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고과 1위는 양현종···그러나 후배들 도전 시작됐다
KIA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양현종의 시대’를 보냈다. 2009년 풀타임 선발을 시작한 양현종이 완전한 에이스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 올해까지 8년 연속 이어진 170이닝 투구 행진이 시작된 시즌이기도 하다.
매시즌 뒤 구단이 매기는 연봉 고과 순위는 선수의 각종 세부 기록은 물론 공헌도까지, 선수의 그해 활약상을 구단 기준에서 평가한 지표다. 양현종이 늘 1위였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선발 투수도, 불펜 투수도 성적과 공헌도에서 양현종을 뛰어넘는 선수가 없었다. 2017년부터 양현종은 FA 계약 선수라 연봉 협상을 하지 않았지만, FA까지 포함해 KIA가 매긴 고과 순위에서도 1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딱 한 번, 후배가 앞선 적이 있다. 2020년 중간계투로 시작해 마무리를 차지하고 13홀드 15세이브를 거둔 전상현이 고과 1위를 받아 6년 연속 지키고 있던 양현종을 밀어냈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에서 뛰고 돌아온 양현종은 올해 다시 고과 1위가 됐다. KIA로 복귀하면서 두번째 FA 계약을 한 양현종은 역시 연봉 협상 대상자가 아니지만 구단이 FA를 포함해 산정한 고과 순위에서 1위다. 전에 비해 힘이 떨어진 모습도 있었지만 그래도 30경기에 선발로 나갔고 175.1이닝을 던져 12승7패 평균자책 3.85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속에 돌아온 양현종은 여전히 팀내 투수 중 최고의 존재감을 확인했다.
투수 고과 2위가 마무리 정해영(21)이다. 양현종의 13년 후배다. 양현종의 아성에 도전하는 가장 무서운 후배다. 연봉 협상 대상자로만 한정하면 정해영이 1위다. 양현종이 없었던 지난해에도 정해영이 고과 1위였다.
정해영은 지난해 고졸 2년차에 마무리를 맡아 34세이브를 거두며 가장 큰 공헌을 세웠다. 올해도 마무리로 두번째 시즌을 치르며 역시 32세이브를 거둬 리그 최연소 50세이브를 달성, 타이거즈 마무리 역사를 바꾸고 있다.
1년을 떠났다 돌아온 올해도, 아직은 팀 내 존재감이나 공헌도에서 양현종이 가장 앞서 있는 가운데 결국 다른 보직의 불펜 후배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일하게 양현종을 앞서본 투수가 전상현이고, 이제부터 넘어보려 하는 투수가 정해영이다.
선발 투수 중에서는 아직 양현종의 존재감을 가릴만한 후배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의리(20)가 도전을 시작했다.
고졸 2년차인 올해 이의리는 10승을 거뒀다. 개인 첫 10승이기도 하지만 KIA에서 양현종 외에 10년 만에 처음 나온 국내 10승 투수이기도 하다. 2012년 김진우 이후 처음이니 양현종의 후배 중 처음 탄생한 10승 투수다. 이의리는 좌완 계투 이준영에 이어 올해 투수 고과 4위에 자리했다.
양현종은 정말 오랫동안 KIA의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부터 ‘양현종의 팀’이라는 타이틀을 벗는 것은 KIA의 가장 크고 중요한 숙제다. 양현종이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온 올해 KIA는 이 숙제를 중간점검 했다. 그래도 에이스 양현종이 여전히 팀의 기둥으로 지켜주는 사이에, 모처럼 함께 등장한 선발과 불펜의 아기호랑이들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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