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도 소름 돋게 만든, 송혜교의 낯섦 '더 글로리'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송혜교, 사진출처=스타뉴스 DB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즐겁게 연기했다."

배우 송혜교가 새 작품으로 우리 곁을 찾는다.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당부와 함께 확실한 변화를 예고했다. 송혜교 입에서 나온 "낯선"이라는 단어는 왠지 모를 반가움과 함께 더한 기대를 부른다. 이지적이면서 건강한 여성상을 주로 연기해왔던 그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지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송혜교가 변화를 담아 열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피해자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도깨비' '태양의 후예' '미스터 션샤인'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가 펜대를 잡고, '비밀의 숲' '왓쳐' '해피니스'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송혜교라는 톱배우와 더불어 스타 작가와 감독까지 이른바 '작감배'부터 큰 기대를 모으는 조합이다. '태양의 후예' 이후 송혜교와 김은숙 작가의 두 번째 만남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송혜교가 연기하는 인물은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살아 남아 일생을 걸고 오랫동안 복수를 설계한 문동은이다. '더 글로리'는 이러한 동은의 복수를 따라 이야기가 전개된다. 분노와 증오로 빛 한 점 없는 극야의 시간을 버텨온 인물의 차갑지만 뜨거운 복수극이 될 전망. 작품은 동은의 복수를 냉정하고도 우직하게 따라가며 권선징악을 향해 직진한다. 

송혜교, 사진출처=스타뉴스 DB

송혜교는 20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항상 이런 역할이 고팠다.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한동안 멍했다"며 "작품 속 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다. 너무 어려운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정말 즐겁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송혜교는 인물의 아픔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는 "어린 동은이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았다면 성인이 된 동은을 연기한 저는 그 후에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라 불쌍한 모습보다는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모습들에 중점을 두며 연기했다. '어릴 때보다 단단해졌으니 너희들을 벌 줄 수 있고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은 송혜교의 동은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동은과 송혜교의 싱크로율을 120% 이상이라고 평했다. 김은숙 작가는 "가편을 보고 송혜교의 연기에 소름이 끼쳐서 입을 떡 벌린 채 아무것도 못했다.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과 목소리, 걸음걸이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모든 신이 문동은으로 살아 숨쉬고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 사람과 등을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전화 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길호 감독도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동은이라는 캐릭터가 연약하지만 강한 느낌이 있었다. 강하고 연약한 지점을 모두 가진 배우들이 많지 않은데, 송혜교는 그런 배우였다. 이 역할에는 송혜교 밖에 할 배우가 없지 않을까 해서 제안했던 것"이라며 "동은과의 싱크로율은 120%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낯설어서 반가운 송혜교의 핏빛 복수극 '더 글로리'는 오는 3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