업 확대로 수익 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올 3분기 비이자이익은 2조45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9% 감소했지만 진 내정자는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배달 플랫폼 '땡겨요' 출시를 주도하며 비이자이익을 확대하고 있다.

땡겨요 회원 수는 올 1월말 1만8000명에서 11월말 1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더해 신한금융은 내년 상반기 '신한 유니버설 간편 앱'을 출시하며 디지털금융 플랫폼 주도권을 쥘 구상이다. 이 앱은 은행, 카드, 증권, 생명 등 계열사 서비스를 한데 모은 통합 플랫폼이다.

진 내정자는 해외 영업도 강화해 올 3분기 전체 순이익에서 10%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사업 실적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윤종규 회장 역시 빼앗긴 리딩금융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비이자이익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의 올 3분기 비이자이익은 2조71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5%나 급감했다.

이는 총영업이익(11조562억원)에서 2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신한금융(23.8%)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윤 회장은 올 9월 서울 신사동에 문을 연 프리미엄 종합자산관리센터 'KB골드앤와이즈 더퍼스트(KB GOLD&WISE the FIRST)'를 필두로 자산관리서비스를 확대, 은행·증권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윤 회장은 해외 사업에선 인도네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2억7000만명) 대국으로 올해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윤 회장은 내년 인도네시아법인 KB부코핀은행의 잔여 부실자산을 정리하고 기존 핵심 상품과 KB의 역량을 접목해 우량고객군을 확보할 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이자이익으로 실적 개선을 일궜지만 내년에는 NIM 하락이 예상돼 비이자이익 증대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며 "자산관리 강화와 해외사업 확장 등이 리딩금융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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