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존윅, 테이큰 그리고 '더 글로리'..흰머리 김은숙 작가→처음 보는 송혜교의 '복수' (종합)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이 20일 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20/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김은숙 작가와 송혜교의 첫 '복수극'이다. '태양의 후예'로 누구보다도 달콤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던 두 사람은 얼굴을 싹 바꾸고, 흰머리를 여지없이 드러낸 채 복수를 위해 뭉쳤다.

20일 오전 넷플릭스는 새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제작발표회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진행했다. 행사에는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김은숙 작가, 안길호 감독이 참석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태양의 후예' 등 히트작을 써왔던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손을 잡았고, '복수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송혜교도 복수를 계획하는 문동은을 연기하며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얼굴을 보여주게 될 예정이다. 또한 이도현, 임지연, 염혜란, 박성훈, 정성일 등 배우들의 시너지도 눈길을 끈다.

대본을 만든 김은숙 작가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복수극이고, 어린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한 문동은이란 여자가 온 생을 걸고 복수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더 글로리'는 파트1과 파트2로 나뉘어 공개될 예정. 안길호 감독은 이에 대해 "'더 글로리'는 12월 30일에 파트1이 공개가 되고 파트2는 3월 쯤에 공개가 될 예정이라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은숙 작가는 "기획을 하게 된 것은 제가 곧 내일 모레면 고2가 되는 딸의 학부형이다. 고등학생의 학부형이다 보니 학교폭력이란 소재는 저에게 가까운 화두였고, 그래서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딸이 '엄마는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죽도록 맞으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라고 했는데 그 질문이 너무나 지옥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퍼져가서 '엄마 작업실 좀'하고 가서 컴퓨터를 켰다. 피해자 분들을 보게 됐다. 그분들의 공통점이 현실적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원하신다고 하더라. 세속에 찌든 저로서는 진심어린 사과로 얻어지는 게 뭔가 고민했는데, '아 얻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구나'를 깨달았다. 인간의 존엄이나 명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잃는데 그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고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 이 세상의 피해자 분들께 드리는 응원이었다. 그분들의 '원점'을 응원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김은숙 작가에게도 도전이지만, 송혜교에게도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로맨스를 그려왔던 송혜교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완전히 다른 얼굴을 입게 됐다. 송혜교는 "함께하는 작가님, 감독님이 첫 번째였고, 대본을 읽었을 때 정말 그동안 너무나 해보고 싶었던 장르, 캐릭터다. 항상 이런 역할에 배고팠었는데 드디어 만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도 제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대본을 읽고 나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런데 그걸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해주셔서 정말 내가 이 작품 안에서 나만 잘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예고편 공개 이후 '우리가 아는 송혜교가 아니다'라는 평을 받기도. 송혜교는 "제가 멜로를 했어서 '더 글로리'의 모습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어렵지만 즐겁게 연기했다"고 했다.

배우 송혜교, 이도현, 임지연이 20일 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20/

특히 송혜교는 학교폭력을 당했던 과거와는 달리 단단해진 느낌의 문동은을 표현하며 복수 하나만을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송혜교는 "제가 피해자 역할을 해야 해서 어려웠는데, 어린 동은이는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고, 아픔이 있었다면 저는 그 후로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는 인물이라 불쌍한 모습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릴 때보다 나는 많이 단단해지고 너희를 벌줄 수 있다는 모습을 더 중요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그 부분을 현장에서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의견이 잘 맞아서 현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잘 진행이 됐다"고 밝혔다.

안길호 감독과 김은숙 작가는 송혜교의 싱크로율을 각각 120%, 그리고 121%로 표현하기도. 김은숙 작가는 촬영 후 영상을 보며 송혜교의 연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김 작가는 "121%의 싱크로율이다. 처음 가편을 받아보고 진짜 소름이 끼쳐서 입을 떡 벌리고 아무 것도 못했다. 송혜교 씨에게 이런 표정, 이런 목소리가 나오고 이런 걸음걸이가 있구나를 알았다. 사석에서 봤던 송혜교 씨는 어디에도 없고 모든 신이 문동은이라 너무 좋았다. 이 사람과 등을 지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전화 벨이 두 번 울리기 전에 받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20일 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20/

배우 송혜교가 20일 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19/

배우 이도현이 20일 동대문메리어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동대문=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12.19/

전매특허인 멜로, 로코는 완전히 포기했다. 김 작가는 흰머리를 염색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집필에만 몰두했다고. 특히나 송혜교와 이도현을 두고 '멜로'보다는 '동지애'를 써내려가는 초강수까지 뒀다. 김 작가는 "여정과 동은이 만들기 가장 어려웠는데 다른 면에서 어려웠다. 두 사람은 연대 혹은 연애 중간쯤 어디인데, 제가 대본을 쓰면 환하고 벚꽃이 난리가 나고 달빛이 난리가 나더라. 초고를 내니 감독님이 '저희 극이 장르가 아니었나요. 로코, 멜로인가요?'해서 정말 어려웠다. 두 분을 붙여놓으니 너무 예쁘더라. 많이 갔다가 적당한 거리로 계속 돌아오는 작업을 계속 했다"고 했다.

'학폭'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가지고 나아가는 '더 글로리'는 '오징어 게임' 이후 후계자가 전무한 넷플릭스에게도 힘이 될 전망. 김은숙 작가는 "학교폭력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외국 190여개국에 서비스가 되는 것으로 아는데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일이다. 부모든 당사자든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어렵다거나 한국적이라거나 그런 건 없었고, 그래서 아주 쉽게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권선징악, 인과응보가 있으니 얘들아 나쁜 짓 하면 안돼"라고 했다.

성적을 기대하는 질문에 김 작가는 "넷플릭스 성적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지를 모른다. '오징어 게임'이 대박이 났다 정도다. '오징어 게임'은 너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콘텐츠고, '더 글로리'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면서도 "이제 복수극 하면 1, 존윅, 2, 테이큰, 3, 더글로리 아니겠느냐"라는 마무리 멘트로 웃음을 안겼다.

한편 '더 글로리'는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