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팔로 만든 국산경기관총 'K15'···진흙탕 빠져도 수백발 연사
30년 된 'K3' 대체해 16일부터 전력화
첨단 시뮬레이션 설계로 오작동 해소
수십만발 사격시험으로 신뢰도 높여
로봇 등으로 총기 단조작업·조립 진행
SNT모티브 "정밀가공으로 품질 향상"
부산 기장군 철마면 일대에 자리 잡은 방위산업기업 SNT모티브 총기류 공장은 요즘 신형 경기관총 등을 제작하느라 분주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6일부터 우리 군이 전력화한 ‘K15’ 경기관총이다. 개발된 지 30년이 넘은 기존 K3 경기관총을 대체해 분대급 지원화기로 장병들에게 보급된다. 유사시 근접전투 등에서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다.
SNT모티브의 부산공장은 연간 10만정 가량의 총기류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그동안은 주로 K2계열 돌격소총, K14 저격소총, K3 경기관총, K4 고속유탄기관총, K6 중(重)기관총, K1A기관단총, K5기관 단총 등을 제조해왔다. 그러다가 근래에는 앞서 개발된 소대급 지원화기인 K16 신형 중(中)기관총과 더불어 신형 K15 경기관총의 초도물량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전세계 경기관총의 대명사로 꼽혀온 것은 벨기에의 ‘미니미’였다. 국산 K3 경기관총이 그 아성에 도전했지만 아직은 주로 국내 및 신흥시장 보급에 그친 상태다. SNT모티브는 ‘한국판 뉴 미니미’라고 할 수 있는 신형 K15의 전력화를 계기로 국산 경기관총의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권형순 SNT모티브 사장(대표이사)은 “K15는 도입된지 30여년 된 K3보다 정밀도와 운용능력이 대폭 향상됐다”며 “이번에 전력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국방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K15로 글로벌 마케팅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서 방산수출 성장에 일조하겠다”며 강력한 해외시장 개척 의지를 내비쳤다.
조립제품 100% 전수검사 및 시험사격
열영상 광학조준경···야간 전투력 향상
사격 화염감소, 총열 냉각 신기술 구현
◆분대급 지원화기...경기관총이 뭐길래
경기관총은 일반 기관총보다 무게, 크기를 줄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무게는 6~13kg이며 탄약은 7.62mm 미만의 구경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쉽게 운반하고 유사시 빠르게 사격해 적을 제압하기에 유리하다. 경기관총은 급박한 상황에선 혼자서도 운반·사격할 수 있어야 한다. 대형 및 중기관총이 무게 등으로 인해 부사수 등 복수의 인원을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경기관총은 적은 인원으로 기동성과 저지력을 발휘할 수 있어 분대급 전투에 적합하게 된 것이다. 대형 거치장비나 삼각대 없이 가볍고 작은 양각대 만으로도 거치해 사격 가능하다.
과거 서방진영에서 분대급 중기관총(다목적기관총)의 대명사는 미국산 ‘M60’이었고, 경기관총의 대명사는 벨기에의 ‘미니미’였다. 이중 미니미는 벨기에 기업 FN(Fabrique Nationale)이 5.56mm 구경 탄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경기관총이다. 서방진영 분대지원화기의 표준 무기로 입에 오를 만큼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군이 1984년부터 미니미 개량형(미국 제식명 ‘M249’)을 도입했고, 일본도 미니미를 라이센스 방식으로 자국 내에서 생산해 육상자위대에 지급했다.
경기관총 실전운용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은 미국보다는 옛 소련이었다. 소련은 ‘RPD’ 경기관총을 개발했고 베트남전 당시 북베트남군은 RPD로 무장해 미군의 첨단화된 개인화기에 맞설 수 있었다. 미군이 기존의 7.62mm 구경 탄환을 쓰던 중기관총 M60의 베트남 정글 운용에 어려움을 겪은 이후 1984년 미니미를 도입한 것은 베트남전에서의 교훈 때문이었다.
미군은 이라크 및 아프간에서 한층 더 기동성을 요구하는 시가전 등을 치르면서 미니미보다 더 가벼운 기관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미 해병대가 2005년부터 M249 후속 경기관총 확보를 모색했다. 그 결과 미 해병대는 독일 총기회사 H&K의 소총 ‘HK-416’을 경기관총으로 개량한 ‘M-27IAR’을 도입했다. M-27IAR의 중량은 불과 3.6kg여서 기존 경기관총들 절반 이하였고, 고배율 조준경(3.5배율 등)을 탑재할 수 있어 시가전 등에서 다양한 엄폐물 뒤에 몸을 감춘 적들을 정밀조준해 사격할 수 있게 했다.
미군은 미래형 경기관총 개발도 모색해왔다. 2003년부터 연구 중인 ‘LSAT’다. 플라스틱 탄피, 무탄피, 탄두내장형탄 등을 적용하는 기술로 경량화하는 방안이다. 총의 본체 무게도 4.45kg으로 M-249 보다 절반 이하로 낮췄다.
◆한국군 경기관총의 역사
베트남전을 경험했던 우리 군도 이 같은 추세를 눈여겨봤다. 그 결과 1970년대 미니미를 벤치마킹한 경기관총 탐색연구개발을 실시했고 1980년대에 본격적인 체계개발을 통해 1988년부터 최초의 국산 경기관총 K3를 전력화했다. K3의 기계적 작동방식은 M249와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있다. 200발 단위의 탄띠 형태로 총알을 장전할 수도 있고, 기동성이 요구될 땐 탄창형태로도 운용할 수 있다.
K3는 우리 군에 전력화된 이후 신흥국들에도 다수 수출됐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남미 일부 국가, 피지 등에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 일선 부대 운용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노출되면서 이후 개선작업이 이어졌고, 이번에 K15 신형 경기관총이 나오면서 기존의 운용문제의 대폭적인 향상이 기대되고 있다.
K15 기관총의 개발은 방위사업청이 2015년 ‘5.56mm 차기 경기관총(LMG-Ⅱ) 연구개발 사업 공고를 하면서 공식화됐다. 이듬해 SNT모티브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그해 7월 체계개발 계약을 맺고 사업을 개시했다. SNT모티브는 2017년 3월과 5월에 설계검토회의를 열어 설계를 확정한 후 그해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개발 및 시험평가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한 K15는 2018년 1~9월 운용시험평가를 통해 전투용적합판정을 받았다. 당초 2000년경 전력화가 기대됐으나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일정이 미뤄지다가 이달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출하 및 전력화가 이뤄지게 됐다.
K15는 다양한 부가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을 상하좌우에 갖췄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광학조준경을 부탁할 수 있다. 해당 조준경은 열영상도 포착할 수 있어서 야간전투에서도 정밀하게 적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원거리에 밀집한 적부대 등의 지역표적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게 됐다.
이밖에도 병사의 체형에 따라 개머리판 및 양각대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반손잡이 및 멜빵 등도 개선해 이동편의성을 향상시켰다고 SNT모티브는 설명했다.
관련업계 연구자들은 앞으로 국산 경기관총 및 소총이 한층 더 경량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보급성 향상을 위해 단일화된 탄약을 사용하고, 근거리 뿐 아니라 장거리의 적도 보다 정확히 제압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담배 피지마' 훈계에…중학생이 엄마뻘 女에 '날아차기'
- '결혼지옥' 의붓딸 엉덩이 찌른 새아빠…경찰, 조사 착수
- '주 4일 일하고 월 450만원'…편의점 알바 어디길래
- '어, 삼성 옷 입었네'…이재용 베트남 출장길 패딩룩은
- SNS서 만난 10대女 8명…50대 노숙자 살해 '충격'
- '이루 아닌 내가 운전'…女프로골퍼, 범인도피 혐의 검찰 송치
- 호텔주인 꿈꾸다 개미 지옥될판…'이자비용만 4배' [시그널]
- '감동 그 자체'…中서 3800만뷰 터진 현대차 영상 뭐길래
- 한동훈, 리허설서 '떨린다' 반복? 법무부 '악의적 허위보도'
- '월급 한 푼 안 쓰고 14년 모아야 서울 내 집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