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분들 봐달라” ‘더 글로리’ 김은숙X송혜교 첫 장르물 [종합]
[뉴스엔 글 이민지 기자/사진 정유진 기자]
김은숙 작가, 송혜교가 처음으로 장르물이 도전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제작발표회가 12월 20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진행됐다. 제작발표회에는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도깨비' 등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와 '비밀의 숲', '해피니스' 등을 연출한 안길호 감독의 만남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에서 호흡을 맞췄던 송혜교가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은숙 작가는 "내일모레 고2가 되는 딸이 있는 학부형이다. 학교폭력이라는 소재가 나에게 가까운 화두였다.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걱정은 늘 나 때문에 불필요한 관심을 갖지 않을까, 다른 오해로 번지지 않을까였다. 근데 딸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엄마 언제적 김은숙이야' 처음엔 충격이었다. 딸이 '엄마는 내가 죽도록 누굴 때리면 더 가슴 아플거 같냐, 죽도록 맞으면 더 가슴 아플거 같냐'고 묻더라. 그 질문에 충격이고 지옥이었다. 짧은 순간 많은 이야기가 떠올라 컴퓨터를 켰다. 그렇게 시작했다"라고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제목을 고민하던 중 피해자 글을 많이 읽게 됐다. 현실적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신다 하더라. 세속에 찌든 나로서는 진심어린 사과로 얻어지는게 뭘까를 고민했다. 얻는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거구나. 폭력의 순간에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존엄이나 명예, 영광 같은걸 잃게 되는데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부터 시작된다 생각해 제목을 '더 글로리'로 적였다. 동은, 현남, 여정 같은 피해자분들께 드리는 응원이다"라고 소개했다.
배우들은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 새로운 연기를 출연 이유로 꼽았다.
송혜교는 출연 결심 이유를 묻자 "함께 하는 작가님, 감독님이 첫번째였다.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그동안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장르와 캐릭터였다.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그걸 완벽하게 표현해주셔서 내가 이 작품 안에서 나만 잘 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멜로드라마를 많이 해서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는데 어렵지만 즐겁게 연기했다"고 연기 변신에 대해 언급했다.
이도현은 "대본을 보고 빨리 읽어서 뒤게 궁금해졌다. 여정이가 어떤 인물일까 궁금한 점도 많았다. 구체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많이 없어서 '얘는 뭘까' 하는 알쏭달쏭함이 있었고 그걸 시청자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었다. 불분명하지만 고집있는 캐릭터라 생각해 잘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지연은 "처음에 대본을 읽고 충격이었다. '이게 대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며 빠져서 읽었다. 역시 김은숙 작가님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작가님이 쓰신 대본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새로워서 신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악역이 처음인데 한번쯤은 악의가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다는 욕심이 항상 있었다. 대본을 보고 도전하고 싶다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염혜란은 "김은숙 작가님의 복수극이다 했을 때 거절할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생각된다. 흥분되고 기대됐는데 대본을 보는 순간 정말 한국적인 복수극이 나왔다 생각했다.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일대다수의 복수극인데 그들을 촘촘히 얽혀놓고 말이 되게 전개됐다"라고 귀띔했다.
박성훈은 "나도 김은숙 작가님의 팬이었다. 로맨스의 대가인 작가님이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시는데 그 변화와 도전의 순간에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정성일 역시 "배우라면 작가님, 감독님의 팬 아닐까. 제안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참여했다"라고 덧붙였다.
첫 장르물 도전에 김은숙 작가는 "내 대표작들이 그동안 알콩달콩 하셔서 내 장르극이 상상이 안 되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염색도 포기하고 고등학생 딸내미와의 생활이 알콩달콩할 겨를이 없어서 진짜 나쁜 걸 잘 쓸 수 있겠더라. 온갖 악의를 담아 장르극에 도전해봤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아주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복제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조금씩 변화해오고 있던 와중에 '이번엔 장르극이다. 넷플릭스가 된다니까. 지금은 장르극을 시켜줄것 같다' 해서 도전하게 됐다. 다들 대본을 너무 좋아해주셨다. 체면치레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해보죠 뭐"라고 말했다.
배우들은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소개해 '더 글로리'의 내용을 추측케 했다.
송혜교는 "문동은은 유년시절 학교 폭력으로 상처도 아픔도 많고 영혼이 부숴진 여자다. 학교도 부모님도 경찰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은 인물이다. 죽음을 선택하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 '왜 나만 죽어야 하지?' 그때부터 나를 괴롭힌 그들도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절한 복수를 계획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피해자 역을 해야해서 어려웠다.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아픔을 겪고 상처 받았다면 나는 그 후에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인물이라 불쌍한 모습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어렸을 때보다 나는 단단해졌고 너희들을 벌 줄 수 있어,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라는 걸 더 중요하게 보여드리고 싶어 신경 썼다"라고 밝혔다.
안길호 감독은 "대본을 봤을 때 동은이 연약하지만 강한 느낌이 있었다. 강하고 연약한 지점을 다 가지고 있는 배우가 많지 않은데 처음부터 이 역할은 송혜교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서 제안했다. 동은과 싱크로율이 120%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나는 121%라고 생각한다. 처음 가편을 받아보고 소름 끼쳐서 입을 벌리고 아무 것도 못했다.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이 있구나,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이런 걸음걸이가 있구나 했다. 사석에서 봤던 송혜교는 없고 모든 신이 문동은이라 너무 기쁘고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이 사람과 원한지면 안되겠다. 전화가 두번 울리기 전에 잘 받고 있다.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도현은 "여정이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성형외과 의사다. 밝은 친구지만 이면에 또다른 모습이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얼만큼 표현하느냐에 따라 뒤에 전달되는 내용의 초점이 좀 달라지더라. 격하게도 해보고 심플하게도 해보고 단계를 조절하면서 했다. 감독님께서 다양하게 연기할 기회를 제공해주셔서 나도 좀 더 다양한게 뭐가 있을까 준비해갔다"라고 밝혔다.
안길호 감독은 "두 캐릭터가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둘이 만났을 때 밝은 부분도 있지만 쓸쓸한 부분도 있겠다 싶어서 그런 부분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 "이도현을 만나 배역을 제안했을 때 '작가님 왜 저한테 왜 이런 대본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왜 절 좋아해주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이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라고 하더라. 나랑 하면 망하는게 더 쉬울 수 있어. 핑계가 되잖아 잘 됐다. 해봅시다. 내가 잘해볼게 하면서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임지연은 "연진이는 고등학교 때 동은을 괴롭힌 무리의 중심 인물이다. 딱히 이유는 없다. 그냥 태어나보니 세상이 이미 연진의 편에 서 있었고 부유한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큰 소리 치며 살다 화려하게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딸의 담임교사로 동은이 부임한 걸 알게 된다. 반짝거리며 살고 싶어해서 끝까지 바닥 밑으로 내려가지 않겠다 다짐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 '연진이는 왜 이럴까, 왜 이런 짓을 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내가 찾은 답은 연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였다. 누군가에게 가해한다는 것이 왜 나쁜건지 모르는 환경에서 자랐고 원하는걸 다 가질 수 있었고 노력도 해본적 없다. 누군가에 가해한다는 것에 죄책감도 미안함도 모르는 인물이다. 처음엔 유명 작품의 매력있는 빌런을 참고해볼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만 할 수 있는 박연진을 만들어보자'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악역을 안 해보셔서 망칠거면 내가 제일 처음 망쳐봐야겠다 생각해 캐스팅 제의를 했다. 연진이 극 중 기상캐스터이다. 기상캐스터에 어울리는 배우와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졌다는 표현에 부합되는 인물이 딱 저 분이었다. 만났는데 천사처럼 웃으면서 악역을 잘 할 수 있다고 해서 악수하고 술 마셨다"라고 캐스팅 과정을 공개했다.
염혜란은 강현남 캐릭터에 대해 "가정폭력을 오랜 시간 겪다 딸에게 폭력이 확대되는 걸 보고 중요한 결심을 한다. 그러다 동은을 만나 배팅하게 된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그려주셨다. 다채로운 색을 현남에게 입혀주셔서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힘들고 행복한 비명이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내 마음 속 첫번째 캐스팅이었다. 포털에서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검색하고 차기작 뜨면 속상했다. 처음부터 놓고 쓰니까 정말 잘 써졌다. 현남이 대사 중에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게 현남을 표현하는 한줄이었다. 명랑함과 피해자 존재가 공존하길 바라면서 대본을 썼다. 극 중 가장 사랑스러운 인물"이라고 밝혔다.
전재준 역 박성훈은 "가는 곳마다 눈에 띄고 갑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술, 여자, 도박, 폭행과 친밀한 인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부가 쌓여간다. 그러다 피해자인 동은이 계획해놓은 덫에 빠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악역을 여러번 해봐서 비교적 인간적인 악역이라 생각했다.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려 했다"라고 덧붙였다.
정성일은 "하도영은 모든게 완벽한 인물이다. 재력, 명예, 권력을 다 가지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살다 아내 연진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완벽한 곳에 균열이 일어나며 인생 가장 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 많이 힘들었다. 촬영 전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하동영이 줄 수 있는 긴장감, 예민함 등을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라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도영이의 한줄은 '나이스한 개새끼'였다. 차가울 땐 차갑고 웃을 땐 나이스한 표현들을 정성일이 너무 잘 해줬다. 극 중 인생이 가장 크게 바닥치는 인물인데 절망, 분노를 잘 표현해줬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어떻게 써도 명대사처럼 들리더라. 특별히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더 글로리'는 장르물에 첫 도전하는 김은숙 작가와 장르물 대가 안길호 감독의 첫 만남이다.
안길호 감독은 "내가 지금까지 작업하며 최고의 순간이었다. 너무 좋았다. 소탈하시고 겸손하시고 늘 노력하시고. 이래서 김은숙 김은숙 하는구나 했다. 작가님이 대본 한 줄, 한 글자, 점 하나를 찍는데도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라고 밝혔다. 김은숙 작가는 "언제 주무시는지 알 수가 없다. 새벽이고 낮이고 밤이고 아무 때나 문자를 드려도 바로 답장 주시는 분은 처음이었다. 이 분은 언제 자는거야 싶어서 나도 덩달아 같이 열심히 일하게 됐다. '감독님 마법사세요?'라고 말씀드린 순간이 있다. 내가 걱정됐던 신이 있는데 너무 잘 구현해주셔서 유부남만 아니면 안아드릴 뻔 했다. 너무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더 글로리'가 19세 이상 관람가인 것에 대해 김은숙 작가는 "19금을 단 이유는 언어적인 욕설도 등장하고 학교폭력 내용도 굉장하지만 사법 체계 안에서의 복수가 아니라 사적복수를 선택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적복수를 옹호하지 않는 입장이다 보니 동은이가 가진 철학이 19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 판단할 수 있는 성인분들이 이 작품을 보셔야 한다 생각한다. 사적복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내 속에 있는 어두움이 나온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김은숙 작가는 "복수극 하면 1. 존윅 2. 테이큰, 3 더글로리 아니겠냐. 19세 이상 분들 날 추우니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라고 재치있는 당부를 남겼다.
'더 글로리'는 30일 8회분의 파트1이 전세계 공개된 후 내년 3월 8회분의 파트2가 공개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 정유진 noir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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