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맞아? 송혜교 맞아?"...'더 글로리'가 기대되는 이유 [종합]

[TV리포트=박설이 기자]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변신은 김은숙의 백발만큼 놀라울까?

20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 제작 화앤담픽쳐스)의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그리고 대본 집필을 맡은 김은숙 작가와 연출자 안길호 감독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동은(송혜교 분)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복수극.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상속자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쓴 '로맨스 대가'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도전이자, '비밀의 숲'을 연출한 장르물의 대가 안길호 감독의 의기투합이자, '태양의 후예' 이후 송혜교와 김은숙의 재회여서 더욱 주목 받는 작품이다.

"복수극"이라고 '더 글로리'를 짧게 소개한 김은숙 작가는 "어린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여자가 온 생을 걸고 복수를 완성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기획 의도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곧 고2가 되는 딸의 학부모로서,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제게 가까운 화두였다"며 "저 때문에 불필요한 관심을 받지는 않을까, 다른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딸이 '언제적 김은숙이야'라고 한마디로 정리하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 딸이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거 같아, 죽도록 맞으면 가슴 아플 것 같아?'라는 질문을 받고 지옥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이야기가 펼쳐졌고, 작업실로 갔다"고 작품 탄생 배경을 전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피해자들의 글을 많이 읽게 됐다는 김은숙 작가.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현실적 보상보다는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작가는 "세속에 찌든 저로서는 진심 어린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뭘까 고민했고,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폭력은 인간의 존엄, 명예, 영광을 잃게 한다. 사과를 받아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 시작이구나 해서 '더 글로리'로 제목을 지었다. 피해자에게 드리는 응원이다. 그분들의 원점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김은숙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안길호 감독은 "작품 자체의 울림과 재미가 좋았다"며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송혜교의 복귀작으로 주목받고 있는 '더 글로리', 왜 이 작품을 선택했을까? 송혜교는 "함께하는 작가님, 감독님이 첫 번째였고, 대본을 읽었을 때 그동안 너무나 해보고 싶던 장르이자 캐릭터였다"며 함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이런 역할이 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읽으면서도 너무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었다. 나만 잘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처절한 복수에 나서는 동은, 우리가 알던 송혜교와는 사뭇 다르다. 송혜교는 "멜로를 많이 했어서 '더 글로리' 속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지, 정말 어려웠지만 즐겁게 연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혜교를 비롯해 모든 배우들이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출연 이유라고 입을 모은 가운데, 이도현은 또 "대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고 뒤가 궁금해졌다. 여정이 어떤 인물일까 궁금증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많이 표현돼있지 않았다. '얘는 뭘까?'라는 느낌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됐으면 했다. 불분명하지만 무언가 확실히 고집이 있는 캐릭터라 생각했고, 잘 연기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임지연은 "대본을 보고 그냥 충격이었다. '대체 뭐지?'라는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역시 김은숙 작가구나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작가님 대본이 맞나 의문이 들었다. 김은숙 표 새로운 장르물로 새롭게 다가왔다"며 "악역이 처음인데, 한번쯤 악의가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악역에 도전한 이유를 덧붙였다. 염혜란은 "김은숙 작가의 복수극을 거절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그만큼 흥분되고 기대됐다"며 "정말 한국적 복수극이 나왔구나, 일대 다수의 복수극일 수 있는데 이 많은 인물을 말이 되게 설득력 있게 복수를 한다.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대본을 극찬했다.

박성훈 역시 김은숙 작가의 팬임을 자처하며 "로맨스 대가의 복수극 시도라는 변화와 도전의 순간 함께할 수 있으면 영광일 것 같았다"고 작품을 택한 까닭을 전했다.

"김은숙의 변화에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의 도전으로 더욱 주목되는 작품이다. 김 작가는 "대표작이 알콩달콩했어서 제 첫 장르물이 상상이 안 되실 것 같다"며, 백발로 등장한 자신의 모습을 언급했다. 작가는 "모습도 많이 변했다. 염색도 포기했다"고 이 작품에 몰두했음을 드러냈다.

변화에의 필요를 느껴서였을까? 김은숙 작가는 왜 도전을 감행한 걸까? 그는 "일보 일보 전진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복제를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조금씩 변화하던 와중에 '아, 이번엔 장르극이다, 넷플릭스가 돈 되니까' 하고 도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대본을 너무 좋아해 주셨다. 체면치레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된다"고 자신했다.

김은숙 작가와 어울리지 않는, '19금'인 점도 주목된다. 작가는 "욕설도 등장하고, 학교폭력 내용도 등장하지만, 감독님과 얘기하며 사법체계 안의 복수가 아닌 사적 복수를 선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적 복수를 옹호하지 않는 입장이고, 동은의 철학이 '19금'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판단할 수 있는 성인들이 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고 '더 글로리'가 청소년관람불가인 이유를 밝혔다.

학폭 피해자인 동은을 연기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송혜교. 그는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았다면, 저는 그 후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인물이다. 불쌍한 모습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순간이 많았지만 그 순간마다 대본에만 충실하면 결과가 나왔다. 촬영할 때마다 대본에 진실로 표현하면 할 수 있겠구나 했다"며 "동은이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대사나 표현을 기존에 하지 않았던 대사나 표현이 있다. '아 내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할 때 희열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안길호 감독과 김은숙 작가도 동은의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학폭 가해자 연진은 동은의 복수 그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임지연은 "항상 반짝거리며 살고 싶어해서 끝까지 바닥으로 내려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다. 연진이는 왜 이럴까, 대체 왜 이럴까, 이런 나쁜 짓을 했을까"라며 "겨우 찾은 답은, '연진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가해가 '왜 나쁜 거야?'라고 생각하는 환경에서 자랐고 원하는 걸 다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 가해에 대한 죄책감을 모르는 인물이었다"고 연기에 포인트를 잡은 부분을 설명했다. 다른 작품의 빌런을 레퍼런스로 삼으려고 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악역을 만들어냈다고.

김은숙 작가는 "악역을 한 번도 안 해보셔서 망칠 거면 내가 제일 처음 망쳐보자 생각했다"고 캐스팅 이유를 밝히며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진, 이 표현이 딱 임지연이었다. 천사처럼 웃으면서 '악역을 잘해볼 수 있다'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셔서 악수하고 그날 술 마셨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임지연은 연진과 동은의 체육관 재회신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서로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임지연은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다. 몇년 뒤 내가 괴롭혔던 애가 가은 공간에 나타나면 어떨까, 어려워서 고민이 많았다. '세게 한 번만 가자'고 감독님이 하셔서 최선을 다했다. 둘 다 뺨이 많이 부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혜교는 "오래 일했는데, 뺨을 제대로 맞아본 게 처음이었다. 머리가 하얘지고 다음 대사가 생각이 안 났다. 거울 보니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났다. 얼음 찜질 하고 다음 컷을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학교 폭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가해 장면을 표현하는 데도 고민이 깊었을 터. 안길호 감독은 "영상화할 때 말하고 있는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으로 보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전했다. 이어 "폭력은 혐오스럽지 않은 선에서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야기의 힘이 크다보니 저와 배우들 모두 판단을 시청자에 맡기기 위해 객관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악역들의 연기에 만족해 모니터 뒤에서 웃고 있었다고.

송혜교는 김은숙 작가와의 재회에 대한 감회도 남달랐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게 행복"이라고까지 말했다. 그는 "전작에서 좋은 인연을 맺어서 잘 지내고 있는데 '더 글로리'를 맡겨주셔서 행복했고 문동은 캐릭터를 맡겨주셔서 영광이다"라며 "사랑하는 분과 작업하는 게 정말 행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김은숙 작가에 대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안길호 감독과는 처음 호흡을 맞춘 송혜교는 "평소 팬이었고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며 "장르물 속 문동은이 어렵다보니 생각도 많고, 갸웃할 때가 있었는데 빨리 연기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항상 현장 가면 제일 먼저 와 계신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편 넷플릭스를 통해 OTT에 데뷔하게 된 김은숙 작가의 포부는 남달랐다. 작가는 '오징어 게임'의 성과와 빗대 어떤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징어 게임'은 너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콘텐츠이고, 그 다음이 '더 글로리'였으면 좋겠다"고 바라며 "복수극 하면 '존윅' '테이큰' 그리고 '더 글로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길호 감독은 "다들 열심히 노력했고, 좋은 분들이 함께해주셨다. 다시 볼 수록 새로운 재미가 많은 작품이니 많이 봐주시길 바란다"고 시청자에게 당부했다.

김은숙과 송혜교의 변신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다시금 훈풍을 가져다줄 작품이 될지 주목된다.

'더 글로리' 파트 1은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2023년 3월 파트 2가 구독자를 찾아간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사진=백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