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흔든 K-샌드위치의 신선한 도전
49.5㎡에서 시작된 아메리칸 드림
뉴욕 점포서 연 5000만 달러 매출
미국 떠나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
# 1983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태평양을 건넜다. 형제의 나이 열일곱, 스물이었다. 한인 1.5세대인 이들은 6년 후 뉴욕 맨해튼에 49.5㎡(약 15평)의 작은 샌드위치 가게를 열었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부모님이 운영하던 작은 가게가 몇번이나 둥지를 옮긴 후였다. 20대 젊은 형제는 일곱 가족의 삶을 어깨에 멨다. 아메리칸 드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형제가 만든 샌드위치 전문점 '렌위치(LENWICH)'는 올해 론칭(1989년) 33주년을 맞았다. 미국 뉴욕 내 20여개 점포에서 연매출 5000만 달러를 올리고 있다. '이방인'에서 미국 주류사회 일원이 된 이들이 택한 다음 목적지는 흥미롭게도 '한국'이었다. 렌위치는 지난 4월 '여의도 IFC점'에 이어 7월 '상암 DMC점'을 열었다. 인지도와 명성을 쌓아온 미국을 떠나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브라이언 주(주세붕·56) 렌위치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그 첫번째 편이다.
✚ 왜 미국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창업하셨나요?
라이언 주 대표(이하 주 대표): "미국인들에게 샌드위치는 '밥'과 같아요. 한국으로 따지면 샌드위치 가게는 '밥집'인 셈이죠.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가게에서도 샌드위치를 판매했었고요. 저에게나 대중에게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메뉴로 다가가고자 했습니다."
✚ 하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요. 렌위치의 차별점은 무엇이었나요.
주 대표: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다르게 접근하고자 했어요. 간편하게 먹는 메뉴를 넘어서 신선하고 질 좋은 샌드위치를 지향했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주문 즉시 현장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었죠. 매장 내 육절기를 두고 생고기를 바로 잘라 구워주는 식으로요. 그렇게 정성을 담아 만들면 손님에게 마음이 전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입소문도 날 수 있고요."
1989년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렌위치는 6년여 만에 2호점을 열었다. 렌위치라는 이름은 형인 주세훈 회장의 영어 이름 '레니(Lenny)'와 '샌드위치'에서 따와 만들었다. 그렇게 30여년이 지난 지금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샌드위치 가게가 됐다. 20여개 매장에서 연간 400만개 샌드위치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서울 여의도에 1호점을 열며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7월엔 상암 DMC점을 연 데 이어 내년에는 광화문·강남·판교 등에 출점할 계획이다.
✚ 사업을 더 키우려면, 프랜차이즈 방식을 택할 수도 있는데요. 직영점을 고수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주 대표: "흔히 성공한 사업가가 되려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죠(웃음).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추구하는 바를 유지하려면 직영점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어요."
✚ 좀 더 자세히 애기해 주신다면요?
주 대표: "일례로 렌위치는 고기를 직접 썰어서 바로 굽고, 야채를 토치하고, 피클도 직접 만들고 있어요. 품이 많이 드는 만큼 숙달된 직원이 필요합니다. 또 다양한 메뉴 개발을 시도하고 있고요. 이런 방식이 프랜차이즈와는 맞지 않더라고요. 프랜차이즈는 가능한 한 메뉴 수를 줄이고,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하니까요. 저희가 원하는 방식을 유지하려면 직영점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 현재 렌위치는 뉴욕에만 진출해 있습니다. 인지도가 쌓인 미국에서 다른 지역에 진출할 수도 있을 텐데요.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가 뭔가요.
주 대표: "언젠가 한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마음이 늘 있었어요. 한국 이민자가 만든 샌드위치 브랜드이지만, 정작 한국엔 없다는 게 무언가 빠진 듯한 느낌이었죠. 뉴욕에서 인정받은 만큼 한국에서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한국 진출을 결심한 시기가 코로나19 때였습니다.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듯합니다.
주 대표: "오히려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죠.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달라졌어요. 일찍 퇴근하고 포장이나 배달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고요. 혼자 식사하는 것도 익숙해졌죠. 이런 변화에 샌드위치가 적합한 메뉴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제 렌위치가 한국에 진출한 지 8개월여가 됐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주 대표: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미국 현지 렌위치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식자재가 중요한데, 특히 가공육의 경우 미국에서 쓰던 재료를 공수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한국에서 가장 적합한 식재료를 하나하나 찾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렌위치가 좀 더 성장한다면 '센트럴 키친(central kitchen·조리를 끝냈거나 반조리를 끝낸 식품재료를 계열의 점포에 공급하기 위한 조리시설)'을 만들어 렌위치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펼쳐보고 싶어요."
✚ 인지도가 쌓여 있는 미국에 비하면, 한국은 개척해야 하는 시장이기도 하죠.
주 대표: "맞아요. 미국에선 매장을 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마케팅도 수월했죠. 한국에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고 있습니다(웃음). SNS 등을 통한 체계적인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한국 샌드위치 시장은 그리 녹록한 곳이 아니다. '서브웨이(1991년)' '퀴즈노스(2006년)' '에그슬럿(2020년)' '얼오브샌드위치(2022년)' 등 렌위치처럼 미국에서 건너온 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들보다 값이 비싼 렌위치 앞엔 더 큰 장벽이 놓여 있다. 사람들의 인식이다. 아직까진 샌드위치가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 대표 메뉴 가격이 1만원대인 렌위치로선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다.
✚ 다른 샌드위치 브랜드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주 대표: "쉽지 않겠지만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어요. 가볍게 한끼 때울 수 있는 샌드위치뿐만 아니라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식재료로 만든 퀄리티 높은 샌드위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 최근 물가가 상승하면서 식자재 가격도 껑충 뛰었습니다. 아무래도 원가 부담이 커졌을 텐데요.
주 대표: "30여년간 렌위치를 운영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사계절을 겪어봐야 한다'는 것이에요. 예컨대 '장마철엔 야채 가격이 얼마만큼 오르는구나' 이런 걸 경험해봐야 한다는 거죠. 물론 미국은 워낙 식자재가 풍부하다 보니 큰 기복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죠. 더 좋은 가격에 퀄리티를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브라이언 주 대표는 미국 샌드위치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한국 시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한국 시장은 특별하면서도 어려운 시장인 듯하다. 그는 "한국 소비자만큼 날 긴장시킨 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왜 일까. 그 자세한 내용은 2편에서 들어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