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갈 나이 지나 40대 되자 귀국한 미 유학생…공소시효는?

불법체류 상태로 지내다 군 면제 나이·공소시효 지나 귀국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불법체류 상태로 지내다 입영 의무가 면제되는 나이(36살)가 지난 뒤에야 한국에 들어온 40대에 대해, 대법원이 면소(실체적 소송조건 결여로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종결하는 것)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45)씨에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14살에 미국 유학을 떠난 ㄱ(45)씨는 18살이 되던 해부터 병무청장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미국에서 지냈다. 미국에 계속 체류하기 위해서는 최종 국외여행 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31일 전에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함에도 ㄱ씨는 그러지 않았고, 미국에서 불법체류 상태로 지내다가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나이(당시 기준 36살)가 지난 뒤인 2017년 4월 귀국했다. 옛 병역법에 따르면 병무청장의 허가 없이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있다. 검사는 ㄱ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에 귀국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ㄱ씨에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ㄱ씨의 병역법 위반 공소시효는 최종 국외여행 허가기간 만료일인 2002년 12월31일부터 진행하고, 공소시효 기간인 3년이 지났기 때문에 죄를 따질 수 없다는 것이다. ㄱ씨에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면 공소시효는 정지되는데, ㄱ씨가 이러한 목적으로 미국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ㄱ씨가 형사처분 회피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했다고 봐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최종 국외여행 허가기간 만료일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된다는 원심의 판단은 맞는다고 보면서도 “피고인의 국외 체류 목적 중에는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ㄱ씨의 공소시효는 정지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 근거로 ㄱ씨가 최종 국외여행 허가기간 만료일 전에는 4차례에 걸쳐 기간연장허가를 받는 등 허가절차를 잘 알고 있었던 점, 지방병무청이 한국에 있는 ㄱ씨의 가족들에게 국외여행 미귀국통지서를 보내 ㄱ씨의 입국을 촉구한 점, ㄱ씨가 입영의무 면제 연령을 넘길 때까지 미국에 장기간 체류한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공소시효 정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