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송혜교X김은숙 첫 복수극 ‘더 글로리’[MK현장]
김은숙 작가는 20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새 한국 시리즈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한마디로 표현하면 복수극이다. 고등학교 시절 지독한 학교 폭력을 당한 문동은이라는 여자가 온 생을 걸고 복수를 완성해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파트1는 오는 30일, 파트2는 내년 3월께 공개된다.
김 작가는 작품의 시작에 대해 “내일 모레면 고2가 되는 딸의 학부모형이다. 학교 폭력이라는 소재는 저한테 가까운 화두였다. 그날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 걱정은 저 때문에 불필요한 관심을 받진 않을까, 다른 오해를 받진 않을까였다. 그런데 딸이 ‘엄마, 언제쯤 김은숙이냐’ 그러더라. 첫 번째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다음에 ‘내가 죽도록 때리면 가슴 아플 것 같아, 내가 죽도록 맞으면 가슴 아플 것 같아?’ 그러더라.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 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면서 “피해자들은 보상보다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더라. 세속에 찌던 저는 진심 어린 사과가 뭘까 생각했다. 얻고자 하는 게 아니라 되찾고자 하는 거구나 싶었다. 인간의 존엄, 영광 같은 것들. 사과를 받아내야 비로소 원점이구나 했다. 그런 생각에 제목을 ‘더 글로리’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 한 안길호 감독은 “김은숙 작가과 함께한다는 영광도 있었지만 작품 자체가 주는 울림과 재미도 좋았다. 좋은 배우들과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단 것 자체에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애정 가득한 합류 이유을 전했다.
‘더 글로리’로 장르극에 처음 도전한 김 작가는 “제 대표작들이 그동안 알콩달콩해서 제 첫 장르극이 상상이 안 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머리가 새하얗게 샌 김 작가는 “제 모습이 많이 변했지 않나. 염색도 포기했다. 고등학생 딸과 일상이 알콩달콩하지 않다. 잘 쓸 수 있겠더라. 온갖 악의를 담아 썼다”며 “(송혜교, 이도현) 두 분을 붙여놓으니 예쁘더라. 초고를 보고 감독님이 로코 멜로냐고 하더라. 많이 (멜로로) 갔다가 정신 차렸다”고 털어놨다.
주인공 송혜교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안길호 감독은 “대본을 봤을 때 ‘동은’은 연약하지만 강한 느낌이 있었다. 강하고 연약한 지점을 다 가지고 있는 배우가 많지 않은데 처음부터 이 역할은 송혜교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동은과 싱크로율이 120%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는 이에 “나는 121%라고 생각한다”며 “처음 가편을 받아보고 소름 끼쳐서 입을 벌리고 아무 것도 못했다. 송혜교에게 이런 표정이 있구나, 이런 목소리가 나오는구나, 이런 걸음걸이가 있구나 했다”고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사석에서 봤던 송혜교는 없고 모든 신이 캐릭터 그 자체라 너무 기쁘고 좋았다. 이 사람과 원한지면 안되겠다 생각했다. 전화가 두번 울리기 전에 잘 받고 있다. 보시면 이해가 가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읽으면서도 제가 마음이 아프고 한동안 멍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었다. 그걸 완벽하게 표현해주셔서, 이 작품 안에서 나만 잘 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 생각했다”며 “기존에는 멜로 드라마를 많이 했어서 ‘더 글로리’에서 보여줄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다. 어려웠지만 즐겁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학폭 피해자 연기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그는 “피해자 역할을 해야 해서 많이 어려웠다. 어린 동은은 무방비 상태로 상처를 받는다. 저는 그 후로 오랜 시간 가해자들에게 처절하게 복수하는 인물이다. 불쌍한 모습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연기하면서 그런 부분에 중점을 뒀다. ‘어렸을 때보다 단단해졌으니 너희들을 벌 줄 수 있고 그만한 힘을 갖고 있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딱히 악역이 된 이유는 없다. 그냥 태어나보니 세상이 이미 연진의 편에 서 있었고 부유한 환경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큰 소리 치며 살다 화려하게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딸의 담임교사로 동은이 부임한 걸 알게 된다. 반짝거리며 살고 싶어해서 끝까지 바닥 밑으로 내려가지 않겠다 다짐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처음엔 고민이 많았다는 그는 “‘연진이는 왜 이럴까, 왜 이런 짓을 했을까’ 고민했는데 결국 내가 찾은 답은 연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였다. 누군가에게 가해한다는 것이 왜 나쁜건지 모르는 환경에서 자랐고 원하는걸 다 가질 수 있었고 노력도 해본적 없다. 누군가에 가해한다는 것에 죄책감도 미안함도 모르는 인물이다. 처음엔 유명 작품의 매력있는 빌런을 참고해볼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나만 할 수 있는 박연진을 만들어보자’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김은숙 작가는 “악역을 안 해보셔서 망칠거면 내가 제일 처음 망쳐봐야겠다 생각해 캐스팅 제의를 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 작가는 “연진이 극 중 기상캐스터이다. 기상캐스터에 어울리는 배우와 천사의 얼굴에 악마의 심장을 가졌다는 표현에 부합되는 인물이 딱 저 분이었다. 만났는데 천사처럼 웃으면서 악역을 잘 할 수 있다고 해서 악수하고 술 마셨다”라고 캐스팅 과정도 깜짝 공개했다.
송혜교·임지연이 서로의 뺨을 때리는 체육관 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임지연은 “감독님이 한번에 가자고 하셔서 한 번에 했다”며 어려운 장면으로 꼽았다.
송혜교는 “오래 일했는데 제대로 뺨을 맞아본 적이 처음이었다. 지연씨가 처음 때렸을 때 지연씨도 마찬가지였을텐데 머리가 하얗더라. 아무 생각이 안났다. 대사도 생각이 안나더라”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둘 다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있더라. 바로 촬영을 진행 못해서 얼음찜질을 하고 피부를 진정시킨 다음에 다음 컷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송혜교가 주인공 동은을, 임지연이 악역 연진으로 분했다.
오는 30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Copyright © 스타투데이.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