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진도준과 윤현우의 만남, 송중기 영혼의 완벽 분화?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2. 20. 1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부를 상속받은 나, 가난을 대물림 받은 너. 우린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 다른 세계를 산다. 전생과 이번 생만큼이나 먼 궤도에서.”

18일 방영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4화는 대리운전 중 차에서 끌려내려진 윤현우와 그를 지켜보는 진도준의 모습에서 막을 내렸다. 송중기의 1인 2역. 회를 마감하는 내레이션은 진도준의 몫이었다.

이 장면은 어떤 설정일까? 진도준의 윤현우 시절 회상일 뿐일까? 그럴만한 게 이에 앞서 진도준은 진동기(조한철 분)로부터 담보 잡은 순양물산 지분 2%를 1조 6000억 원에 진영기(윤제문 분)에게 팔았다. 그러면서 “1조 6000억이면 순양카드 정상화에 도움이 될 텐데.. 큰아버지는 그 돈으로 순양 총수자리를 사셨네요. 온 나라가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고 하셨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큰아버지.”라고 비꼬아 주었다.

그리고 현금서비스 중단 사태로 문 닫은 순양카드사 앞을 들러 바닥에 흩뿌려진 사채 명함을 한 장 주어든다.

이어진 장면은 윤현우다. 윤현우는 동생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동생 병실을 찾았다. 거기엔 종일 연락이 닿지 않던 아버지(이규회 분)가 동생의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돈을 마련해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현우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사채 명함을 보았고 아버지를 몰아세웠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구요. 아버지! 제발 숨만 쉬고 사세요! 제발 나 좀 살게!” 그리고 이어진 독백 “그날 밤 나의 가난은 개새끼였다.”

이 독백까지 보면 진도준의 회상이 맞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길 하나를 두고 시선이 마주친 진도준과 윤현우 위로 흐른 ‘우린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에서도’란 대목은 마치 회상 아닌 현실이라는 인상을 준다.

판타지 웹소설이 주로 다루는 빙의물에선 흔히들 몸주 영혼의 소멸, 혹은 잠복을 전제한다. ‘재벌집 막내아들’ 속 진도준의 영혼 역시 소멸하고 윤현우의 영혼이 대체했다.

그리고 동시대 인물간 빙의를 다룰 땐 빙의 영혼의 원래 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많다. ‘한 몸 두 영혼’은 다중인격, 즉 해리성정체장애로 익숙한 데 반해 ‘한 영혼 두 몸’의 같은 시간대 살아가기는 아무리 판타지라도 상상력의 한계에 부닥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재벌집 막내 아들’ 속에서도 진도준이 윤현우 시절 어머니(서정연 분)와는 말을 섞고 아버지는 지켜보기도 하지만 정작 가장 궁금했을 윤현우 본인을 만난 적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만났다?

진도준과 윤현우의 만남이 진도준의 회상이 아닌 현실이라면 이는 영혼의 완벽한 분화를 상징하는 게 아닐까? 윤현우의 영혼으로 출발은 했지만 진양철(이성민 분)을 비롯한 진씨 일가와 오세현(박혁권 분) 등 주변 인물들과 부대끼며 새롭게 형성된 인격, 윤현우의 기억만 공유한 진도준이란 별개 영혼이 윤현우와 마주쳐도 상관없을만큼 완성됐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싶다. 초자연적이고 비현실적인 판타지란 장르라면 불가능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종방까지 2회를 남겨둔 ‘재벌집 막내아들’은 아직 해결해야 될 부분도 많다. 1화에서 진성준(김남희 분)이 승계를 거부하겠다면서 진영기를 닥달하며 언급한 그 사건은 무엇인지, 진성준의 명으로 비자금을 회수한 윤현우는 왜, 누가, 무엇 때문에 죽였는지, 진도준이 배제된 진양철 유언장 발표 5일 후 진영기가 이항재(정희태 분)를 향해 ‘마름’ 운운까지 하며 유언장 변경 이유를 추궁한 이유는 뭔지, 그리고 진도준과 윤현우는 과연 순양에서 마주할 지도 궁금해진다.

아울러 을지문덕 장군이 우중문을 농락한 ‘여수장우중문(與隋將于仲文)’ 시구처럼 자본주의의 정점을 찍은 진도준이 진양철처럼 돈에 폭주하지 않고 ‘지족원운지(知足願云止)’, 만족을 알고 멈출 수 있을 지도.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