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2% 웃도는 높은 수준 지속…물가 중점 통화정책"(종합)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 등 각별히 살펴볼 것
금리인하 논의는 시기상조…최종금리 3.5% 적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해서는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다 자세히 논의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것"이라며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5.1% 상승하면서 물가안정목표 2%를 크게 웃돌았다. 연간 기준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4.7%)을 넘어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7~11월)만 놓고 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7%로, 1998년 하반기(6.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흐름에 대해서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압력이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되어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가 가팔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최근 70달러대로 낮아지면서 지난달 전망 당시의 전제치를 상당폭 밑돌고 있다. 국내외 경기 둔화폭 확대, 부동산 경기 위축 등에 따라 수요측 하방압력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과정에서 물가 오름세 둔화 속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데이터를 통해 그간의 정책이 국내경기 둔화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최근 미 연준 등 주요국 정책금리 변화도 함께 고려하면서 정교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우리 경제 각 부문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도 각별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장단기 금리 역전폭 장기화가 경기 침체 신호로 보는 시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장단기 금리 역전 장기화를 경기 침체로 해석하는 것은 미국"이라면서 "미국은 다년간의 연구 통해 수익률곡선(장단기 역전차)가 생기면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중요한 지표(indicator)로 받아들인다"고 답변했다.
다만 국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여부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 장기화가 반드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국내 경기와 관련해서는 이미 지난달 예측했던 것과 같이 내년 경기 전망을 1.7%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특히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경기침체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보더라인(borderline, 경계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대다수 의견"이라고 했다.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 3.5%는 11월 금통위 당시 금통위원들의 의견으로 전체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한은이 그렇게 간다든지, 정책에 대한 약속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11월 데이터만 보면 3.5%가 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면서 "경제 상황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다수가 내년 최종 금리를 3.5%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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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초롱 기자 pc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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