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물가 5%대 여전히 높지만 경기도 침체 경계선에 있어"[일문일답]

이윤화 2022. 12. 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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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 설명회
이창용 총재 향후 5%내외 고물가, 경기둔화 동시 전망
"긴축 과잉대응과 과소대응 리스크 사이에서 고민 커"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소비자물가가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국내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져 내년 ‘상고하저’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 예상한 가운데 경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침체의 경계선’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총재는 20일 ‘2022년 12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더라도 여전히 목표 수준인 2%를 웃도는 만큼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면서도 경기 둔화와 금융안정 상황도 비중있게 고려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음은 이창용 한은 총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금리 인하 논의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어느 수준인지 궁금하다. 미국보다 금리 인하를 먼저 진행할 가능성도 있나.

△금리 인하를 하려면 물가 상승세가 중장기적으로 2% 수렴한다는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 2% 물가 목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기적으로는 중장기적인 물가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등 다양한 지표들을 함께 보고 있다. 금리 조정에 대해서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융통화위원들과 따로 논의하지 않아서 자세한 언급을 어렵지만, 11월 금통위 당시 이야기했던 내용은 그 당시 데이터 기준으론 인하를 논의하기엔 시기상조였단 뜻이다. 연준을 무조건 따라 간다는 것은 아니며 우리 경제 구조상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서 판단하겠다.

-연준은 12월 FOMC에서 물가 통제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는데, 한은은 물가 오름세 둔화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정책 변화 시사하는 것으로 봐도 되나.

△한은의 물가 우선 정책은 제1의 의무이기에 바꿀 수 없다. 다만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기에 그에 맞춰 안정을 이룰 수 있는지 점검하고 그에 맞는 정책 운용을 하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2% 수렴할 수 있도록 하되, 한은법에는 물가 안정 목표와 더불어 건전한 국가 발전과 금융 안정도 언급돼 있다. 물가가 5%에서 상당폭 내려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 월 2% 물가를 찍기 이전에도 경기나 금융안정 고려해 통화정책 할 수 있다.

-장단기 역전폭 길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경기침체 우려 있다고 보는지, 채권 시장금리에 반영된 기준금리 3.25% 상단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경기쳄체 해석은 미국에 있어서는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주요한 관측 수단으로 활용되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학계 내에서도 논쟁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보자면 현재 우리나라의 장단기 금리 역전은 최근 급격히 오른 금리가 향후 2~3년 내 내려갈 것이란 시장 기대를 반영한 결과 정도라고 예상한다. 경기침체를 반드시 예상한다고 보긴 어렵다. 한은이 내년 연간 성장률을 1.7% 정도로 예측하는데, 지금은 경기가 침체로 갈지 아닌지 경게(Border line)에 있다고 본다.

-물가가 추세적으로 하락한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너무 오랫동안 긴축상황이 이어지는게 아닌지, 반대로 물가 안정을 섣부르게 판단하기도 어려운데 그 균형을 어떻게 잡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물가 2% 목표치의 의미는 계속 강조하듯 (월 물가가) 2% 근처로 가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 흐름 예측에 의한 판단이다. 물가 수렴을 확인하고자 늦게 정책을 대응하면(바꾸면) 경기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반대로 일찍 대응하면 ‘스탑 앤 고(Stop-and-go)’라는 말처럼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한다. 이런 점들을 잘 감안해서 1월에 다시 물가 전망치를 점검할 계획이다.

-내년 전기요금 인상폭 확대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다. 공공요금 인상폭 커지면 내년 연간 물가(3.6%)도 상향되나.

△지난 11월 예측 땐 올해 수준의 인상폭이 이어질 것으로 봤는데, 기재부에서 경제 운용방안 발표 앞두고 있는데 올해 인상폭보다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이는 전기요금에 관한 것이고 유가는 예상보다 더 떨어지고 있고 해서 내년 연간 물가 전망치 조정에 대해서는 아직 예측 어렵다.

-경기 둔화 우려로 내년 물가 하향 수정할 가능성 있는지 궁금하고, 한은의 예측치가 주요 기관 전망과 비교해 어떻다고 보는지 말해달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가 달라져 변동성이 클 것이기 때문에 매월 금통위 회의마다 적의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본다. 해외기관이 우리보다 물가를 더 낮게 보고 있다는 의견은 더 확인이 필요해 보이는데 한은 전망이 중앙값으로 생각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이전엔 저물가 국면이 10년 이상 지속되어서 필립스 커브 사라진거 아닌가 하는 의견 많았으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도래하니 하이 인플레 레짐으로 돌아와 필립스 커브 유효하다 주장 다시 나온다. 이런 주장들을 더 살펴봐야 하고 그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다.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계속 상향해 왔는데 국제유가나 공공요금 반영 제대로 못했단 평가가 있다. 정부가 도와줄 역할은 어떤게 있나.

△한은의 예측치가 계속 상향한 것에 대한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점도 있지만, 우크라 사태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 컸다. 공공요금 부분에 관해서는 유류세는 정부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공공요금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해 국민 고통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막았다고 본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질 때 다른 나라는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요금 정상화에 따라 물가 더디게 하는 것을 제약하는 반대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물가는 총수요 관리 측면도 중요하지만 농산물 등 수급 요인이 중요한 품목도 많다. 채소 등 개별 수급 관리에 정부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큰 틀로 보면 정부가 내년 재정적자 줄여가는 것이 정책 정합성에도 맞고 총수요 관리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한은은 그동안 금리 과잉 대응보다 과소 대응을 우려해 왔는데, 3.5%는 과소 대응은 없는 수준인가.

△과소 대응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 한은 전체 의견으로 보긴 어렵다. 금통위 개개인 의견마다 다르다. 3.5%를 11월 다수 의견으로 제시한 것은 11월 당시 그렇다는 것이고, 한은의 금리 방향성을 약속으로 이행하는 개념은 아니다. 전제가 바뀌면 바뀔 수 있다. 11월 데이터상에선 3.5%가 과소 대응, 과대 대응 아닌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연준 점도표 바뀌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는데 한은도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바라봐달라.

-다른 나라에 비해 디레버리징 과정이 없었던 문제가 있는데 내년 부실 위험을 덜어가야 한다고 보는지 아니면 혼선 줄이기 위해 정책 지원 이어가야 하는지 궁금하다.

△디레버리징 문제는 굉장히 어렵지만 가계부채가 중장기적이고 구조적 이슈인 만큼 해결해 가야 한다. 다만 금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주택 금융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나 금리 형태나 분양 등 다양한 요인 감안해야 한다. 환자의 상태를 그때그때 살피는 외과의사들의 진단처럼 통화정책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환율이 지난 9~10월 급격히 오른 뒤 정부와 한은의 수급 대책으로 상방 리스크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환율 예측 어려워 직접 언급 힘들지만, 9월과 10월 환율 급등은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잭슨홀 이후 긴축 정도가 훨씬 빨라진데 기인한다. 미국의 일방적인 금리 인상 속도에 달러 강세 기대가 쏠려서 그랬던 것이다. 여기에 일본, 중국의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원화 절하폭이 컸다. 지금은 미국이 통화긴축 페이스 조절 예고해서 환율 급등 가능성은 많이 줄었다. 국내 요인은 투자자의 해외 투자가 많이 늘었었는데, 해외로 나간 국내 자금도 많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생긴 충격이 길게 오래갔을 경우 기조 변화 영향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이윤화 (akfdl3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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