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가계부채, 중장기 위험…지금 줄여야"

민선희 2022. 12. 20.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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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우리나라가 지금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금리 인상 국면을 이용해 디레버리징을 해야 하는지'를 묻자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 위험이자, 구조적 문제"라며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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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률 당분간 5% 내외…공공요금·유가 등 변수
"금리 인하 논의, 물가 장기 목표 수렴 근거 있어야"
"내년 상반기 경기 어렵다…침체의 경계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하는 이창용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2.20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우리나라가 지금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금리 인상 국면을 이용해 디레버리징을 해야 하는지'를 묻자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 위험이자, 구조적 문제"라며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단기간 내 급격히 디레버리징 하려면 많은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주택금융 등 많은 것들이 관련돼있어서 중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1월 예측 당시보다 공공요금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나, 유가는 더 떨어졌다"며 물가 상·하방 요인을 언급했다.

그는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1월에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물가 상승세가 장기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인하 논의를 시작하고, 그 전엔 시기상조라는 것이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총재,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 안정 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2.20 [공동취재] photo@yna.co.kr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지금 금리 인상 국면을 이용해 디레버리징을 해나가야 한다고 보나.

▲ 지금 우리나라가 디레버리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다. 금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 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계 전체적인 고정금리·변동금리, 선분양·후분양 등 많은 것이 관련돼있다. 디레버리징도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로 살펴야 할 문제라고 말씀드린다.

-- 11월 경제전망 당시와 비교해 내년 물가 전망 조정 가능성은.

▲ 11월 전망 때는 전기요금이 올해 인상 폭 정도로 내년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11월 전망 당시보다 낮아졌는데, 낮은 수준이 계속될지는 불확실성이 크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일단 직관적으로 느끼고 있는 상황은 지난 전망보다 유가 수준은 떨어졌고, 전기 요금은 오를 것 같다. 정부 발표 이후 검토하겠다.

-- 물가 추세가 아래쪽으로 돌아섰다는 확신이 든 뒤 금리 인하를 검토하면 너무 오래 긴축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안정을 섣부르게 (확신해도) 안될 것 같은데, 균형을 어떻게 잡아갈 것인가.

▲ 가장 큰 고민거리다. 정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 게 이런 이유다. 물가상승률 2% 목표치를 보며 결정한다고 해서 2% 근처로 가야 정책을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중장기 흐름을 예측하면서 (물가가) 목표치로 수렴하느냐 아니냐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침체 악화 가능성이 있고, 너무 일찍 대응했다가 물가가 다시 오르면 통화정책의 신뢰를 상실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두 위험을 잘 고려해 예측해야 한다. 한은은 경기, 외환시장 상황 등 거시변수를 종합적으로 보고 있고, 1월에도 전망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 미국에서 2024년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나.

▲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금통위원들과 이 문제를 새로 논의하지 않았다. 1월에 보다 자세히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가 상승세가 중장기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인하 논의를 하는 것이지, 그전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지난 11월 금통위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한은 결정이 연준의 결정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연준 금리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간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구조상 미 금리 결정이 외환시장 등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는 뜻이다.

--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 신호라는 해석도 있는데.

▲ 미국에서는 장단기금리 역전을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중요한 지표(indicator)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학계 논쟁이 많은 것으로 안다. 저는 지금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이번에 금리가 오른 것이 에너지 가격 등 공급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공급요인이 안정되고 나면 단기적으로 올랐던 금리가 장기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증거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난 11월 기준 내년 성장률 전망을 1.7%로 하고 있고, 특히 상반기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borderline)에 있다고 예측한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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