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 꽃선물도 못하냐”...‘재벌집 막내아들’이 뼈때린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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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구조조정으로 실직 위기에 직면한 진도준 아버지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지만, "정신 차려라"는 타박만 듣는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경영난을 극복할 방도로 가장 많이 선택된 게 바로 구조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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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추운 中企의 연말
송년회 대신 송별회될까 한숨
인력감축 소문에 직원도 전전긍긍
곳곳 구조조정...내년은 더 암울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 18살에 학교 졸업하고 지난 30년 동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당신이 제일 잘 알잖아. 나, 회사가 인정한 기술 장인이야. 그런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기에 식당 하랴, 애 키우랴 고생만 한 우리 마누라한테 꽃다발 하나 선물 못하는 머저리가 돼야 하는데. 내가 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구조조정으로 실직 위기에 직면한 진도준 아버지는 아내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지만, “정신 차려라”는 타박만 듣는다. 이에 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내뱉는 대사다.
극 중 배경은 IMF 시절이지만, 2022년 연말 풍경은 과연 다를까. 크리스마스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고, 올해를 마무리할 송년회로 바쁠 시기이지만, 중소기업의 연말 분위기는 예년과 거리가 멀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에 이미 상당수 중소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했거나 준비 중이다. 직원을 떠나보내야 하는 대표도, 언제 인력감축이 이뤄질지 전전긍긍하는 직원도 모두 한숨뿐이다. 올해 유난히 추운 중소기업 송년 풍경이다.
▶“송년회 아닌 송별회 될까”=“송년회를 해야 할지 송별회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토로엔 한숨이 짙게 배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A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소소한 복지혜택 등이야 이미 줄일 수 있는 대로 줄였고, 이제 남은 건 인력 감축뿐”이라며 “송년회를 하긴 해야 하는데, 송별회 분위기가 될까 봐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식품 관련 스타트업의 B대표는 송년회 비용을 걱정했다. 직원들한테는 말도 못한다고 했다. 그는 “송년회를 하면 직원들 택시비나 대리비라도 좀 챙겨줘야 하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솔직히 그 비용도 부담된다”며 “직원들한테는 말도 못하고, 코로나 여파도 있으니 그냥 올해 송년회는 하지 말고 시무식만 하자고 얘기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연말엔 다같이 유명 공연 관람으로 송년을 보냈던 한 스타트업도 올해엔 호프집 단합대회로 바꿨다.
▶인력감축 바람에 직원들도 전전긍긍=대표들만 고민이 큰 게 아니다. 직원들은 더하다. IT 관련 중소기업에 다니는 C(38)씨는 송년회는커녕 인사철을 무사히 넘기기만 바라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그는 “연말 인력감축이나 희망퇴직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계속 돌고 있어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연말 모임이 있을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스타트업에 종사 중인 L(30)씨는 “솔직히 기업에서 돈을 아끼려면 인건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핵심성과지표(KPI)도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이고 그에 따라 인력을 정리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최근 벼룩시장이 전국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3%가 ‘현재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재직자 중 고용불안을 호소한 이는 85.8%에 달했고, 중견기업은 69%, 대기업은 62.1% 순이었다.
▶중소기업은 이미 구조조정 돌입, 내년도 암울=중소기업중앙회의 최근 설문조사도 암울하기만 하다. 중소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6.3%가 내년 경영 전망이 올해보다도 더 힘들것으로 봤고, 61.5%가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선될 것이라는 기업은 12.2%에 불과했다. 10곳 중 9곳이 내년엔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악화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경영난을 극복할 방도로 가장 많이 선택된 게 바로 구조조정이었다. 경영 개선을 위한 방식으로 ‘비용절감 및 구조조정’이 59.8%(이하 복수응답)를 차지, 가장 많았다. ‘영업·홍보 등 거래선 확대’가 51.5%로 뒤를 이었고 ▷자금 조달처 확대(26.8%) ▷부채 개선 20.2% ▷신규사업 추진(15.6%)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확대(11.2%) 등이었다.
내년 역시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원가절감 및 긴축(61.2%)’을 최우선 순위로 뒀다.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34.9%)’, ‘신규판로 확대(31.5%)’ 등보다 크게 앞선다.
구조조정은 이미 중소기업엔 눈앞에 닥친 현실이고, 내년에도 피하기 힘든 현실이다. 보름 남짓 남은 올해, 따뜻하게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기, 지인들과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 소망을 나눠야 할 때, 올해 12월은 유난히 춥다. 날씨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내년에도 중소기업에 복합적인 경제 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금리 대출 전환 등 부채 연착륙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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