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로 만든 국산경기관총 'K15'···진흙탕 빠져도 수백발 연사

민병권 기자 2022. 12.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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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의 군사이야기]
30년 된 'K3' 대체해 16일부터 전력화
첨단 시뮬레이션 설계로 오작동 해소
수십만발 사격시험으로 신뢰도 높여
로봇 등으로 총기 단조작업·조립 진행
SNT모티브 "정밀가공으로 품질 향상"
SNT모티브 관계자가 무릎 쏴 자세로 K15 경기관총의 시험사격을 진행하고 있다. K15는 기존 K3보다 경량화되고, 디자인에 개선돼 이동 중 갑자기 사격해야 기동전투 상황에서도 편리하게 운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SNT모티브
K15 경기관이 가혹한 전장 환경에서도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흙탕물 속에 담궈져 있다. SNT모티브는 K15 개발과정에서 이 같은 테스트를 통해 실전에서 제대로 총기가 작동할 수 있도록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제공=SNT모티브
[서울경제]

부산 기장군 철마면 일대에 자리 잡은 방위산업기업 SNT모티브 총기류 공장은 요즘 신형 경기관총 등을 제작하느라 분주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6일부터 우리 군이 전력화한 ‘K15’ 경기관총이다. 개발된 지 30년이 넘은 기존 K3 경기관총을 대체해 분대급 지원화기로 장병들에게 보급된다. 유사시 근접전투 등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SNT모티브의 부산공장은 연간 10만정 가량의 총기류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K2계열 돌격소총, K14 저격소총, K3 경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K6 중(重)기관총, K1A기관단총, K5기관 단총 등을 제조해왔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앞서 개발된 소대급 지원화기인 K16 신형 중(中)기관총과 더불어 신형 K15 경기관총의 초도물량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 경기관총의 대명사로 꼽혀온 것은 벨기에의 ‘미니미’였다. 국산 K3 경기관총이 그 아성에 도전했지만 아직은 주로 국내 및 신흥시장 보급에 그친 상태다. SNT모티브는 ‘한국판 뉴 미니미’라고 할 수 있는 신형 K15의 전력화를 계기로 국산 경기관총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권형순 SNT모티브 사장(대표이사)은 “K15는 도입된지 30여년 된 K3보다 정밀도와 운용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며 “이번에 전력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K15로 글로벌 마케팅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서 방산수출 성장에 일조하겠다”며 강력한 해외시장 개척 의지를 내비쳤다.

K15 경기관총의 모습. 사진제공=SNT모티브
◆첨단 기술로 설계·제작·시험...운용신뢰도 빅점프! K15의 개발·제조 전과정에는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앞선 K3가 미니미에 못지 않은 성능을 갖췄음에도 운용 신뢰도 면에서 다양한 부침을 겪은 탓에 K15에서는 이를 반면교사 삼은 것이다. 한층 높은 정밀 설계와 가공능력으로 오작동의 가능성을 한층 최소화하겠다는 SNT의 각오가 반영됐다. 우선 설계 등 개발단계에서 정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작업이 수반됐다. K15 사격시 총기 내부의 각 장치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부 공간에 충분한 유격공간 등이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각 장치간 불필요한 간섭이나 오작동 등이 발생할 여지를 선제적으로 해소했다. 또한 시제품 등의 사격시 초고속카메라로 촬영해 기관총 안팎의 구성품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프레임 화면 단위로 세심히 살폈다. 그 결과 “고장원인을 최소화한 설계를 할 수 있었다”고 SNT모티브 연구진은 전했다. 연구진은 K15에 적용된 신기술에 대해 “화염감소를 위한 소염기 기술과 사격시 총열의 냉각성능 향상을 위한 총열 홈 기술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SNT모티브는 개발 및 시험평가 과정에서 K15를 흙탕물 등에 담갔다가 꺼내 연발 사격하는 등 실전과 같은 혹독한 전장환경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정밀하게 체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발과정에서 수십만발의 시험사격을 통해 오작동여부를 확실하게 가려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히 연속사격을 수백발 이상 진행해 연속사격시 고열과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총열의 변형 여부, 냉각성능 등을 검증했다.
SNT모티브 관계자가 K15 경기관총의 시험사격을 진행하고 있다. SNT모티브는 해당 기관총의 운용시 오작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 및 시험평가 단게에서 수십만발의 사격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제공=SNT모티브
제품 생산과정의 가공오차 및 불량률도 최신 자동화설비를 통해 최소화했다. 로봇팔 등이 조립공정에서 정밀하게 움직이며 총기를 제작하고 있다. 분당 최대 700~1000발의 속도로 연사를 해야 하는 만큼 조립과정의 미세한 공차만으로도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자동화를 통해 총기제작의 수율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제조라인을 담당하는 주요관계자는 “총기 제조라인에 로봇 가공공정을 비롯해 신규 자동화 설비들을 늘려가고 있다”며 “(숙련된 인력의 유출이 없도록) 기존 생산인력에 대한 인위적인 감원 없이 설비의 자동화비중도 함께 늘려가고 있어 생산의 숙련도와 정밀도가 모두 향상되는 효과를 얻고 있어 그만큼 제품의 품질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SNT모티브 부산공장에서 로봇팔이 K15 경기관총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제공=SNT모티브
◆총기생산 공장 가보니...로봇이 총열 다듬고, 숙련공이 100% 전수검사 앞서 지난달말 국방부 기자단은 SNT모티브의 초청으로 부산공장을 견학할 수 있었다. 자동차부품생산도 겸하고 있는 SNT부산 공장부지의 한쪽 편에 총기류 등을 생산하는 방산제품 제조라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1970년대 미국의 M16 돌격소총을 면허생산하던 국방부 조병창이 이후 민영화돼 이제는 순수 국산기술로 만든 첨단 소총과 기관총 등을 제조하는 산실로 발전한 것이다. 공장 내부로 들어가자 파란색 설비와 까만색 설비가 나뉘어져 있었다. 총기류 생산라인의 주요 관계자는 “파란색은 기존의 구형설비며, 까만색이 근래 수년간 지속적으로 도입 중인 신규 설비”라며 “특히 냉간 단조장비, 포장장비 등이 새로 도입됐다”고 전했다. 이어서 “앞으로 신규 설비 비중을 한층 더 늘릴 예정인데 자동화 과정이 늘어도 기존 인력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지는 않는다는 게 우리 회사의 방침이어서 그만큼 생산효율성과 품질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공정은 총열 등의 단조공정, 표면처리 공정, 열처리 공정 등이었다. 금속 총열 소재는 고온에서 열처리를 거쳐 높은 경도를 낼 수 있도록 가공되고 있었다. 이렇게 가공된 총열 소재는 중앙내부에 구멍을 뚫어 강선 등을 만들기 위한 자동화 가공공정으로 넘어 간다. 해당 공정에서 로봇팔이 맨드릴(mandrel)이라는 장비 등을 활용해 해머질을 하자 중앙에 강선 구멍을 형성한 총렬과 약실의 형상이 잡혀갔다. 기자들이 견학했을 당시에는 STC계열의 소총 총열에 대한 단조 가공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어서 총몸 가공 및 조립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숙련된 인력들이 자동화 설비와 호흡을 맞추며 총몸을 용접, 가공하고 있었다. 기자단은 총렬 내외경 가공공정도 볼 수 있었는데 단시간에 깔끔하게 가공이 이뤄졌다.
2022년 9월 16일 SNT모티브 부산공장에서 개최된 K15 기관총 체계 출하식에 군, 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단체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SNT모티브
이 같은 과정 등을 거쳐 가공된 부품들은 100% 전수 검수를 거쳐 합격한 것들만 최종 조립라인으로 넘겨졌다. 최종 조립장에서는 K15경기관총 및 K2 소총 조립이 진행되고 있었다. 일사분란하게 조립된 총기류들은 전수검사 및 전수 사격과정을 거쳐 불량여부를 체크 받는다. 전수 사격시험시 소총과 기관총을 각각 수십발씩 격발해 정상작동 여부를 가리게 된다. 전수 검사 및 사격시험을 마친 총기는 분해돼 깨끗이 세척된 뒤 다시 조립 과정을 거쳐 포장 출하된다. 출하시 생산일자 등 총기번호를 일일이 찍어 관리해 총기 불법유통 및 분실 위험성을 최소화했다. 박문선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장(전무)은 “현재 부산공장은 권총, 소총, 기관총, 저격소총 등 소구경 화기류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풀라인업(full line-up)을 갖춘 첨단생산기지로 발전했다”며 “핵심 연구인력과 노하우, 생산인프라를 보존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총기제품을 개량, 개발해 세계적인 명품 무기를 만들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SNT모티브 부산본사 전경. 사진제공=SNT모티브
방위사업청 조현기 준장이 2022년 12월 16일 SNT모티브의 부산공장에서 열린 'K15' 기관총 출고식에 참석해 권형순(왼쪽) 사장과 나란히 서서 해당 경기관총을 들고 사격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SNT모티브

조립제품 100% 전수검사 및 시험사격

열영상 광학조준경···야간 전투력 향상

사격 화염감소, 총열 냉각 신기술 구현

◆분대급 지원화기...경기관총이 뭐길래

경기관총은 일반 기관총보다 무게, 크기를 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게는 6~13kg이며 탄약은 7.62mm 미만의 구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쉽게 운반하고 유사시 빠르게 사격해 적을 제압하기에 유리하다. 경기관총은 급박한 상황에선 혼자서도 운반·사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 및 중기관총이 무게 등으로 인해 부사수 등 복수의 인원을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경기관총은 적은 인원으로 기동성과 저지력을 발휘할 수 있어 분대급 전투에 적합하게 된 것이다. 대형 거치장비나 삼각대 없이 가볍고 작은 양각대 만으로도 거치해 사격 가능하다.

과거 서방진영에서 분대급 중기관총(다목적기관총)의 대명사는 미국산 ‘M60’이었고, 경기관총의 대명사는 벨기에의 ‘미니미’였다. 이중 미니미는 벨기에 기업 FN(Fabrique Nationale)이 5.56mm 구경 탄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경기관총이다. 서방진영 분대지원화기의 표준 무기로 입에 오를 만큼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군이 1984년부터 미니미 개량형(미국 제식명 ‘M249’)을 도입했고, 일본도 미니미를 라이센스 방식으로 자국 내에서 생산해 육상자위대에 지급했다.

벨기에 FN사가 제작한 M249 경기관총을 미 해병대 대원이 운용하고 있다.

경기관총 실전운용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은 미국보다는 옛 소련이었다. 소련은 ‘RPD’ 경기관총을 개발했고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군은 RPD로 무장해 미군의 첨단화된 개인화기에 맞설 수 있었다. 미군이 기존의 7.62mm 구경 탄환을 쓰던 중기관총 M60의 베트남 정글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1984년 미니미를 도입한 것은 베트남전에서의 교훈 때문이었다.

미군은 이라크 및 아프간에서 한층 더 기동성을 요구하는 시가전 등을 치르면서 미니미보다 더 가벼운 기관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미 해병대가 2005년부터 M249 후속 경기관총 확보를 모색했다. 그 결과 미 해병대는 독일 총기회사 H&K의 소총 ‘HK-416’을 경기관총으로 개량한 ‘M-27IAR’을 도입했다. M-27IAR의 중량은 불과 3.6kg여서 기존 경기관총들 절반 이하였고, 고배율 조준경(3.5배율 등)을 탑재할 수 있어 시가전 등에서 다양한 엄폐물 뒤에 몸을 감춘 적들을 정밀조준해 사격할 수 있게 했다.

미군은 미래형 경기관총 개발도 모색해왔다. 2003년부터 연구 중인 ‘LSAT’다. 플라스틱 탄피, 무탄피, 탄두내장형탄 등을 적용하는 기술로 경량화하는 방안이다. 총의 본체 무게도 4.45kg으로 M-249 보다 절반 이하로 낮췄다.

국산 K3 경기관총들의 모습. 사진제공=SNT모티브

◆한국군 경기관총의 역사

베트남전을 경험했던 우리 군도 이 같은 추세를 눈여겨봤다. 그 결과 1970년대 미니미를 벤치마킹한 경기관총 탐색연구개발을 실시했고 1980년대에 본격적인 체계개발을 통해 1988년부터 최초의 국산 경기관총 K3를 전력화했다. K3의 기계적 작동방식은 M249와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있다. 200발 단위의 탄띠 형태로 총알을 장전할 수도 있고, 기동성이 요구될 땐 탄창형태로도 운용할 수 있다.

K3는 우리 군에 전력화된 이후 신흥국들에도 다수 수출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남미 일부 국가, 피지 등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 일선 부대 운용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이후 개선작업이 이어졌고, 이번에 K15 신형 경기관총이 나오면서 기존의 운용문제의 대폭적인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K15 경기관총 제원 소개자료. 자료제공=SNT모티브

K15 기관총의 개발은 방위사업청이 2015년 ‘5.56mm 차기 경기관총(LMG-Ⅱ) 연구개발 사업 공고를 하면서 공식화됐다. 이듬해 SNT모티브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그해 7월 체계개발 계약을 맺고 사업을 개시했다. SNT모티브는 2017년 3월과 5월에 설계검토회의를 열어 설계를 확정한 후 그해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개발 및 시험평가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한 K15는 2018년 1~9월 운용시험평가를 통해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았다. 당초 2000년경 전력화가 기대됐으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일정이 미뤄지다가 이달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출하 및 전력화가 이뤄지게 됐다.

K15는 다양한 부가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을 상하좌우에 갖췄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광학조준경을 부탁할 수 있다. 해당 조준경은 열영상도 포착할 수 있어서 야간전투에서도 정밀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원거리에 밀집한 적부대 등의 지역표적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병사의 체형에 따라 개머리판 및 양각대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반손잡이 및 멜빵 등도 개선해 이동편의성을 향상시켰다고 SNT모티브는 설명했다.

관련업계 연구자들은 앞으로 국산 경기관총 및 소총이 한층 더 경량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보급성 향상을 위해 단일화된 탄약을 사용하고, 근거리 뿐 아니라 장거리의 적도 보다 정확히 제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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